목탁의 유래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5/09/08 [00:08]

목탁의 유래

새만금일보 | 입력 : 2015/09/08 [00:08]

 
 옛날 옛적 어느 절에 법이 높으신 스님이 제자 몇 사람을 지도하며 계셨습니다. 그 가운데 한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생활하면서 계율도 어기고 세속(世俗)에 사는 방탕한 사람들같이 생활하다가 몹쓸 병에 걸려 죽게 되었습니다. 죽은 뒤에 물고기로 다시 태어났는데, 등에 커다란 나무까지 솟아나 있었습니다.
 하루는 스승이 배를 타고 어느 강을 건너려는데, 등에 커다란 나무가 난 물고기가 뱃전에 머리를 들이대고 슬피 울었습니다. 스님이 선정(禪定)에 들어 물고기의 전생을 살펴보니, 그 물고기는 바로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일찍 병들어 죽은 자신의 제자였고, 살아서 행한 과보로 물고기가 되어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스승은 가엽게 여겨 제자를 위하여 수륙천도재(물이나 육지에 사는 미물과 외로운 영혼을 위한 법회)를 성대하게 베풀어 물고기의 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날 밤, 스승의 꿈에 물고기가 되었던 제자가 나타났습니다. 제자는 스승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다음 생에는 진정으로 발심하여 열심히 공부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등에 난 나무를 베어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어 부처님 앞에 매달아 놓고 매일 두드려 주기를 부탁하였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면 수행자들이 자신이 받은 과보를 기억하여 열심히 정진할 것이며, 강이나 바다와 같은 물에 사는 생명들에게는 해탈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이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스승은 그 제자의 부탁에 따라 나무를 베어 물고기의 모양을 딴 목어(木魚)를 만들었습니다. 그 뒤로 차츰 쓰기 편리한 둥근 목탁(木鐸)으로 변형되어 예불이나 독경(讀經)을 할 때를 비롯하여 여러 행사에 널리 사용되는 중요한 법구(法具)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목탁을 두드리는 이유는 나태한 수행자들을 경책하고, 마음을 다잡아 수행할 것을 독려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목탁의 쓰임새는 차츰 늘어나서 사찰의 여러 가지 일에 대중(大衆: 사찰에 사는 사람들)을 모으거나 시간을 알리는 도구로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목탁소리가 차츰차츰 내려가는 소리를 내림목탁이라고 하는데, 이 목탁 내림이 한번 들리면 공양시간(식사시간)임을 알리는 것이니 공양간(사찰의 식당)으로 모이라는 것이고, 목탁소리가 두 번 반복해서 내리는 소리가 나면 운력(運力;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일을 함)하니 모이라는 것이며, 목탁소리가 세 번 반복해서 내리는 소리가 나면 정진하는 시간(강원이나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이니 장소로 모이라는 것입니다.
 또 목탁은 예불이나 독경을 할 때 모인 대중들이 같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박자를 맞추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 사찰의 염불은 정해진 리듬이나 곡조가 없습니다. 그래서 각 사찰마다 다른 느낌의 염불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곡조와 리듬의 소리를 낸다면 법당 안은 시장의 소음과 같은 상태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목탁을 쳐서 박자를 맞추어 줌으로써 같은 속도로 염불할 수 있도록 대중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목탁은 다양한 목적으로 두드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목탁소리는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사찰의 존재함을 알리는 작용도 한다는 것입니다. 불교인들은 특히 스님들은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공격적인 포교(布敎; 종교를 알리는 행위, 선교 혹은 전도)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찰에서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들지 않는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구든지 사찰에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이 없는 공개된 공간에서 살아가며, 하루에 세 번, 사찰마다 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새벽예불(새벽4시), 사시예불(10시), 저녁예불 시간(저녁6:30)에 범종을 치고, 목탁을 치면서 기도함으로써 사찰이 이곳에 있음을 알립니다. 그래서 사찰에서 하는 기도는 개인적인 수행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중생들을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항상 나는 이곳에 있으니, 필요로 한다면 누구든지 찾아와 함께 기도하며 그 수고로움을 내려놓으십시오.”라는 외침의 소리가 되는 것입니다.
 목탁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큰 사찰에는 종각(鐘閣)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종각에는 네 가지의 법구(法具)가 갖추어져 있는데, 동(銅)으로 된 범종(梵鐘; 큰 종)과 소가죽으로 만든 법고(法鼓; 북)와 구름모양의 쇠로된 운판(雲版), 그리고 물고기 모양의 목어(木魚)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를 불전사물(佛前四物)이라고 부릅니다. 범종을 울리는 것은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지옥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것이요, 큰 북을 두드리는 것은 네발 달린 온갖 짐승의 무리들이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것이며, 운판은 날아다니는 날짐승과 모든 곤충이 고통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를 기원을 위해 두드리는 것이며, 목어는 물속에 사는 생물이 고통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며 두드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물을 치고 듣는 불자들은 다음과 같이 발원합니다.
“이 소리를 들으면 생명있는 모든 이들, 즉 사람들과 짐승, 미물(微物)에 이르기까지 모두 깨달음의 길에 올라 괴로움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소서!”
 그래서 이 사물의 울림은 곧 뭇중생의 행복과 해탈을 기원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자비의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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