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산업의 문제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9/09/19 [07:40]

소재 산업의 문제

새만금일보 | 입력 : 2019/09/19 [07:40]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소재 산업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성장을 막아왔던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이 문제다. 최근 나온 정부의 대책에는 화학 물질 안전 관련 제도와 주 52시간 근로제도 등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재계는 한발 더 나아가 이런 규제들을 근본적으로 손보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의 활동 여건이 최소한 일본보다는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재, 장비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이른바 후방 산업계의 요구도 있다.

 

반도체 장비 업체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규제가 아니라 턱없이 낮은 납품 단가였다고 말한다. 국산화한 장비의 목적이 가격을 싸게 한 것이라며 30% 정도는 싸게 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논리로 압박한 것이 사실이다.

 

낮은 납품 가격은 낮은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다음 설비들을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야 한다. 가격이 낮으면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국 업체들은 한국 대기업의 유별난 갑질에 혀를 내두른다.

 

대기업이 원해서 기술 협력을 해도 수억 원이 넘는 비용은 늘 자신의 몫이라고 한다. 상생의 상징인 '공동개발'도 말뿐이다. 이미 만들어놓은 것에다가 대기업이 'JD'라고 서류 사인만 한다. '조인트 디벨롭먼트(공동개발)'라는 것이다. 숟가락 하나 더 얹기 식이다.

 

최근 반도체 산업 선진화 연구회라는 민간단체가 내놓은 보고서에는 반도체 소재, 장비, 부품의 국산화를 더디게 한 주요 원인으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꼽았다. 중소기업의 수준을 낮춘 건 바로 대기업이라는 이야기다.

 

소재·부품·장비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니다. 하나의 산업이 발전돼 나가는 것은 항상 수요자와 공급자가 같이 상생 협력을 해서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대한상의가 최근 일본과 거래하는 업체 5백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분야로 규제 혁신을 고른 기업보다 대-중소기업 간 협력 체계 구축을 꼽은 곳이 더 많았다.

 

재계는 오랜 숙원 사업 등을 이번 기회에 해결해보자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한시적 효과 차원에서 이에 화답해서는 안 된다. 일본 수출 규제를 틈타 규제 완화를 주장하기에 앞서 대기업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민국의 경제구조를 조롱한, 이른바 '가마우지 경제' 발언이 논란이다. 다름 아닌 "수출 많이 해서 이익을 내도 핵심 소재와 부품 의존도가 높아, 실익은 일본이 챙긴다."는 말이다. 이 표현은 1980년대 말에 일본에서 나왔다.

 

이를 놓고 고 김대중 대통령이 특별법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전용 공단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는 부품·소재 분야에서 4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13년부터는 특히 소재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원천 소재 개발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2019년 현실은 크게 우려된다. 일본의 원천부품 수출규제 공격에 우리 경제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2011년부터 전북과 경북 등 전국 4곳에 외국인 전용 부품소재 공단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2011년 당시 외국 부품소재 기업 15곳 유치를 자랑했던 전북 익산의 경우 33만 제곱미터 부지가 텅 비었고 입주 업체는 단 3곳뿐이다.

 

2009년 지정 당시 62곳 업체를 유치했다던 전국 부품소재 공단에는 5분의 1에 불과한 14개 업체만 입주했다. 2001년 부품소재 특별법 이후 모두 4차례 정부의 관련 계획들이 발표됐다. 20011차 기본계획 당시의 핵심 기술 수준 부족, 수요기업의 사용기피 등 문제점들이, 10년이 지난 20092차 기본계획에서 단어만 바뀌어 또 등장했다.

 

20133차 기본계획에서도 첨단소재 경쟁력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동안 부품에 치중됐던 정책 중심이 한때 소재로 옮겨진 적도 있다. 대일 무역 역조의 근본원인으로 소재 경쟁력이 지목된 것이다. 2016년 마지막으로 나온 기본계획에서도 핵심 소재의 기술 경쟁력은 다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소재 쪽의 국산화율을 살펴보면 10년 전, 20년 전 지금의 국산화율이 크게 다르지가 않다. 2019년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는 지난 20년 동안 기본계획에 들어갔던 내용들이 모두 담겨 있다. 그 동안의 우리 투자가 과연 제대로 된 투자였나를 점검할 때이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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