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걸으면 운명이 바뀐다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9/11/05 [09:56]

잘 걸으면 운명이 바뀐다

새만금일보 | 입력 : 2019/11/05 [09:56]

 

만보 걷기를 실천한 게 이제 5년이 되었습니다. 목표는 10년 동안 만보 걷기를 해서 걷기의 달인이 되고 여건이 허락되면 걷기 강사도 되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매일 걸은 데이터를 잘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제 반은 온 것 같습니다.

문제는 걷기의 실제적인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강검진을 받아 보면 특별히 좋아진 것도 악화된 것도 없습니다. 별다른 근육 운동을 따로 하지 않는데 5년 동안 근육량은 아주 조금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근육 운동을 하지 않는데도 줄어들지 않는 걸 효과로 보아야겠지만 무언가 미흡합니다. 사실 걷기의 단점이 근육 증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천천히 걷는 것은 사색이나 아이디어 얻는 데는 최고지만 근육 키우는 데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거든요.

어느 날 시내를 걷고 있는데 젊은 여자가 저를 앞질러 저만치 걸어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도 따라가려고 빨리 걸었는데 이전처럼 ‘씽씽’ 날아다닐 정도의 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럴 수가! 한때 아내는 제 걷는 게 작은 독일 병정 같다는 말을 했는데, 5년을 걸었음에도 속도가 느려진 게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걸으면서 부족해지기 쉬운 근육은 상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푸시업(팔굽혀펴기)도 하고 문에 턱걸이 바(bar)를 설치하여 오며 가며 매달려 보기도 했습니다. 근육 체질이 아니어서 그런지 턱걸이는 꽤 하다가 어깨가 아파 그만두었습니다. 그래서 선택을 한 게 악력기입니다. 악력기는 TV를 보면서 할 수 있고 회사에서 쉴 때 잠시 할 수도 있습니다. 말이 악력기이지 실상은 팔뚝 근육을 키워 주는 장치입니다. 그렇지만 평소 걸을 때 악력기를 들고 다니기는 좀 민망합니다.

그러던 중 우리나라 사람으로 일본의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에서 근육에 관해 연구하는 김헌경씨의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근육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노후에 더 중요했습니다. 근육이 약하면 잘 넘어지고, 다쳐서 자리에 누우면 그 길로 쇠약해져서 자리보전을 하게 됩니다. 외할머니가 그랬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 외할머니는 저희를 배웅해주느라 서 계시는 데 개가 목줄을 다리에 감아버렸습니다. 그걸 모르고 한 발을 내딛다가 그만 넘어져 대퇴골을 다쳐 쇠못으로 뼈를 이었습니다. 그렇게 넘어지고 돌아가실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근육이 약하면 요실금도 생깁니다. 요실금이 생기면 겁이 나서 외출을 못합니다. 외출을 못하면 우울해지고 급기야 건강도 약해집니다. 엉덩이 근육은 몸의 중심축을 잡아주고 복근은 장기를 제자리에 바로 위치하게 해주고 요추 건강에도 영향을 줍니다. 특히 다리 근육은 중요합니다. 장딴지 근육은 혈액순환을 촉진해 심장의 부담을 덜어 주고 허벅지 근육은 일상 생활 활동 전반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간이나 췌장이 미처 처리 못하는 찌꺼기를 처리해줍니다. 일종의 보조 하수처리 시스템인 거죠.

책에서 권유한 처방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10센티 보폭을 넓혀 걸어라’. ‘세상에! 이걸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시 실천을 했습니다. 보폭이 50센티라면 20% 정도 보폭을 늘리는 셈입니다. 설령 10센티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런 기분으로 걸으면 됩니다. 팁에 불과한 것 같지만 효과는 컸습니다.

제가 걸으면서 관찰한 효과입니다. 오른발을 10센티 더 넓게 디디려면 왼쪽 다리의 근육이 튼튼해야 합니다. 다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 그리고 보내는 동안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되면 왼 다리의 엉덩이 근육과 허벅지 근육에 강하게 자극이 갑니다. 엉덩이 근육에 자극이 가면 자연스레 항문 근육 죄는 운동도 됩니다. 나이 들어 엉덩이가 처지는 분들께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오른발을 디디고 나서 다시 한 걸음을 옮길 때면 멀리 있는 왼 다리를 앞으로 보내기 위해서 오른 발이 땅을 강하게 박차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종아리 근육이 힘을 발휘해주어야 합니다. 이를 반복하여 걷게 되면 종아리 근육, 허벅지 근육, 엉덩이 근육이 모두 발달하는 걸 느끼게 됩니다. 큰 보폭으로 걸으면 자연스레 걸음 속도도 빨라집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악력기 대신 손가락을 그냥 힘 있게 굽혔다 폈다 해도 악력기 운동 효과를 봅니다. 각 손가락의 두 번째 마디 부분을 강하게 천천히 꺾었다가 다시 천천히 펴면 됩니다. 손목의 방향을 달리하면서 이 운동을 하면 팔뚝의 다양한 부위의 근육이 발달합니다. 이 운동은 걸어가면서 해도 되고 신호등 대기할 때나 회의할 때도 틈틈이 하면 됩니다.

이로써, 걸으면서 종아리·허벅지·엉덩이·팔뚝 근육을 발달시키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걸은 지 한 달 되어갑니다. 요즘 시내를 걷노라면 사람들이 뒤로 휙휙 지나가는 걸 봅니다. 걸음 속도가 빨라져 다리 근육이 붙고, 근육이 강해지니 걸음이 빨라지면서 다시 근육이 붙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기대해봅니다. 보폭을 크게 해서 빨리 걸으려면 균형감각도 발달하게 되겠죠. 한달 남짓 되었지만 다리에 충실한 힘이 들어가 있는 걸 느낍니다. 나이 들어가면서도 젊을 때 걸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운동은 한두 달 하고 말게 아니라 밥 먹듯 평생 습관이 될 걸 찾아야 합니다. 생활의 좋은 습관이 운동으로 연결되면 좋겠죠. 1년, 10년, 20년 이렇게 좋은 운동 습관을 지속하면 인생의 운이 바뀌게 됩니다. 걸음이 젊으면 사람도 젊어 보입니다. 10센티 넓게 하루 만보 걷는 걸로 여러분의 노후 운이 좋아지길 기대해봅니다.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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