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신예작가초대전 - ①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20/03/24 [20:39]

제29회 신예작가초대전 - ①

새만금일보 | 입력 : 2020/03/24 [20:39]

 

제29회 신예작가초대전이 26일부터 4월 8일까지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열린다.

신예작가초대전은 2020년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작가들의 미술계 데뷔전이다.

젊고 패기 있는 작품성을 각 대학이 보증한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올해는 복솔비, 이가인, 정민수, 정혜린, 정혜윤, 조명상, 최미숙, 한나라, 한주연, 허예민, 홍채린, 황록휴 등 12명의 작가가 새롭게 선보인다.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세번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복솔비, 이가인, 정민수, 정혜린 작가다.

 

△복솔비 '십보방초'

복솔비 작가는 한지와 금속으로 표현한 잠재적 미래 '십보방초(十步芳草)'를 선보인다.

인간이 자신의 형상을 마음속에 그려보는 것은 자신에 대한 ‘심상'을 외부세계에 표출해 보는 것이라고 허버트 리드는 말한다.

복솔비의 작업에 등장하는 형상은 자신의 형상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고 모든 인간들을 아우르며 대신해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가장 자연적 재료인 한지와 가장 현대적 재료인 와이어, 실리콘을 이용해 인간의 외형과 내면세계를 표현한다.

또 추상적 형태와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들 재료들의 표현은 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욱 확실하게 자신의 영적 감흥을 재탄생시키고 있다.

복솔비의 작업에서 재료에 대한 탐구는 그녀의 작품철학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각 재료들이 가지는 물성적 특성들이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지, 와이어, 실리콘의 사용은 작품의 지속성과 전달력을 위한 것이 그 출발점이었겠다.

그러나 주변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들의 조합은 흔히 만나는 사람들의 잠재적 생각과 미래를 표현하는데 너무나 적합한 소재들이 됐다.

매우 친숙하고 보편적인 재료들이 복솔비의 생각과 손을 거치면서 매우 특별하게 서로 연결되고 동화돼 탄생되는 것이다.

 

△이가인 '절규'

이가인 작가는 도자(Ceramic)라는 매체의 특성을 활용해 작가 본인의 얼굴을 표현했다.

연작으로 제작되는 이 작품은 자화상을 원형으로 과장, 왜곡, 변형한 것으로써 해부학적 지식에 근거한 세심한 인체 표현과 재료의 물성표현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점토가 가지는 부드러운 성질과 이것을 감싸고있는 차갑고 날카로운 유리질은 마치 자신의 내면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초점없는 눈빛과 부셔진 얼굴에서 느껴지는 상반된 분위기는 욕망을 감내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얼굴을 왜곡 변형시킴으로써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아낸다.

작가는 연작을 통해 스스로의 성장일기를 써나가고 있다.

세상 만물이 그렇듯이 변화를 하거나 성장을 하기위해서는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

흔히들 성장통이라고 말하는 과정을 겪어야만 비로소 일정부분 변화에 익숙해지거나 성장을 하게 된다.

작가 이가인도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다.

늘 함께했던 친구들과도 이제는 함께할 수가 없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작가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야만 하는 현재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이번 전시작품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민수 '나누다, 잇다 3'

정민수 작가는 현재의 경험이 과거의 기억을 편집한다는 뜻을 담은 '나누다, 잇다 3'을 선보인다.

인간은 하나의 단편적 형상으로서가 아닌 환경과 감정, 경험 등의 복합적인 요소들이 유기적인 관계로 이뤄져있다.

유아기의 체험, 유년시절의 기억 또는 사건의 경험은 시간이 지나 과거가 되지만 사라지지 않고 기억 한편에 남아 현재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요소들이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확장하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고 삶이 된다.

"현재 내가 바라보는 과거는 많은 것들이 각색돼 있을 것이다. 정확하게 과거는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현재는 과거를 정확하게 기억해내지 못하고 마치 초점 흐린 카메라처럼 그 실루엣만을 기억할 뿐이다"

정민수는 이러한 경험의 표현을 현재 겪고 있는 경험이라는 필터를 한번 더 입혀서 바라보게 되고 경험들을 편집한 기억을 담아 새로운 화면으로 표현하고 있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하며 자라온다. 경험이 온전히 자신이 스스로 겪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나와 내가 살면서 겪어오지 않았던 무언가가 나에게 자극을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극은 매우 미미해서 자극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매우 커서 앞으로 나의 행보를 바꾸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경험이 나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이전의 나와 같다고 볼 수 있을까? 여기서 나는 경험이 과거의 나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며 그 자체로 과거의 나와 현재를 구분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민수는 작품에서 생활의 모든 순간 또는 경험들을 진지하게 마주하고 일상의 Circles에서 촉발되는 장소를 쉐어하거나 스스로 그러한 곳에 자연스럽게 머물며 스스로를 질문한다.

 

 

△정혜린 '돌아오다'

정혜린 작가는 산행을 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덤덤히 그림에 옮겨놓았다.

부식된 함석판으로 된 화면에는 멀리 높은 산 봉오리가 보이고 아래쪽에는 얽히고설켜 있는 사람들이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의 덩어리는 흡사 산의 모습과도 같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모여 각자의 이야기에 목청높이며 살아간다.

혼자를 꿈꾸지만 어쩔 수 없이 또는 선택에 의해 그 덩어리 속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멀리 산을 동경하며 살아간다.

그들이 동경하는 산은 어쩌면 모든 것을 관장하는 절대자이기도, 각자의 자아이기도 하다.

부식을 통해 얻은 함석판의 녹(산화됨)은 단단한 것이 허물어지는 시간이 흐름을 이야기 한다고 한다.

단단한 함석판이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산화돼 그것이 처음 나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은 삶의 영속성이다.

시간이 흘러 앞 사람의 목소리는 사그라져 가고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나는 없지만 누군가에 의해 공동체는 계속되고 그앞사람은 먼 산이 됐다.

앞에 놓인 작은 밥상은 둥근 모양으로 허물없이 모이는 원탁이면서 최소한의 사람만 마주할 수 있는 마이크로 공동체를 이야기 한다.

다수가 모이기에는 다소 비좁지만 모인 사람들 간의 끈끈한 연대의 공간이다.

밥은 나누면 성찬이요 서로 먹겠다고 나서면 다툼의 근원이다.

녹슨 상의 등장은 끊임없이 순환하는 삶의 고리에서 함께 나누는 성찬이 되기를 바라는 제사다.

작가는 이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간다.

작가는 “사람들은 살아가는 속에서 혼자를 꿈꾸고 혼자 있기에 사람을 원하며 다시 혼자를 그리워한다. 산다는 건 이 혼자와 함께의 순환인것 같다”고 말한다. /이인행 기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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