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마당 세대의 실상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20/09/21 [06:38]

북한 장마당 세대의 실상

새만금일보 | 입력 : 2020/09/21 [06:38]

 

 

 요즘 북한에는 이른바 "장마당" 세대라는 새로운 세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 장마당 세대에 의해 북한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장마당 세대는 기존의 북한 주민들과는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왕조에 대해 충성심이 극히 희박하다. 물론 장마당 세대들도 김일성 주체사상에 세뇌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 왕조에 대한 충성심은 거의 없다. 새로운 세상인 장마당을 만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장마당에는 단순히 음식과 옷가지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영화와 K팝을 담은 비디오와 USB, DVD 등을 구할 수 있다. '타이타닉'과 같은 미국 영화에서부터 미 프로레슬링까지 다양한 것들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한국 드라마를 본 많은 북한 젊은이들은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장마당 세대는 암시장에서 자랐고 물건을 사고파는데 익숙하다. 이는 '성분'이라는 일종의 계급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북한 당국의 통제 수단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마당 세대들은 부()를 누리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김일성 주체사상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장마당으로 불리는 암시장이 북한을 조금씩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장마당 세대들이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장마당이 확산되면서 시장경제가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탈북 주민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북한 정권은 주민의 탈북을 막으려고 중국 국경과 가까운 두만강 일대 일부 마을을 없애고 있다.

 주민들을 중국 국경에서 먼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기도 했다. 함경북도 온성군의 한 마을은 100여 가구를 한꺼번에 허물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북한 정권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곳이 바로 장마당이다.

 많은 북한 주민들은 지금도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 그러나 고난의 대행군 시절에 일어난 대량 아사와 같은 고통은 줄었다. 늘어나는 장마당 덕분이다. 장마당을 통해 먹고 사는 문제를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장마당은 공산주의식 배급사회에서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시장 형태다. 장마당이 북한에 처음 등장하게 될 때 공식 명칭은 농민시장이었다. 그 뒤 주민들은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 자연발생적 시장 형태인 장마당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1990년대 중반에 현재 형태의 합법적인 상설시장으로 공식화된 것이다. 북한의 경제와 사회 활동이 장마당과 깊이 연계돼 있다. 일종의 암시장 거래처럼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물건을 팔고 사는 기본적 상행위는 물론이다. 무역거래, 화폐교환, 구인구직, 인력시장, 정보교환, 사설금융, 부동산 거래 등이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의약품 거래도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상 북한 지하경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장마당을 단속하고 제한하고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장마당은 이제 북한 정권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심각하고 예민한 사회현상이 되었다. 배급을 받지 못하는 북한 주민에게 장마당이 스스로 먹고 살게 하는 공간이 됐다.

 감시·감독을 맡은 자들조차 이를 눈감고 한통속으로 살아가고 있다. 뇌물 거래는 공공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마치 악어와 악어 새 같은 공존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북한의 장마당이다.

 장마당 개장 시간을 제한하거나 질서를 지키게 하는 정도에서 적당하게 단속하고 있을 뿐이다. 갈수록 장마당의 영향력이 북한 사회 곳곳에서 은밀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는 일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제 주민들의 욕구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주민들은 공산주의 국가든 민주주의 국가든 국가 체제에 대해서는 어느 것에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저 내 소유가 늘어나고 부자가 되는 길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욕구만이 강할 뿐이다.

/정복규(통일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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