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산 저수지 구불 길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20/09/24 [18:11]

옥산 저수지 구불 길

새만금일보 | 입력 : 2020/09/24 [18:11]

 

 

지난여름에 군산 옥산(玉山) 저수지를 가려다가 되돌아 온 적이 있다. 군산의 대표적인 저수지로는 군산시민의 휴식공간인 은파유원지와 군산비행장 옆 옥구저수지 그리고 옥산저수를 들 수가 있다. 옥산은 군산시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쪽은 군산시 개정면, 서쪽은 옥구읍, 남쪽은 회현면, 북쪽은 군산시 수송동과 개정동을 이웃하고 있다. 야트막한 옥산에 하얀 돌이 있다하여 옥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데, 원래 옥구현에 속한 지명이다. 분지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옥산저수지 수변 구불길이 나있는데 예전에 식수로 사용하여 저수지 주변에 인가하나 없는 자연그대로 울창한 소나무, 굴참나무, 대나무 숲과 물버들 군락을 이룬 습지로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다. 비단강이라 부르는 금강하구를 품은 갯벌과 민물이 교차하는 옥구평야의 기름진 들판과 넓은 바다위에 나지막한 산이 기러기처럼 둥둥 떠 있는, 산이 떼로 모였다 하여 군산(群山)이라 했다한다. 이 곳 옥산 저수지 구불 길과 함께, 군산의 또 다른 구불길은 비단강길, 햇빛길, 큰들길, 물빛길, 달밝음길, 탁류길, 새만금길, 고군산길 등 8개 코스가 있다. 아직은 좀 이른 감이 있지만 11월 만추에 걷는 코스 중 옥산저수지 둘레길이 제격이다. 구슬뫼(玉山)란 지명에서 알 수 있듯 평화로운 저수지를 둘러싼 그리 높지 않는 작은 산들로 마치 구슬을 꿰어 놓은 듯 올망졸망한 산봉우리가 하나로 연결 되어있다. 1939년 일제 때 옥구평야의 쌀을 수탈하려고 다섯 마을을 이주시켜 그 자리에 조성된 옥산저수지는 상수원 보호지역으로 입산금지를 했다가 최근에 개방됐다. 옥산면사무소에서 산모퉁이를 돌아 가다보면 200여 미터 떨어진 주차장과 저수지 둑과 양수장관리사무소가 나온다. 제방 경사지 오른편에 하얀 억새군락지를 지나면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저수지를 감싸 안은 노송이 호수 위에 비친 물그림자가 일품이다. 솔잎이 푸석푸석 깔려 있는 기분 좋은 솔 내음을 따라 오솔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능선을 따라 걷는 등산길과 호숫가를 걷는 수변길이 나오는데 나는 수변길을 택했다. 호수 둘레가 13.8km 로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주변 작은 산들이 섬처럼 보인다. 소나무 숲길과 연결된 하늘을 찌를 듯 쭉 뻗은 갈참나무가 초가을 노란 단풍이 한잎 두잎 물들기 시작한다. 금년에는 사흘이 머다 않고 비가 내린 탓인지 음침한 습지마다 물이 고여 등산화가 푹푹 빠져 드는 대나무 숲길이 가로 막는다.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한 대숲길이 또 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먹이를 찾아 땅을 뒤집은 멧돼지의 선명한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오싹 무서움증이 들기도 한다. 어디서 무거운 맷돌을 질컥한 습지에 깔아 놓았는지 그 수고로움에 맷돌을 밟고 가는 고마움이 들기도 한다. 대나무 숲길을 빠져 나와 한참을 구불길을 돌아서니 진짜 습지인 물 버들 군락지가 나온다. 골짜기마다 온통 물이 흐르고 발이 빠져 한 발짝도 건너지 못할 곳에 목책으로 다리를 놓아 지친 몸을 쉬어가게 하는 풍치 좋은 여유로운 쉼터다. 나무다리에 앉아 물버들을 보니 옛 시인의 시한 구절이 떠오른다. <멧버들 가려 꺾어 임께 보내고, 자실은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봄비에 새잎이 나거든 날인 줄 여겨 주소서 -홍랑> 사랑하는 정든 임을 보내기가 아쉬워 홍랑이라는 여인이 멧버들 가지를 뚝딱 꺾어 임께 주면서 들창가 아무 곳에나 꽂아두면 봄비에 새잎이 날 테니 그 때 그 버들잎을 보고서 날인줄 알라는 멋들어진 시다.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서 멧버들 습지를 뒤로하고 청암산 등허리를 돌아 구불5길에 당도하니 또다시 습지가 나온다. 아마도 옥산 저수지에 저수위를 채우느라 습지에서는 밤낮 쉴 새 없이 적은 물줄기가 흐르나 보다. 옥산의 주산으로 청암산 정상에 서면 군산 시내와 저 멀리 금강하구 둑 너머 하얀 물줄기가 보인다. 감청색 짙은 옥산호수에는 노랑, 파랑, 붉은 단풍이 묘하게 한데 어우러져 호수 물빛은 어느새 오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 바다를 품고 걷는 군산 구불길 등 전북도는 도내 4개 지역 걷기 여행길 정비 사업을 통해 둘레길 명소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단다.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37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걷기 여행길 정비 사업은 군산 구불길과 남원 지리산 둘레길, 장수 백두대간 둘레길, 장수 토옥동 등이 그 대상이다. 특히 올해는 안정적인 사업비 확보로, 산책로 바닥 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안전구조물 등도 정비해 이용객들의 안전한 둘레길 탐방로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군산 구불길과 남원 지리산 둘레길은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노면을 정비하고, 통합적인 안내체계 구축과 안전시설, 쉼터,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 설치에도 심혈을 기우리고 있다. 군산 옥산저수지 수변길과 군산 도처의 구불길도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로 군산 6개면 3개동에 있는 걷기 좋은 길이 마련되어 국민건강과 정서와 관광지로 거듭나 부가가치를 노릴 수 있는 사업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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