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에 듣는 소(丑) 이야기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21/01/03 [15:21]

'신축년'에 듣는 소(丑) 이야기

새만금일보 | 입력 : 2021/01/03 [15:21]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올해는 무슨 띠의 해이며 그 해의 띠 동물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올해는 여유와 평화의 상징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다. 소는 우리와 가장 친숙한 동물로 우직하고 충실함의 상징이다.  역사와 문화 속에 등장하는 소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알아보자.

 

# 십이지 두번째 자리
소띠 해는 을축(乙丑), 정축(丁丑), 신축(辛丑), 계축(癸丑)의 순으로 육십갑자에서 순환한다. 십이지의 두번째 자리에 해당되는 소(丑)는 방향으로는 북북동, 시간적으로는 새벽 1시에서 3시, 달로는 음력 12월을 지키는 방향신(方向神)이자 시간신(時間神)이다. 소를 이같이 배정한 것은 소의 발톱이 두 개로 갈라져서 음(陰)을 상징한다는 것과 그 성질이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아 씨앗이 땅 속에서 싹터 봄을 기다리는 모양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우리민족과 소
소는 우리나라의 농경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뛰어넘어 마치 한 식구 처럼 생각돼 왔다. 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노동력일 뿐 아니라 운송의 역할도 담당해왔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비상금고의 역할까지 했다.
'생구'라 부르며 한집에 사는 하인이나 종처럼 쉽게 취급했던 것도 우리민족이 소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농사가 중요한 생업이었던 시절 소는 그 힘의 사용 즉, 축력의 사용에 있어 요긴한 동물이었다. 오래된 농기구들을 보면 우리민족이 소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알 수 있다. 소가 이끄는 힘을 이용해 땅을 파고 뒤집어 비옥하게 만드는데 쓰이는 쟁기, 씨 뿌릴 골을 파거나 흙을 일어 논밭을 고르는데 쓰는 꺼래, 소등에 얹는 기구인 빌마위에 걸쳐 거름 등을 싣는 옹구 등은 모두 소를 이용한 농기구로서 조상의 지혜와 농사에 참여한 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 밖에 벼, 보리, 조, 수수 등의 곡식을 찧기 위해 소에 메어 울판을 돌리는 연자방아와 짐을 실어 나르는 수레에도 소는 중요하게 이용됐다. 지금은 모든 것이 현대화 됐지만 전통사회에서 소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농사의 주역이었다.
이처럼 우리민족에게 소는 가장 친숙했던 동물이었다. 그래서 소에 대한 배려도 각별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짚으로 짠 덕석을 입혀 주고, 봄이 오면 외양간을 먼저 깨끗이 치웠으며, 겨울이 올 때까지 보름마다 청소를 해 주었다. 이슬 묻은 풀은 먹이지 않고, 늘 솔로 빗겨 신진대사를 도왔으며, 먼 길을 갈 때에는 짚으로 짠 소신을 신겨 발굽이 닳는 것을 방지했다.
우직하고 순박해 성급하지 않는 소의 천성은 은근과 끈기, 여유로움을 지닌 우리 민족의 기질과 잘 융화돼 선조들은 특히 소의 성품을 아끼고 사랑해 왔다.

 

 

# 전통문화속의 소
고구려의 고분의 벽화에서 다양하게 묘사된 소를 볼 수 있다. 벽화속의 소는 여물을 먹는 모습, 가마나 달구지를 끌고 가는 모습 등 일상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우리민족이 삼국시대에 이미 농경에 소를 꾸리는 우경을 시작했고 일상에서 우차를 사용했다는 것을 잘 알게 한다. 청동기에 12지상 중에서도 소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의 몸에 동물의 머리를 하고 앞으로 두 손을 모으고 있는데 섬세한 제작 기법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토우 가운데서도 소가 남아 있다. 길게 뻗은 뿔이 물소를 연상케 하는 소는 떡 벌린 앞뒤 발과 돌진하듯 숙인 머리가 강인하고 저돌적인 인상을 준다. 또한 선비들의 시문, 그림, 도가 등에 자주 등장한다. 특히 조선시대 선비들은 도가적인 이상 세계를 동경하며 그러한 성향을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소는 특별히 사랑받는 동물로서 자주 등장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농촌 풍경이지만 여유로운 일상이 묻어나는 그림 중에 김홍도의 경작도는 쟁기를 끌고 가는 황소와 농부, 개, 나무아래서 정담을 나누는 노인들의 정겨운 모습이 잘 표현됐다. 행동은 더디지만 묵묵하게 주어진 일을 하고 세상에 흔들림 없이 유유자적하는 한가로움이 하나의 귀감으로서 어필했던 것이다. 소의 형상에는 금속공예품인 제기에도 나타나는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동물이었다.

 

# 근면과 성실의 상징
소가 지닌 타고난 생태적 성질과 그로부터 유래한 사회문화적 특성은 종종 종교, 사상, 언어나 구체적인 사물 등에 상징요소가 됐다. 우직하지만 온순하고 성실하며, 끈질기고 힘이 세지만 사납지 않다고 하는 소의 기질이 일상생활 곳곳에서 상징화돼 자리하고 있다.
호랑이의 위협으로부터 주인을 구한 소의 이야기 '의우총'은 우직한 충성심을 유교적인 윤리인 충(忠)으로 상징화하고 있다. 소를 타고 가는 목동의 모습을 그린 '화조도'에서는 세상사를 초탈한 도교와 소가 곧 사람의 참된 본성이라는 불교가 동시에 떠오른다. 또 풍수지리에서는 소가 누운 모양[臥牛形]이나 뱃속 모양[牛腹形]과 같은 땅을 명당으로 여겼다.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 '소가 말이 없어도 열두가지 덕이 있다' 등의 속담도 소의 근면함을 들어 인간에게 성실함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 놀이와 소
소싸움 놀이는 소의 끈기와 힘을 겨루어 승자를 가리는 민속으로 풍년을 염원하며 행해지는 한바탕 축제다. 세계적으로 투우를 통한 축제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우리나라의 소싸움은 천년을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깊다. 평산 양주 일대에서 전승되는 투우관련 민속에 소놀이굿이 있다. 소놀이굿은 풍농과 집안의 번창을 숙원하는 의미에서 행해졌는데 일명 소놀음굿, 소굿, 마부타령굿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짚이나 멍석을 이용해 소 모양을 만들고 그 안에 대여섯 사람이 들어가 소 노릇을 한다. 이들은 마부, 무당과 함께 풍악을 울리고 화소를 나누며 논다. 그리고 소를 몰고 마을을 돌며 풍년을 기원하는데 이 때 음식과 돈을 내놓는 등 흥겨운 연희가 계속 된다. 대보름 전날 소에게 먹이를 주며 한해 농사에 풍농을 점치는 풍속이 있다. 사람들이 먹는 오곡밥을 쇠죽에 섞어 먹일 때 소가 곡식을 먼저 먹으면 쌀 풍년, 콩을 먼저 먹으면 목화풍년'을 점치는 "소밥주기"가 그것인데, 대보름 날에는 밥과 떡을 차려서 외양간 앞에 놓고 소가 일년 동안 사고 없이 일 잘하기를 빌기도 했다. /이인행 기자 (자료수집=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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