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몹쓸 병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23/04/28 [13:46]

세상에서 가장 몹쓸 병

새만금일보 | 입력 : 2023/04/28 [13:46]

 

 

‘내 집에서 훔쳐간 고기와 과일칼 등 모든 것 안 가져오면 경찰에 신고할 테니 그리 알라 너 같은 도둑놈은 처음이다.’엊그제 까지만 해도 둘이서 점심도 같이하고 역사,문학에 대한 토론과 우정 어린 담소도 나눴다. 나를 만나면 고향친구로는 자네뿐이라며 하루가 멀다며 전화를 해대던, L선배가 요 며칠 사이에 나를 도둑으로 몰며 정신 줄을 놓았는지 돌변을 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던 성품이 착한 그는 지난 연말쯤에 귀소본능에 따라 서울 청산을 하고 홀로 내려와, 여생을 고향에서 살다가 고향땅에 묻히겠노라며, 아파트를 전세 내어 이사 왔으니 자기 집에 놀러오라, 아니면 당신이 내 집에 찾아오겠노라고  강변을 하였다. 처음 만났을 때 옷 입는 품새며 언행이 예전 같지 않아 좀 이상한 감이 들었으나 심신의 노화로 인한 하나의 과정인 줄 알았다. 마침 어느 행사에 L선배를 동반하여, 점심을 같이 했는데 허겁지겁 며칠을 굶은 사람처럼 체면도 없이 장시간 마구 먹어대었다. 홀로사니 먹는 게 부실하여 그런 가 했는데 몇 차례 음식점을 갔는데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였다. ‘왜 가족과 함께 내려오지 안했느냐’ 고 물으니, 당신 차는 5년 전에 자식들이 팔아버렸고 면허증도 반납했다. 갑자기 기억력이 나빠져 어제 한 일도 잊어버린다며 기억력 좋아지는 약을 먹고 있다고 엉뚱한 대답과 함께 자기병을 실토를 하였다. 내심 설마 의심했지만 비로소 치매환자라는 것을 확증하였다. 아!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이 앞섰다. 치매환자에 도움이 될 만한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해봤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나를 만나고 싶으면 주일마다 교회에서 만나 대화도 나누고 따뜻한 점심과 함께 성황산 산책을 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런데 그 약속도 잊어버려 전날에 단단히 주지시켜야 했고, 점심 후 수목이 우거진 성황산 산책을 하게 되었으나 그것도 몇 차례에 불과하였다. L선배는 며칠을 두고 밖에 나가기를 졸라대기에 동학농민혁명의 기포지인 백산성과 정읍황토현과 동학기념관을 돌아본 그날의 L선배는 어린애처럼 무척이나 좋아하였고, 어느 때든 자기를 데리고 밖에 구경 가줄 것을 간곡히 호소를 하였다. 그 후로도 거의 매일 전화가 왔다. 익산보석박물관에 가자, 전주시 문화행사에 가자는 등 유, 초등학생 보채듯 하여 솔직히 말해 어느 때는 귀찮기도 하였다. 때마침 시간여유가 있어 그의 집을 방문하였다. 아파트 문을 여니 방안에서 악취가 풍겨 나왔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반찬이 거의 상해 있었고 반쯤 썩은 돼지고기를 발견하였다. 빨리 버려야 한다며 개나 주자며 비닐봉지에 싸놓았다. 방안은 먼지투성이며 화장실은 언제 청소를 했는지 누런 변이 끼어 있었고, 주방 냄비는 새까만 기름때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 세재로 깨끗하게 닦아 주방정리를 해주었다. 나는 일시에 청소하는 파출부가 된 셈이다. 마트에 가 장을 볼 때 한, 두끼 먹을 정도만 적게 사오시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뒤 돌아 설 때 서글픈 연민의 정이 앞섰다. 인생은 생노병사(生老病死)라지만 이렇게 허무 할 수가 있을까. 잘 아는 홀로 사는 K후배는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해 뜨는 아침과 해가 질 저녁 무렵이면 비가 오나 눈이오나 매일 드라이브를 원하여 변산 바닷가 일주를 하는 효자로 소문이 났다. ‘이 사람아 장가를 가야지!’ 하면 어느 여자가 치매든 노모 수발을 하겠느냐면서 손사래를 쳤다. 년 전에 치매든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홀로 살고 있다. ‘니가 누구여?’ 금방 밥을 먹었으면서도 밥을 안준다며 소리소리 지르고 자해를 하며 온 방안을 오물 투성이로 만드니... 장병에 효자 없다는 말과 같이 어느 자식인들 돌보려 하겠는가.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세상에서 가장 몹쓸 병이 치매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숫자가 70여만 명에 달하고, 7년 후에는 거의 배에 해당하는 130만 명에 달하게 될 것이라는 보고다. 100세 장수시대를 맞아 고도의 물질문명의 발달과, 이에 반해 정신문화는 날로 퇴락해가는 극도의 개인주의와 핵가족 시대에 정신건강에 심각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유교에서 말하는 오복(五福)중의 하나가 고종명(考終命)이라고 했는데, 건강하게 살다가 죽을 때가 되면 잘 죽어야 한다. 이런 몹쓸 병에 걸려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 서로가 상처만 남긴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고 슬픈 일일까. 그러나 죽음이란 게 인간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고령화 시대에 치매검진과 치료와 요양에 따른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건강을 위한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며, L선배의 치매가 더 이상 진전 안 되게 전 가족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요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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