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 봉지에서 시작된 나눔이 전주시 전체에 온기의 물결을 퍼트리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전주시가 시작한 ‘전주함께라면’이 만들어 가는 나눔의 문화가 시민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전주시는 6개 종합사회복지관에 라면 카페를 마련해 누구나 라면을 기부하고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자발적?장기 은둔형 고립 가구들이 라면 한 그릇에서 비롯한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주함께라면’을 통해 만들어지는 ‘나눔의 선순환’에 대해 살펴보겠다. / 편집자 주
▲ ‘전주함께라면’으로 퍼지는 온정의 물결 전주시가 지난 6월부터 운영 중인 자발적·장기 은둔형 고립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위한 전주형 특화사업 ‘전주함께라면’이 나눔의 가치를 지역사회에 퍼트리며 시민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전주함께라면’은 전주시와 △학산종합사회복지관 △평화사회복지관 △전주종합사회복지관 △전북종합사회복지관 △선너머종합사회복지관 △큰나루종합사회복지관의 전주지역 6개 사회복지관이 함께 하는 사업이다. 복지관 내부에 라면 카페를 조성해, 라면을 기부하고 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전주 고향사랑기금 1호 사업으로 고향사랑기금 2천만 원을 포함한 총 4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각 사회복지관 내에 공유공간을 조성하고 라면장 및 무인라면조리기 등을 비치했다. ‘전주함께라면’의 핵심은 바로 ‘누구나 놓고 가고, 누구나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주시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지금껏 복지의 울타리 속에 들어오지 않고 숨어있던 자발적·장기 은둔형 고립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각종 복지제도와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도록 돕게 되는 것이다. 복지제도가 고도화돼 위기가구를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과 긴급 지원이 마련돼 있지만, 제도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해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들이 꾸준히 벌어져 왔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전주시는 공공요금 체납과 단전, 단수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통합사례관리와 연계해 발굴하는 한편, 원룸·다가구주택에 상세주소를 부여해 누락을 최소화했다. 또 전주우체국과 협약을 맺은 복지등기 우편사업을 통해 집배원이 위기가구 의심 대상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초거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위기가구 발굴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전주함께라면’이 더해져 복지 안전망을 한층 더 넓히게 됐다. 라면을 먹으러 복지관을 찾은 사람은 자신이 어떤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정보와 함께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라면을 먹으러 온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단절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끈끈한 사회관계망도 만들어진다. 기부한 라면 한 봉지가 단순한 한 끼 식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라면 한 그릇 시가 지난해 7월부터 1년여간 평화사회복지관에서 공유 무인 라면카페를 시범 운영한 결과, 1700여 명의 주민들이 이용했다. 이 중 42가구는 지원 대상 가구로 새롭게 발굴돼 복지서비스와 연계한 지원을 받았다. 실제 함께라면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한 장애인 모자는 “가까운 복지관에서 이렇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게 돼 좋다. 우리 동네에 생겨서 참 반갑다”며 기뻐했고, 20대 청년은 “라면 한 끼 맛있게 먹고 쉽게 기부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반갑다.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중학생 방문자는 “학교 끝나고 배고플 때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곳이 가까운 복지관에 생겨서 좋다”고 말했고, 손주와 함께 방문한 조손가정 할머니는 “맨날 라면 끓여달라는 손주랑 함께 여기서 먹으니 너무 좋다”며 미소를 띠었다. 또한, ‘전주함께라면’을 찾은 방문자들은 지역 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상담 및 지원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전주함께라면’은 아무런 제한 없이 전주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하는 지역사회의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 각계각층 다양한 기부 행렬 ‘줄줄이’ 정식 운영을 시작한 6월 이후 주민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 5천 명이 넘는 시민이 함께라면 카페를 이용했다. 이 같은 ‘전주함께라면’의 취지에 공감한 각계각층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본격적인 운영 시작에 앞서, 1호 기부자로 나선 우범기 전주시장을 비롯한 전주시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라면을 6개 복지관에 전달했고, 이어서 기독교와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국내 4대 종단이 전주시와 협약을 맺어 ‘전주함께라면’을 통한 나눔의 정신을 함께 실천하기로 했다. 또 지난 9월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라면기업인 ㈜농심과 전북대학교가 ‘전주함께라면’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시와 전북대학교, ㈜농심 호남영업본부는 지난 9월 ‘전주함께라면’ 사업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청년의 사회적 고립 예방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전주지역에 소외된 은둔 고립 청년 발굴을 위한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농심은 전주지역 6개 사회복지관에 라면을 정기후원하기로 약속했다. 간편하게 살 수 있는 라면을 통한 기부인 만큼 라면과 성금 등 일반시민들의 릴레이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선너머종합복지관에 기부한 한 시민은 “기부가 부담이 없어서 참 좋고, 운영하면서 라면이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을 주면 기부하겠다”고 말했고, 평화사회복지관 기부자는 “음식을 기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는데, 라면을 같이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누구나 편하게 기부하고 나눌 수 있게 돼 참 좋다”고 말했다. 시는 ‘전주함께라면’이 고립 위기를 극복하는 지역사회 커뮤니티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해 더 많은 사람이 기부하고 더 많은 사람이 먹는 ‘나눔의 선순환’을 키워 갈 계획이다. 전주시 생활복지과 관계자는 “누구나 배고플 때 부담 없이 들어와 뜨끈한 라면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무인복지관 공간을 마련했다”면서 “‘전주함께라면’이 더 많은 고립 위기가구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이용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새만금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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