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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산십미(完山十味)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7/03/15 [08:57]
완산십미(完山十味)는 전주 완주 일대에서 나오는 유명한 맛난 것들을 가리킨다. 전주 담배 등 두 개를 빼고 완산팔미(完山八味)라고도 한다. 첫째 파라시는 8월에 나오는 감이다. 전주의 감은 맛이 좋기로 옛날부터 유명하다. 물이 많고, 달며, 씨가 별로 없어 먹기에 좋고, 먹고 난 다음 입맛이 개운해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에다 넣으면 사르르 녹아 버린다 해서 손꼽힌다.
기린봉이나 승암산 밑에서 많이 나며 남고산, 상관동에서도 나오고 있다. 서낭골(성황사와 기린봉 밑을 말함)과 산성골(남고산 주변), 내성골(지금의 완주 대성리)에서 나는 것이 더욱 맛이 있었다.
둘째 열무는 전주 기린봉 기슭과 효간재에서 나오는 것을 손꼽는다. 어린 무우는 원래 7~8월 한더위에 김치를 담는 재료로 사용되어 왔으며 밑둥도 먹지만 주로 푸릇푸릇한 잎의 맛이 좋다. 한 여름철 소나기와 뙤약볕아래서 속히 성장하지만 응달에서 자란 것일수록 연하고 사각사각한 맛이 훌륭하다.
고추와 마늘 생강 등을 돌확에 넣고 갈아 곱게 될 때에 밥을 조금 넣어 마지막으로 더욱 곱게 간 다음 간장이나 소금을 넣어두고 미리 씻어 놓은 열무를 손으로 적당히 잡아 버무려서 담근 열무김치나 물김치 맛은 한여름 구미를 당기는 식품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셋째 녹두묵은 오목대에서 흘러나오는 녹두포 샘물을 이용하여 만든다. 천하진미로 옛날부터 전국에 널리 알려져 기호 식품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이 녹두묵은 치자로 물을 들이면 색이 노랗게 됨으로 황포묵이라 했으며 물을 들이지 않으면 청포묵이라고도 불렀다.
녹두묵의 요리법으로는 가늘게 채를 쳐서 무침을 해먹었으며 전주에서는 비빔밥에 빼놓을 수 없는 재료로 쓰였다. 옛날에는 교동 일대에서 많이 만들었으나 요즈음에는 기린봉 주변 마을 등에서 주로 나온다. 녹두묵은 쇠고기 육회를 넣어 만든 양념을 곁들여 채로 썰어 내 놓으면 밥반찬으로도 훌륭하며 전주를 찾는 외래객들이 즐겨 먹기도 한다.
넷째 애호박은 전주의 북쪽 신풍리에서 나는 호박이 유명하다. 이 호박은 한포기 줄기에서 호박이 20여 개씩 열렸으며 애호박은 여름 반찬으로 인기를 얻었다. 또한 초가을에 딴 호박은 썰어서 말린 후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였다. 특히 늦가을 서리가 내리기 전에 따서 찌면 그 맛이 달고 영양가도 높아 식용으로 즐겨 먹었으며 호박고지로 말려서 떡을 해 먹기도 했다.
다섯째 모래무지는 모래 속을 파헤치면서 생활하는 삼례 한내 전주의 남천, 서천, 남고천 등에서 많이 잡혔다. 맑게 흐르는 물속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고기 자체가 깨끗하고 맛이 담백하다. 모래무지 지짐이나 탕으로 끓여먹는 요리가 미식가들의 미각을 돋구었다. 뚝배기에 파. 풋고추, 당면 등을 넣고 갖은 양념을 하여 끓여먹는 모래무지탕은 전주의 별미 중 하나였다.
지금은 한벽당 아래 천변의 오모가리탕이 유명하여 계절에 구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버들잎에 휘늘어진 천변 평상 위에 앉아 오모가리탕에 소주를 곁들이면 풍류를 모르는 사람도 시 한수가 떠오른다.
여섯째 게는 옛날부터 한내에서 잡히는 게가 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한내 게 다리 한쪽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거뜬하다고 할 정도로 여기서 집히는 게는 성가가 높았다. 이곳에서 잡히는 게는 털이 없는데 그 맛이 특출하여 진상품으로도 들어갔다.
한내뿐만 아니라 게가 잡히는 곳은 전주 남천, 서천, 남고천, 반석천, 다가천, 가련천, 삼천 어디서나 잡혔으며 그 맛 또한 한내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주천에서는 게와 비슷한 것도 발견할 수가 없다. 특히 게찜, 게장조림 등은 전주 사람만이 그 맛을 낼 수 있을 만큼 솜씨가 뛰어났다.
일곱째 무우는 옛날부터 삼례와 봉동 부근에서 나는 무우가 맛이 좋았다. 이 일대 황토밭에서 나는 무우는 돌멩이처럼 단단하고 둥글면서도 큼직하여 인기를 끌었다. 이 무우로 담근 깍두기는 전주의 맛으로 자랑 삼을 만 하였다.
그 이유는 아낙네들의 음식 솜씨가 뛰어난 외에도 새우젓, 게젓, 명란젓, 갈치속젓 등 젓갈류 맛이 일품이었던 것이다. 옛날 전주 부성의 사불여설 가운데 배 맛이 무우 맛보다 못하다고 할 정도로 무우의 맛과 성가는 가히 전국적이었다.
여덟째 콩나물은 옛날 부성 사람들이 하루 세 차례씩 음식상에 올려 먹었던 반찬이다. 사정골과 자만동(현재의 교동 일대)의 녹두포 샘물로 기른 콩나물을 일품으로 꼽았다. 콩나물은 전주비빔밥과 콩나물 해장국밥의 주재료로 빠질 수 없는 식품이다. 콩나물 자체의 맛은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소금으로 간을 맞춰 끓이면 고숩기도 하고 부드러우면서 나긋나긋한 맛이 한층 감칠맛을 주는 것이다.
아홉째 미나리는 전주시 화산동 고개를 넘으면 물씬 향취를 냈다. 이 일대는 유래가 깊은 미나리 방죽이다. 옛 부터 전주 미나리는 유명하다. 미나리 줄기가 연하고 겨우내 물속에서 자라 그 맛이 또한 일품이다. 미나리는 특히 간장에 좋다 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그러나 전주의 미나리는 그런 약용보다는 그 맛이 독특해서 밥반찬으로 손꼽힐만하다. 줄기가 연하고 겨우내 물속에서 자라 그 맛이 또한 일품이다. 이는 복탕 등 각종 음식에 현재에도 널리 쓰여 사랑받고 있으며, 특히 주객들에게는 숙취 해소에 최고로 좋다.
열 번째 전주의 담배 맛은 예부터 맛이 좋았다. 서초(西草)는 담배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원래 우리나라 재래종이 아니고 조선 때 서양에서 들어온 풀이라 하여 서초라고 부른 것이다. 완주군 소양면 대흥골과 상관면 마치골에서 나오는 담배 맛은 평안도 성천, 충청도 충주 증평, 진천 담배맛과 함께 알아주었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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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15 [08:57]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