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문화 척결하라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04/06 [07:42]

리베이트 문화 척결하라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04/06 [07:42]
특정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제약사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들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일이 여전하다. 의약품 리베이트가 판치는 사회에서 의사는 갑(甲)이고 제약사는 을(乙)이다. 국민은 '봉'이다. '웃돈'이 포함된 약값을 내기 때문이다.
제약업체들은 성분이 비슷한 약을 만들어 파는데 어떤 약을 쓸지는 의사 처방에 달려 있다. 바로 여기에서 리베이트가 생겼다. 자기 회사 제품을 써 달라고 제약업체들이 의사에게 로비를 벌이는 것이다. 의사와 제약업체, 그들만의 검은 거래인 셈이다.
제약업체의 사활을 건 영업 전쟁은 치열하다. 약 처방하고 파는 곳이면 어디든 각 업체의 영업 사원들이 배치돼 있었다. 이들은 "우리 회사 약품을 처방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다. 실제로 이미 리베이트 관행에 익숙한 사람들도 많다.
아예 영업사원을 별도로 만나 처방전을 써주는 대가로 약값의 일부를 받는 '밀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특정 약품을 1000만원어치 처방하면 제약사 측이 계좌로 200만원을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월급보다 훨씬 많은 돈이 한꺼번에 들어오기도 한다. 리베이트는 꿀맛 같은 유혹이다. 약값에 비례해 리베이트가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리베이트 유혹에 빠져들면 수법은 갈수록 대담해진다. 환자 수가 적을 땐 '유령 환자'로 가짜 처방전을 만드는 것이다. 환자들의 주민번호와 진료자료를 이용해 재진료를 받고 새로 병이 난 것처럼 처방전을 꾸민다. 이들 처방전은 복용 일수가 긴 혈압·당뇨병 약이 대부분이다. 약값도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제약회사로부터 각종 기부금 형식으로 돈을 받기도 한다. 리베이트 관행은 일반 병원뿐 아니라 국립 대학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공중보건의도 있다. 이들은 온갖 구실을 내세워 제약회사와 부적절한 거래를 한다. PMS(시판 후 임상조사) 비용, 자문료, 강연료, 논문번역료, 학회참가비 등이었다.
PMS는 환자 상대로 약을 써보고 그 체크리스트를 제약업체에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들은 PMS를 직접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무슨 약물을 썼는지도 적혀 있지 않았는데도 리스트 1장당 제약사로부터 5만~10만원을 받기도 한다. 강연료도 마찬가지다.
제약회사가 마련한 회식자리에서 고참 의사가 레지던트·인턴들에게 10분간 약품을 설명해주고 해당 제약사에서 200만~300만원을 받는 일도 있다. 일부 간부급 의사는 실제 회식도 하지 않으면서 제약회사 직원이 먼저 결제한 회식비를 현금으로 되돌려받는 '카드깡'까지 한다.
리베이트를 전달해 주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그들은 잘못된 관행인 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의사에게 영업사원은 고양이 앞의 쥐라는 표현도 나온다. 의사들에게 섭섭하게 했다간 바로 표시가 난다. 처방전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이런 일이 한두 번 반복되면 그 병원에서 약 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의사 생일은 물론 결혼기념일 등 가족행사까지 기억해 반드시 챙겨준다. 상품권, 주유권, 골프채, 항공권, 호텔 숙박권, TV, 컴퓨터 등 온갖 '로비용품'을 사용해봤다고 털어놓는다. 대형병원의 경우 처음 납품할 때 주는 '랜딩비'로 수억원씩 지른다. 그렇게 신경 써주면 그 병원 역시 이들의 약품을 채택해 적극적으로 밀어주게 된다.
리베이트를 먼저 요구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일부 병원은 개원(開院)하면서 제약업체에서 의료기기나 거액의 현금을 '협찬'받았다가 환자들이 없어 제약업체가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는 경우도 있다. 리베이트로 피해보는 건 결국 국민이다. 리베이트를 없애면 약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릴 수 있다.
리베이트를 받았을 경우 공중보건의와 국립대 병원 교수, 종합병원 의사는 처벌이 쉽다. 반면 단독 개원한 의사는 '공무원'(뇌물수수)도 '타인의 업무에 관여한 사람'(배임수재)도 아니어서 적용할 법규가 마땅치 않다.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의약품리베이트 쌍벌제는 리베이트로 인해 약값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된 제도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2014년 7월부터 시행된 건강보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제약사가 병원, 의사 등이 의약품을 채택한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2회 이상 적발된 경우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아예 퇴출시키는 제도다.
당초 리베이트(rebate)란 상품을 판매한 사람이 상품 대금으로 지불된 액수의 일부를 구매자에게 사례금이나 보상금의 형식으로 되돌려 주는 일, 또는 그 돈을 말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리베이트라는 말은 '뇌물'과 거의 비슷한 뜻으로 사용된다.
리베이트는 의료 시스템을 망치는 탐욕의 '마약'이다. 리베이트 관행은 의약품, 장례식장, 휴대전화, 무기 도입 등 품목과 업계를 가리지 않고 만연해 있다. '리베이트 공화국'이란 오명을 쓴 지는 오래되었다. 리베이트는 대형 이권 사업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리베이트를 일반 국민들도 '관행'이라며 대충 넘기는 일들이 많다.
한편 당초 리베이트는 정당하고 합법적인 환불이란 뜻이다. 뇌물성 환불이 아니다. '뒷돈'이나 '뇌물'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다. 굳이 영어를 쓰자면 '킥백(kickback)'이 맞다. 제약사가 병원이나 약국에 납품하고, 계속적인 납품을 위해 그 대금의 일부를 병원이나 약국에 되돌려주었다면 그것은 '뇌물성 환불' 즉 킥백이 된다. 처음부터 아예 돈을 줬다면 그것은 '뇌물(bribe)'이다.
그러나 백화점이 텔레비전 판촉을 위해 일정 기간 내에 구입한 소비자에게 텔레비전 판매 가격의 일부를 되돌려준다거나, 정부가 납세자에게 세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것은 리베이트라고 한다. 리베이트는 합법적인 환불이고, 킥백은 불법적인 뇌물성 환불이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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