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따마’(大媽) 열풍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07/05 [00:52]

중국의‘따마’(大媽) 열풍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07/05 [00:52]
중국어에서‘따마’(大媽)라는 말은 원래 백부의 부인, 즉 큰어머니를 뜻한다. 나이 많은 여성을 부르는 호칭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노년 여성을 상징하면서 이들 세대를 비하하여 부르는 호칭이 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세계 금시장에서 금값이 하루에 20%가 폭락할 때 일이다. 중국에서 금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일이 벌어진다. 중국 정부도 아니고 기관 투자자도 아니었다. 바로 중국 따마였다. 10여 일 만에 이들이 사들인 금이 300톤이었다.
중국 따마 부대는 제주도에도 모습을 보인다. 2013년 봄에 그들은 약 40만 평방미터의 제주도 땅을 사게 된다. 2014년에는 제주도 부동산 판매량의 90%를 따마 부대가 싹쓸이 한다.
사실 따마라는 호칭 자체만 보면 나이 든 아주머니를 뜻하는 중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은 동북 지방 농촌에서 주로 쓰는 호칭이다. 원래부터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지금 중국인들은 따마라는 말을 들으면 촌스럽다거나, 힘든 육체노동을 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중노년 여성의 이미지를 쉽게 떠올린다.
따마라는 용어는 그 영문 표기인‘dama’가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 등재 후보 단어가 될 정도로 세계적인 용어로 유명해지고 있다. 그런데 중국 젊은 사람들은 따마를 좋지 않게 생각한다. 따마 세대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왔다.
마오쩌둥 사회주의 시대(1949-1976)에 유소년 시기를 보냈고, 1980년대 개혁개방 시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문혁 시대는 마오쩌둥 사상이 지배하던 시대다. 마오쩌둥은 책에서 배우는 지식보다 농촌이나 공장에서 노동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마오는 육체노동과 정신노동, 농촌과 도시, 노동자와 경영자 사이에 존재하는 3대 차별을 없애려고 하였다.
학생들은 학업을 포기하고 농촌으로 내려가 산으로, 들로 가서 농민과 같이 일을 했다. 이른바‘산으로 가고, 들로 가는(上山下鄕)’운동이다. 더구나 문혁 시기에는 모든 대학이 학업 성적으로 학생을 뽑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 농민, 군인 중에서 인민공사나 사업장 책임자의 추천을 받아 학생을 입학시켰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은 물론 학교 다니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던 시대에 소년기를 보낸 세대가 바로 따마 세대이다. 그래서 이들 세대는 지금 중국인 가운데 학력 수준이 가장 낮다. 하지만 따마 세대 중에는 이렇게 교육을 적게 받아 문화적 소양은 없어도 부를 축적한 사람은 많다.
개혁개방이 시작되던 즈음 사회에 진출하여 1993년 이후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추진되고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그 과실의 혜택을 본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이들은 오직 마오쩌둥을 태양처럼 숭배하는 것만 배웠다. 자기의식 없이 세뇌된 채 어린 시절을 보낸 비극적인 세대이다.
이들 세대에게는 혁명의식이든 마오쩌둥 찬양이든 집단에서 낙오되는 것이 가장 큰 공포였다. 혁명의식이 부족하거나 반동이라고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오쩌둥 시대에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던 사람은 공동 근무, 공동 거주, 공동생활, 공동 식사로 이어지는 집단주의 시대를 살았다.
이들 따마 세대가 이렇게 집단으로 모여 춤을 추는 것은 마오쩌둥 시대만이 아니라 개혁개방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다만 마오쩌둥 찬양가가 아니라 이제는 서양 음악으로 바뀌고, 춤추는 무대도 광장이 아니라 직장의 식당이나 강당으로 바뀌게 된다.
문제는 따마를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부정적인 시선이다. 마오쩌둥 시대에 성장하여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대에 사회 주축으로 살았던 중국 따마는 중국 젊은이의 눈에는 부정적인 색체 일변도의 이미지다.
이들 따마 세대와 비교하자면, 지금 중국 청년세대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베이징 같은 주요 도시에서 주택은 아예 구입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힘든 현실에 놓여 있어서 따마 세대를 보는 눈이 이처럼 더욱 곱지 않은 것이다.
중국인을 세대별로 보자면 개혁개방 이후에 태어난 중국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시절을 살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태어난 세대는 그런 시대를 사는 첫 세대이다.
자신들보다 바로 윗세대인 기성세대의 삶과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면서 절망하는 것이다. 힘든 현실을 살고 있는 중국 젊은이들 눈에 부동산 투기를 일삼고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추태를 부리는 중국 따마가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중국 따마에 대한 중국 젊은이의 부정적 평가에서 보듯이 중국에서도 격변의 현대사를 겪으면서 세대 사이의 갈등이 심하다. 특히 젊은이들이 경제적으로 힘든 현실에 처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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