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이 심각한 나라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07/06 [00:37]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나라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07/06 [00:37]
애꿎은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 냉골 물살에 밀려 자빠지는 그 순간 대한민국은 자지러지고 말았다. 안전 불감증이 심하다고 그렇게 자주 말했는데 대형사고가 또 터진 것이다. 제일 먼저 도망치기에 바빴던 선원들을 보면서 온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승객들을 포기한 선원들의 대응방식이 온 국민의 공분(公憤)을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승객들의 생명이 경각에 있는데 선원들은 까치걸음으로 비스듬히 드러누운 배에서 빠져 나왔다. 도대체 그런 사람들은 어떤 심보를 가진 화상들일까. 그 사람들에게는 자녀들이 있기나 한 것인가.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선내 방송은 대참사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당국의 초기 대응도 문제가 심각했다. 당국의 혼선과 더딘 구조작업은 이미 도마 위에 올랐다. 단원고의 최모 군이 휴대전화로 119에 다급하게“배가 침몰하는 것 같습니다.”하고 보낸 그 연락에도 즉시 대처를 못하고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세월호와 교신하며 지시를 내리는 진도 해상교통 관제센터에 연락도 늦어졌다. 신고 후 15분이 지나서야 교신이 이루어졌다. 세월호가 사고 발생 후 침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0분이었다.
이 사고는 법규 엉망, 관리감독 엉망, 업체 엉망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안전을 중시한다면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명까지 했다. 그런데도 어떻게 위기대처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단 말인가. 대형 여객선에 안전요원만 제대로 배치했더라도 실종자의 대부분은 구조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20년간 일어난 각종 대형 사고로부터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다. 후진국에서나 일어날만한 일이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만 선진국이지 국민의식과 사회안전 시스템은 여전히 후진국이다. 국민소득이 좀 많아졌다고 해서 선진국이라고 우쭐댄 것이 부끄럽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매번 무슨 일만 터지면 난리를 친다. 그리고 곧 잊어버린다. 도로아미타불이다. 언제 소 잃었던 적이 있는가 라는 식으로 매사를 처리하고 만다. 제발 대형사고가 난 후에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쳤으면 좋겠다. 후진국형 대형사고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대한민국은 2014년에 갑자기 수많은 대규모 안전사고들이 국내에서 연달아 터지면서 우리나라의 안전 불감증 문제가 수면위로 급부상하였다. 이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으로 80 ~ 90년대에 몇 번 대형 참사가 터진 이후다. 안전대책 관련 법령도 강화하고 건축 규정도 보강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왔다. 그러나 현실은 답답하다.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는 주로 건설 관련 부분이나 철도, 항공 등 대규모 운수업계에서 나타난다. 사고 특성상 한 번 사고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이러한 일로 사고가 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과거 격추나 추락 등의 사고를 수없이 당한 이후 안전에 상당히 민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계속된 북한의 항공기 납치에 이골이 나서 9.11 테러 이전부터 조종실 문을 굳게 잠그는 등의 안전 조치를 취했다.
때론 안전 과민증이 너무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안전 불감증이 문제다. 불감증으로 인한 피해가 훨씬 크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계속 되어야만 하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언제까지 당해야 하냐는 분노의 소리도 크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전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지 않는 한, 여태 그랬듯 앞으로도 끊이지 않고 일어날 일이다.
안전이 아니라 위험을 못 느끼는 것이니 '위험 불감증'이어야 맞을 것 같다. 안전과 관련된 각종 규정 등을 무시하다가 최소화할 수 있었던 재난을 크게 키우는 일이 많다. 질병은 한 사람에게 고통을 주거나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염병이라 해도 백신이 있다면 미리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전 불감증은 한 번의 실수로 수십, 수백 명의 목숨을 빼앗아간다.
정부와 업체들의 안전 수칙 개선과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 인식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연달은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답 없는 대책과 수습 수준이 문제다. 국가는 신속히 안전 불감증 문제들을 개선하고 사고를 방지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안전 불감증이란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둔하거나 안전에 익숙해져서 사고의 위험에 대해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일 등을 말한다. 안전 불감증 대부분의 원인은 안전하다고 느끼거나 안전수칙 등 안전에 대한 기본상식이 무지한 때문이다.
한편 세월호 대참사 이후 국민 안전을 책임지겠다며 새로 개편한 국민안전처가 지금까지의 대형사고의 원인을 국민들의 안전불감증 탓으로 돌린 업무보고 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전관리를 정부 영역이라 인식’한 것과‘정부 주도의 안전관리’가 모두 잘못됐으며 비정상적 관행이라는 진단도 있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던 안전처가 출발부터“굉장히 위험한 인식을 하는 부처”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안전처는 자료에서“높아진 국민의 안전 욕구를 해결하는데 정부 주도의 안전 관리는 생활 주변 안전 위해 요소 파악 및 대처에 한계 노출”, “생활 주변 위험 요소를 가장 잘 아는 국민들이 안전 개선 활동에 적극 참여 필요성 증대”등을 제시했다. 안전처는 개선 방향으로“국민 참여 안전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대하고 비정상적 관행 혁신을 위한 범국민적 안전 문화 운동 및 교육 확대”를 내놓았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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