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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청춘인데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7/08/11 [06:58]

체중이 불었다. 지난봄부터 입던 바지가 맞질 않는다. 엉덩이 부근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멈춰버린다. 노년의 신체변화가 생긴 것이다. 살이 찌니 얼굴에 잔주름이 없어져서 좋긴 한데 움직임이 점점 둔해졌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작년 어깨골절과 발등부상으로 활동시간 부족으로 생긴 현상인 성싶다.

나이가 들면, 우리 몸의 신진대사와 근육 량이 줄어들어 살이 찌는 것을 ‘나잇살’이라고들 한다. 이는 먹는 것에 비해 활동량이 적어 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 동안 십 수 년을 입은 옷들도 아무런 부담 없이 입었는데, 한 치수 높여 입어야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몸에다 옷을 맞추기보다는 옷에다 몸을 맞추는 게 나의 생활이었다. 그래서 지속적인 운동을 하며 살았다. 나이가 들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운동들이 내 손에서 하나둘씩 떠나게 되었고, 지금은 걷기와 수영을 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저녁에는 가벼운 산책정도였고, 금년 봄부터는 한 시간정도 이른 아침에 줄곧 걸었다. 상큼한 아침공기와 ‘전주천(全州川)’을 끼고 피어있는 들꽃들을 감상하며 걷는 재미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

열심히 걸어도 한 번 찐 뱃살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이젠 완전 망가진 비너스가 되어버렸다. 비너스란 말은 과거 수영에 폭 빠졌을 때 수영장 사람들이 나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어느 날이었다.‘다가교(多佳橋)’ 밑에서 생활체조를 한단다. 지금도 작년에 다친 어깨가 부자연스러워 잘 됐다싶어 가보니, 지인(知人)이 몇 명 있었다. 젊은 교사시절 새벽에 학교 조회대에서 학부모님과 함께하던 에어로빅을 생각했다. 세월의 흐름에 선생님이 학생의 자세로 돌아가 한 시간 가까이 열심히 했다.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흠뻑 젖은 몸으로 집을 향해 걸으니 다리가 조금 시큰거렸다.‘괜찮겠지.’하며 어느 때처럼 하루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오후부터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유럽여행을 다녀오면서부터 왼쪽 무릎에 이상이 조금 생겼었다. 여행 중 걷는 시간이 많았고 가이드의 말을 놓칠세라 맨 앞자리를 고수했었다. 무리가 가긴 했으나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전주에서 무릎치료로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아 갔다. 일찍 갔는데도 웬 환자들이 그리 많은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남편의 부추김을 받으며 사진을 찍고 진료를 받아보니 무릎 안쪽이 부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생각났다. ‘너무 과하면 아니함만 못하다.’는 뜻이라니 결국 내가 이렇게 되고 말았다. 체중을 줄이려다 더 큰 화만 입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늘어난 체중도 아닌데 빠른 시간에 결과를 보려는 성급함으로 이런 사단이 난 것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요즘 나에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마트에 가서 단 호박 한 상자를 산 것이 장마와 폭염으로 상하기도 했다. 토마토를 한꺼번에 믹서에 갈다 토마토 축제를 벌인 일 등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시장이 먼 이유이기도 하지만, 옛날 가족이 많을 때 먹던 습관이 아직도 내 마음에 배어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필요 없는 욕심에 미련을 둔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퇴직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고희가 눈앞에 보인다. 몸 구석구석에 리모델링하라는 신호가 온다. 그런데 왜 이리 마음만은 청춘일까? 수채화로‘야생화’도 그리고 싶고, 한국무용 ‘살풀이’도 하고 싶다. 마음뿐이지 몸이 따라줘야 할 수 있지 않을까? 건강하지 않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모든 일에 행동이 느려지니,‘세월이 참 빠르다.’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새삼 생각난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어야 행복지수가 최고일 것 같다. 앞서지도 말고 뒤지지도 말 것이며, 중간 정도에서 보일 듯 말듯 사는 것이 내실을 기하는 삶이 아닐까 싶다. /강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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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11 [06:58]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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