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삼성에 매달리지 마라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09/05 [16:33]

새만금, 삼성에 매달리지 마라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09/05 [16:33]

최근 전북도의회가 전북도와 삼성의 새만금 투자협약(MOU)은 민심을 달래기 위한‘정치적 쇼’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위는 협약을 주도한 것이 전북도와 삼성이 아니라 총리실이라고 주장했다. 동남권 신공항 무산으로 민심이 요동치는 경남에 전북 이전 예정이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주는 대신 삼성을 압박해 전북에 투자 MOU를 체결해 전북의 민심을 무마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당시 전북지사가 삭발하고 연일 도민궐기대회가 열리는 등 극도로 격앙된 전북 민심을 가라앉히려‘삼성카드’를 이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실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부터 우려와 석연찮은 것이 많았다.

경남 진주시장은“삼성이 7조 5000억을 새만금에 투자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으니 전북은 더 이상 욕심을 그만내고 LH 일괄 배치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마치 짜고 치는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최대의 프로젝트가 추진되니 지역균형 차원에서 LH 본사를 양보하라는 것이었다.

MOU는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만 이야기 할 뿐 어떠한 강제성도 없다. 지금도 많은 지자체가 기업들과 숱한 MOU를 체결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투자가 이루어진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MOU는 흔히 단체장이나 정치권의 실적 부풀리기에 활용되곤 한다.

투자 결과를 알 때는 이미 임기가 끝났거나 쟁점에서 멀어진 때이다. 결국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면피용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토지공사 유치 실패는 전북도와 정치권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양해각서 체결이 온전한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전북도는 유종근 지사 시절 실리콘 제조업체인 다우코닝사와 팝가수인 마이클 잭슨과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소리 소문 없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 이후 삼성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도민에게 심어주었다. 언론도 삼성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새만금을 희망의 낙원으로 만드는 양 홍보했다. 그러나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한편의 짧은 허구의 단막극이었다. 전북도민이 철저하게 우롱당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 매달릴 것이 아니다. 스스로 살 길을 마련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헛된 희망의 애드벌룬을 띄우는 것으로는 전북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삼성이 설령 들어오더라도 2020년 매립이 끝나고 나야 한다.

새만금 사업 자체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의 투자 철회가 '가로막혀 있는 새만금 개발 사업'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원래 MOU라는 것은 투자 여건이나 환경이 바뀌면 날아가는 것이다. 먼저 기반을 잘 닦아야 한다.

기업은 자선사업 기관이 아니다. 수익성 등 현실적인 문제가 중요하다. 그래서 어느 기업이든지 새로운 수익 모델과 신 투자지역을 찾는데 주력한다. 더 이상 새만금의 늪 속에 빠져서는 안 된다. 산업단지 등 기본 여건을 잘 조성하면 투자자도 들어올 것이다. 숲이 좋으면 새가 날아드는 법이다.

한편 삼성과 전북은 별로 인연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전북 지역은 삼성 가전제품 정도나 소비하는 곳이다. 삼성 관련 기업체 하나 제대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의 삼성 새만금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 약속 파기는 도민들에게 허탈감과 분노만 키웠다.

물론 전북에는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이 영업하고 있다. 계열사인 이마트도 도내 몇 곳에서 매장을 운영한다. 삼성건설이 주요 공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업종은 영업이지 투자는 아니다. 이들 사업을 통해서는 지역 내 자본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갈 뿐이다. 전북이 원했던 것은 지역 내 투자를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일이다.

한때 삼성 계열사가 전북에 있었던 적이 있다. 1968년 고 이병철 회장은 새한제지를 인수해 전주제지를 설립했다. 그러나 전주제지는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됐다. 고 이 회장의 장녀 이인희씨가 인수해 한솔제지로 이름을 바꿨다가 1998년 외국자본에 매각됐다. 이후 제조업에서 삼성과 전북은 인연이 없었다.

다만 1996년 사회공헌 일환으로 삼성문화회관을 지어 전북대에 기증했다. 삼성이 전북에 공장 설립을 검토했던 적도 있다. 1997년 삼성전자는 광주 하남공단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정읍 2,3산업단지에 공장 설립을 검토했지만 철회됐다. 삼성은 경기도와 경남, 충청, 광주, 전남까지 투자를 확대했다. 수도권에서는 부지가 적다며 규제 완화까지 요구했다.

전북도는 끊임없이 삼성그룹의 전북 외면을 지적했다. 현대와 대우(한국GM), LG 등 다른 대기업군의 전북 투자와 비교하면서 전북 투자를 촉구했다. 유종근 전 지사는 2000년 초 정동영 의원, 김완주 당시 전주시장과 함께 삼성그룹 이학수 총괄부회장을 만나 전북 투자를 요청했다. 정동영 의원은 삼성 유치를 당선 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강현욱 지사 시절에는 삼성 유치 TF팀이 만들어졌다. 2006년 완주군에는 ' 삼성기업 유치운동본부'가 출범되기도 했다. 김완주 지사는 취임 직후 삼성 출신의 김재명씨를 정무부지사로 임용한 것도 삼성 유치를 위해서였다. 다리를 놓아줄 삼성맨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9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삼성은 여전히 전북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삼성의 투자 백지화 논란도 여전하다. 아직도 전북에는 과거의 삼성 유령이 떠돌고 있다. 그리고 새만금 지역에 대한 삼성의 투자 MOU 무산에 대한 진실규명과 논쟁이 뜨겁다.

실체가 없는 사안에 대해 뒤늦게 매달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제 새만금은 더 이상 삼성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의제 발굴에 나서야 한다. 미래 지향적인 전략이 중요하다. 새만금과 전북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할 때이다.

(정복규 기자)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새만금의 현주소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