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위상을 찾아라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10/29 [22:09]

전북의 위상을 찾아라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10/29 [22:09]

전주는 600년이 넘는 왕조의 토대다. 애초에 전라도의 '전'이 바로 전주였다. 전주는 일찍이 후백제가 수도로 삼았던 곳이며, 고려 시대에도 전라도의 중심 도시였다. 조선 시대에 들어서 '조선의 북쪽에는 평양, 남쪽에는 전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시의 위상이 컸다.

전주는 조선 왕조의 발상지라 '풍패지향(豊沛之鄕)'이라 불린다. 태조 이성계의 본관이 전주이기 때문이다. 풍수지리상 전주는 왕의 기운이 서려있는 곳이다. 실제로 이성계가 이곳을 기반으로 한 성씨인 전주 이씨이다. 김일성 역시 전주 김씨의 시조인 김태서의 직계 후손이다.

풍패는 한나라 고조 유방의 고향으로, 이후로 한 왕조의 고향이라는 뜻으로 통하게 됐다.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에 있는 전주 객사의 현판에는 큼지막하게 '풍패지관'이라고 쓰여 있다.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전주 시내로 진입할 때 등장하는 관문인 '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도 바로 이 '호남제일성'이라는 별칭에서 따온 이름이다.

전주군 전주읍이 부(府, 현재의 시)로 승격된 것이 1935년이다. 이 때 동시에 대전과 광주도 부로 승격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주가 대전, 광주와 비슷한 규모와 위상을 지닌 도시였다. 전주는 오늘날 직할시(광역시)로까지 승격한 대전, 광주에 비해 여전히 일반시로 남아 있다.

전주는 일제 강점기 때만 하더라도 상당한 대도시였다. 하지만 해방 이후 1960~1970년대부터 경부축(서울특별시~부산광역시축) 중심의 개발이 이어지면서 호남 전체가 밀렸다. 광주광역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호남 도시들은 낙후지역으로 전락했다.

광주는 혁명, 저항, 민주 등 뜨거운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전주는 한국적, 여유, 예술 등 다소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하다. 전주는 한지, 한복 등 우리 전통 문화와 관련된 산업이 발달했다. 전통문화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 한옥마을을 통한 관광 도시화도 계속되고 있다.

전주는 맛의 고장이며, 한국적인 도시라는 이미지도 진하다. 전주에 들어오는 톨게이트도 한옥으로 지어졌다. 톨게이트를 지나 전주를 들어오는 관문은 '호남제일문' 이라는 한옥문이 맞이한다. 객사와 한옥마을 부근의 공중전화 박스에는 기와가 얹혀져 있는 등 계속 한국적인 이미지를 키워나가고 있다.

전주 시내 이름인 '객사' 부터가 조선시대 중앙관리들이 머물던 객사 뒷거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전주시는 계속해서 전통과의 조화를 이룬 도시를 만드는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전주는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살고 싶은 도시 혹은 살기 좋은 도시 설문조사에서 늘 탑5 안에 드는 도시다.

준광역시 정도로 적당히 번화해서 살기 편하고 다른 지역과 접근성도 좋다. 전통적인 분위기가 남아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1992년부터 전주시는 직할시(1995년 이후 광역시)로 승격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같은 동네였던 완주군과 통합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매번 통합 논의가 나올 때마다 완주군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2012년 5월 완주군과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통합에 급물살을 타기도 했다. 2013년 5월 여론조사 결과 완주군에서도 통합 찬성 비율이 통합 반대 비율보다 10% 정도 상회했다.

당시 6월 말에 있을 주민투표에서 통합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대체로 인구가 많은 봉동읍·삼례읍과 전주와 가까운 이서면·상관면·소양면·구이면이 찬성 비율이 높다. 고산면·경천면·운주면·동상면 등 전주에서 거리가 떨어진 산간지역은 반대가 앞서 있다.

지방자치단체 간 통합이 이뤄진 청주시, 청원군 다음으로 전주, 완주가 통합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통합시의 이름은 '전주시'로, 시청사는 완주군의 완주군 청사로 옮겨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국 2013년 6월 26일 완주군 주민투표에서 반대 20,343표(55.3%), 찬성 16,412표(44.7%)로 통합이 깨졌다. 차후 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빨라도 재논의 혹은 재투표는 최소 5년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또한 아예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전주는 울산과 함께 직할시(1995년 이후 광역시) 승격 논의가 된 적이 있다. 결국 울산만 되고 전주는 떨어졌다. 전주는 일단 현재 광역시 가능성이 있는 지역 중에서는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수원과 창원의 경우 수도권 과밀화(수원), 같은 지역 내 특·광역시가 2개씩(경기권 = 서울, 인천 / 경남권 = 부산, 울산)은 제외된다. 청주의 경우 충북 안에서는 과밀화가 심해 역시 제외된다. 청주에 충북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 세종특별자치시가 있다는 점 때문에도 승격 가능성에 지장을 주고 있다.

전주의 인구 수 증가율을 보면 최근 수 년 간 연평균 만 명 전후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주에는 농생명 연구특구 조성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산업을 주도하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완주군, 정읍시는 연구개발, 전주시는 사업화 촉진 역할을 맡게 되었다.

탄소산업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팔복동을 중심으로 한 탄소산업밸리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신도시 뿐만 아니라 5개 정도의 많은 신도시가 주변에 건설 중인만큼 어떤 시기보다 활발하게 도시가 팽창하고 발전하고 있다. 대형 주상복합과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송천동, 호성동, 전미동 일원의 '에코시티', 만성동, 여의동 일원의 '만성지구' 개발도 활발하다.

전북의 위상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전주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 전주는 충청북도 청주시와 도시 규모가 비슷하다. 그러나 청주는 이미 전주에 비해 국제공항 등 인프라 구축이 앞서 있다. 전북의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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