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족 줄일 대책은 과연 없는가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11/14 [07:01]

공시족 줄일 대책은 과연 없는가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11/14 [07:01]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고학력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급증하고 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년들이 너도나도 노량진, 신림동 고시촌에 둥지를 틀고 있다. 공시생 비중은 2012년 13.8%에서 지난해 21.2%로 늘어났다.

학력별로는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68.7%가 공시생이다. 공무원이 되겠다고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사실 공무원이 박봉으로 고생한다는 말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심각한 청년 취업난으로 공시족 증가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보니 안정된 공무원직에 도전하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졸 이상 고학력자들이 새로운 직업 세계에 도전하지 않고 공무원이 되겠다고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현실은 분명히 잘못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공무원 17만 4000명을 증원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을 하지 않고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에 나서면서 청년들의 공직사회 열망을 더욱 부채질했다. 오히려 공시족을 양산한 셈이다. 결국 공무원을 늘리더라도 민간 취업자가 줄어들어 고용 상황을 후퇴시킬 가능성도 있다.

최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공시족’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 보고서가 나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합격까지 평균 2년2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합격 소요기간이 3년 이상도 17.5%였고 최장 12년을 공부한 사례가 있었다. 평균 지출은 주거비 식비 교재비 학원비 등으로 월 62만원이었다.

지방 출신이 상경해 준비하는 경우 월 100만원 안팎을 썼다. 공시족의 71.2%는 비용을 가족 등으로부터 지원받는다고 응답했다. 공시족은 우리 사회의 큰 걱정거리다. 특히 그 수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할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년간 시간을 보내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당사자의 심리적 고통은 물론 가족이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공시낭인’발생 등 사회적 비용은 점점 증가한다. 공무원 증원과 함께 공공기관 일자리 확충 계획이 이 같은 공시족 열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청년층 취업난을 해결할 수 없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취업 준비층의 눈높이만 더 높아져 중소기업 구인난 악화 등 고용시장에서의 수급 미스매치 현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공시생이 많아지면 반대급부로 창업에 뛰어들거나 민간에서 생산적인 일을 하는 젊은층이 즐어들게 된다.

청년 구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 즉 공무원으로 조사됐다. 이를 반영하듯 전북지역 취업준비생들도 최근 새 정부가‘공무원 증원’을 선언한 후 대거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있다. 일의 적성이나 만족보다는 수입과 안전성을 중시하는 시대적 단면으로 풀이된다.

13~29세 청년 25.4%는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국가기관’을 꼽았다. 청년 4명 중 한 명이 공무원을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은 해당 통계 조사 이래 한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뒤를 이어 선호도가 높은 직장은 공사·공단 등 공기업(19.9%)이었다. 전체 청년의 45.3%가 국가기관 공무원·공기업 직원 등으로 일하기 희망하고 있었다. 실제로 공무원들이 민간보다 100시간이나 적게 일하고 돈은 더 많이 받는다는 최근 한 연구 결과가 있다.

공무원 누적 소득이 민간기업 근로자에 비해 최대 7억8000여만원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무원이 금전적 측면에서도 민간기업보다 선호될 수밖에 없는 직종이다. 노후를 보장하는 연금까지 생각하면 공직보다 더 좋은 직업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공시족’의 합격률이 10% 안팎에 불과해 시험 실패 시 기회비용 역시 큰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공시생의 폭증으로 도내 20대 비경제 활동 인구가 늘어 지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앞다퉈 공시족이 되면서 도내 청년 고용 시장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무원 시험 등과 같은 취업준비로 인해 경제활동을 안 하고 있는 인구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공시생은 공무원 시험을 치르기 전까지는 전부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된다.

공시족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누가 뭐래도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다. 그러나 청년일자리 대책은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걸림돌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 또 이들이 요구하는 공무원과 민간기업과의 시험 호환성에 눈을 돌려야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언제든지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시험과목 조정 등 세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오랜 기간 공시를 준비하는 응시생들이 늘어나는 이유의 하나가 시험과목 등 전형방법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국어 영어 한국사 중심의 7·9급 공채선발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300개가 넘는 공무원 시험과목을 정리하고 복잡한 선택과목은 유불리가 없도록 강화하는 등 공시족을 감소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청년들의 무한한 도전과 용기, 개척 정신이 없이는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없다.

공직사회에만 유능한 인재들이 쏠린다면 어떻게 다른 분야에서 창조와 혁신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방한했던‘월가의 전설’짐 로저스는“한국 젊은이들의 공무원 열풍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사랑하는 일 찾는 청년이 줄어들면 5년 안에 대한민국은 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뼈아픈 충고가 아닐 수 없다. 공시족을 줄일 다각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공시생들의 급증은 근본적으로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비롯됐다. 청년실업 문제뿐만 아니라 고학력자의 공시족 쏠림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해결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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