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은 장기 투자비용이다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01/25 [17:08]

통일비용은 장기 투자비용이다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01/25 [17:08]

통일비용은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비용은 북한 사람을 당장‘굶어죽지 않게’쓰는 돈이다. 북한은 해마다 부족한 식량이 100만 톤 정도다.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에 주던 식량은 연평균 100만 톤 내외를 꾸준히 기록했다. 그러나 2006년 핵실험 이후 35만 톤으로 급감했다. 현재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식량 지원이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두 번째 비용은 북한의 기근을 해결한 뒤 북한 주민에게‘최고의 복지’를 해주는 비용이다. 북한 주민의 평생소원은‘쌀밥(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것’이다. 김일성은 이 소원을 이루겠다며 정권을 세웠지만 실패했다. 북한 주민들의 기대 수준은 높지 않다. 대한민국 GDP 1%정도면 된다.

세 번째 통일비용은 북한재건에 투입되는‘신 국가건설비용’이다. 북한의 낮은 GDP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드는 돈이다. 북한에 철길·도로·항구·도시·공장·기업을 짓는 데 드는 돈이다. 이것을 단순한 비용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큰 비용이다.

경제의 SOC 즉 사회간접자본은 투자다. 통일 후 북한 땅에 대한 SOC 투자는 한국인에게 다시 새로운 일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통일비용이 아니라 미래의 일자리다. 북한 주민의 생활이 남한 수준이 될 때까지 들어가는‘고무줄’같은 돈이다. 형편이 안 되면 목표를 낮출 수도 있다.

통일비용이 가져올 가장 큰 이익은 북한을 새로운 공업 기지로 만드는 재건과 특수(特需)에 있다. 통일 이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북한 특수가 본격화되면 북한에서도 연간 최소 5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북한이 열리면 도로·전기·통신·상하수도 등은 백지에서 인프라를 깔아야 한다. 북한의 도시마다, 마을마다 한국 기업 대리점을 만들고, 은행 지점을 만들고, 쇼핑몰을 만들게 된다. 통일 이후 걱정할 문제는 통일비용이 아니라 지나친 팽창의 부작용이다.

북한의 토지는 통일비용을 근본적으로 상쇄시킬 수 있다. 통일의 가장 큰 기대가치는‘땅 값’이다. 통일 이후 북한의 토지가격은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상승할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얻어질 이익은 통일비용을 초기 단계에서 없애 버릴 것이다. 다국적 기업이 북한에 들어오면 그 이익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반도 지하자원의 97%가 북한에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하자원을 개발할 자본도, 기술도, 심지어 전력도 모자란다. 그래서 중국에 통째로 넘기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통일 이후 한국은 2.2배의 국토는 물론 인구가 7,200만 명으로서 프랑스(6,400만 명), 영국(6,000만 명)을 앞선다. 분단 리스크가 제거되고 국가 신인도 상승을 통해 주가(株價)와 기업의 자산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대륙과 초원으로 이어지는 길도 열린다. 4면이 바다와 휴전선에 막혀있던 한국은 통일 이후 대륙과 초원으로 뻗어갈 수 있다. 한반도횡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해 유럽까지 간다. 물류비용·수송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만주와 시베리아는 물론 과거의 실크로드를 이어 유럽까지 가는 모든 공간이 한국의 거대한 시장이 된다. 통일 한국은 동북아경제협력 허브(hub)가 될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2050년 통일된 한국의 GDP를 세계 2위로 계산한 것은 이 때문이다.

동해·북극해·베링해·오오츠크해 한류성 어류는 세계 최대 어장이다. 남부 시베리아 지역의 만년설·지하수·툰드라·영구동토·빙하 등의 경제 가치는 무한대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독자적 개발이 사실상 어렵다. 통일한국이 시베리아 개발의 주역이 될 것이다.

통일비용은 남북한 소득격차를 해소하는 비용이다. 통일비용은 통일 전부터 발생한다. 장기간에 걸쳐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로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것이다. 지금 북한의 경제 상황은 너무 심각하다. 식량 원조를 받지 못해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있다.

“이런 마당에 남북이 통일되면 우리 남한까지 거덜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말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그냥 그냥 살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행복해지기는커녕 우리들까지 못살게 된다면 통일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통일비용에 대한 오해가 있다는 점이다. 통일비용은 북한에 쌀이나 퍼주고 비료나 퍼주는 그런 비용이 아니다. 쌀 퍼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물고기 한 마리 줄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북한의 구호는‘자력갱생(自力更生)’이다. 스스로 자(自), 힘 력(力), 다시 갱(更), 날 생(生) 즉‘스스로 힘을 써서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다. 그러나 구호는 말 뿐이다. 북한은 지금 자력갱생을 할 수 있는 자본도 기술도 없다. 자력갱생은커녕 당장 먹어야 할 쌀을 구걸해야 할 때이다.

통일을 하기 전에 먼저 북한의 경제를 어느 정도 살려놓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막대한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다. 먼저 북한의 인프라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북한의 제철과 정유 등 기간사업, 전력시설과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특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경제특구에는 북한의 노동력 위에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이 합쳐진다. 남북경협은 통일 전에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 투입되는 돈이 통일비용이다. 남북경협에 투입되는 돈은 소모비용이 아니다.

통일비용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소되는 한정적인 비용이다. 확대 재생산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장기 선투자 비용이다. 통일비용은 미래를 위한 통일투자다. 통일비용은 북한에 일방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특히 경제특구는 남한 기업에도 이익이 된다.

최근 한국·중국, 한국·일본, 한국·러시아 등 남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에너지 연계망이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이는 국가 간 가스, 송유 및 철도, 도로 등 모든 네트워크 연계망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중심이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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