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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벤치마킹 해야 하는 이유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2/08 [17:17]

우리보다 앞선 나라로부터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통일 경험이 있는 독일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통일은 준비가 안 되면 어려운 일이다. 준비가 되면 자연스럽게 통일이 된다. 통일을 준비하려면 독일을 배워야 한다.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여 배워야 한다.

비단 통일뿐이 아니다. 제대로 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독일에서 여러 가지를 배워야 한다. 독일은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일으켰던 전범 국가이다. 2차 대전 후에는 패망한 상태에서 서독과 동독으로 나라까지 분단됐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였던 서독은 이를 잘 극복했다.

결국 동서독 국가 통일을 이룩했다. 지금 독일은 유럽의 맹주가 됐다. 경제적으로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로 우뚝 섰다. 독일이 폐허 속에서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배울만한 독일의 국민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독일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은 △강한 경제 △성공적인 통일 △촘촘한 사회 안전망 △실용적인 교육 제도 △노사 상생 문화 △외교 지평 확대 등 매우 많다. 독일의 여러 정책과 시스템은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벤치마킹 대상이다.

오늘날 독일의 여러 제도와 정책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라인강 기적의 결과도 아니다. 오랫동안 독일인들의 가치관을 형성시킨 배경이 있었다. 베를린 중심가 훔볼트 대학 앞 광장에는 대형 조형물이 있다. 높이 12.2미터인 이 책 탑 조형물에는 책 17권이 세로로 조형물로 쌓여 있다. 책에는 독일의 대표적인 문학가 혹은 사상가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들은 귄터 그라스, 한나 아렌트, 하인리히 하이네, 마르틴 루터, 이마누엘 칸트, 안나 제거스,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그림 형제, 카를 마르크스, 하인리히 뵐, 프리드리히 쉴러,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헤르만 헤세, 테오도어 폰타네, 토마스와 하힌리히 만, 베르톨트 브레히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등이다.

독일의 자존심이라고 할 만한 기라성 같은 사람들이다. 이 책 탑은 2006년 베를린에서 '아이디어의 거리(Walk of Ideas)'라는 이름 아래 건립된 여섯 조형물 중 하나다. 이 조형물이 직접적으로 기리는 대상은 또 한 명의 독일인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다. 그는 금속 활판 인쇄술을 고안했다.

그 뒤 독일인의 사상과 지혜는 책이라는 매체에 담겨 확산되기 시작했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를 기념하여 만든 조형물이 바로 이 책 탑이다. 이름들의 명성에서 독일의 저력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의 독일을 만든 것은 두터운 인문학적 역량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소중한 인문 자산을 역사 속에 방치하지 않고 끊임없이 현재에 되살려 왔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인물이다. 그러나 마르크스도 어엿하게 이곳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현대 자본주의의 많은 잘못을 수정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것은 마르크스에서 비롯되는 사상의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가 쓴 책은 독일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팔리고 읽혔다. 독일 군대에서조차 하인리히 만이나 카를 마르크스의 책이 금지되지 않았다. 반면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금서가 되어 왔다. 조형물 옆에 서 있는 안내판의 제목은 '아이디어의 땅, 독일(Germany, Land of Ideas)'이다. 규제가 없는 아이디어 시장의 보장이 독일의 저력이다. 이런 저력 덕분에 오늘의 독일이 있다.

한국에서 이런 책 조형물을 만든다면 과연 누구의 이름을 써 넣을 수 있을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쥐꼬리만한 권력만 있어도 이를 전용해 자신과 식솔의 배를 불리는 데 전력을 다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제일 먼저 공직자의 영원한 필독서가 되어야 마땅한 <목민심서>를 한국판 책 조형물에 넣어야 할 것이다.

공직자들이 그 책만 잘 읽어도 부정부패가 줄어들 것이다. 횡령과 수뢰를 포함한 온갖 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것이다. 제 잇속을 채우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의 성숙한 제도와 정책을 따라가야 한다.

독일은 공산 동독을 아우르며 승리한 자본주의 국가다. 독일에서 사회 제도가 성숙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기형적인 제도가 고착했다. 한국과 독일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독일에서 배워야 할 것은 청소년 직업교육 시스템이나 의료 서비스 구조가 아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포용하는 안목과 열린 자세이다. 신 신지식인이나 창조경제 따위도 아니다. 이런 얄팍한 돈벌이 지식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사회의 굵은 줏대가 되는 인문학적 지력과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다. 독일을 배우려면 근본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

제도 몇 개를 모방해서는 안 된다. 독일은 지방 분권이 잘 되어 있다. 지역 간 격차도 크지 않다. 우리사회는 양극단에서 목소리를 크게 낸다. 독일은 극우, 극좌 등 극단적 세력에 대하여 단호하다. 독일은 어느 대학이나 시스템과 형태가 동일하다. 표준화되어 있다.

그래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다. 독일인은 어떤 것을 결정할 때 본질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목적과 지향점, 방향성이 분명하다. 표준을 만들 때는 협력을 한다.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자유롭게 허용된다. 독일 교육은 국가가 교육의 담당자라는 책임의식이 강하다.

무상교육.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 수월성과 형평성의 조화를 추구한다. 개인의 소질과 능력, 적성에 부합하는 학교 선택, 수준별 수업, 다양한 진로 탐색 등이 장점이다. 직업교육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교사와 학교 등 공교육에 대해 무한 신뢰를 갖고 있다. 교육은 공공재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국가와 개인 사이의 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약하다. 자기 개인의 성취에만 골몰한다. 개인과 가정이 우선이다. 국가에 대한 가치는 부차적인 것이다. 그러나 독일은 다르다.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것 즉 공존을 중시한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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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08 [17:17]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