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분열과 남남갈등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02/22 [16:00]

국론분열과 남남갈등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02/22 [16:00]

통일은 한 목소리로 힘을 실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식 초청하면서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000년, 2007년에 이어 3차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크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해소의 기회가 된 것은 고무적이다. 해빙의 기회를 잘 살려나갈 기회라는 분석이다. 보수야당과 일부 보수단체는 모처럼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재를 뿌리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을‘평양올림픽’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북한 인공기와 김정은 위원장 사진을 불태우는 것도 한반도 정세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 응원단이 사용한 남성 가면에 대해“김일성 가면 아니냐”고 트집을 잡는 것은 졸렬한 태도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이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 용어를 놓고 일전을 벌였다. '평화올림픽'에 '평양올림픽'으로 맞서는 이런 식의 대응은 잘못됐다.

보수 일각에선 북한이 올림픽 참가 카드로 국제적인 대북 제재를 피하려 한다고 말한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버는 일이라고도 한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야당과 보수층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며 대북 협상에 나서는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

차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남갈등을 최소화하고 여러 세력과 공조하지 않으면 북한의 태도 변화를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없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국론 분열만 부를 뿐이다.

이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여건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할 때이다. 북·미대화로 가는 길에 놓인 장애물도 넘어야 한다. 남북관계는 산적한 난제들이 많다. 먼저 남남갈등부터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대통령은 여야 대표를 초청해 평창 이후를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최우선 과제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특히 정부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정치권과 시민의 협력도 필수다.

우리 사회는 걸핏하면 남북문제를 놓고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인다. 적을 상대하는 것보다 증오감이 더 크다. 정치판에서 시작된 논란은 사회 전반에 번진다. 서로 물고 뜯는다. 아귀다툼을 벌이는 것이다. 평창 이후 걱정은 남남갈등의 증폭이다.

남북 간, 미북 간 충돌 이전에 우리끼리의 충돌이 더 우려된다. 당장 한미 군사훈련 재개 문제다. 대북 특사로 언제 누구를 보낼지도 문제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남갈등은 정점에 이를 것이다. 이런 상태로 남북문제를 제대로 풀기는 어렵다.

비판적인 의견을 일부 수구세력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를 직접 만나야 한다. 대북 특사 파견 전에 야당부터 먼저 만나야 한다. 한꺼번에 회동하는 대신 일대 일로 대면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이는 한 사람씩 부르라는 어느 당 대표의 말 때문이 아니다.

여럿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 형식적인 대화가 아니라 흉금을 터놓고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시간제한 없이 만나 북한 측과 나눌 대화 내용을 야당에도 남김없이 알려야 한다. 북한 측의 숨소리까지 미국에 알려주라고 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대통령이 야당에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비판이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얼굴을 붉히고 치열한 토론을 벌일 생각도 해야 한다. 대통령이 진정한 모습을 보일 때 야당도 막 나가기는 어렵다. 설득이 되지 않더라도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다.

북한에 이용당할까 걱정하는 여론도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국민 여론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정책은 힘 있게 추진할 수 없다. 진정성 있는 지도자의 얼굴이 필요하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남남갈등이다. 남남갈등과 국론분열을 막아야 한다.

여전히 북한은 남쪽 사회를 이념적으로 분열시켜 국력이 모아지는 것을 방해한다. 특히 북한은 남측이 대북 강경 정책을 펼칠 때 도발하기 일쑤다. 이는 우리 정부를 곤경에 빠트리고 남남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통일 문제에 있어서는 정치인들부터 국론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정부의 책임만 강조하면서 국론을 분열시키는 언행은 안 된다. 이는 바로 북측이 노리는 남남갈등의 표출이다. 국가안보 위협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여기에 여야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진보와 보수의 이익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북의 핵·미사일 도발 책임을 외면한 채 남남갈등과 국론분열에 동참하는 것은 분명 이적(利敵) 행위다.

남남갈등(南南葛藤)은 남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이념적 갈등이다. 남남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균열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찾아야 한다. 이념적 갈등의 상태와 특성을 분석하는 일도 필요하다.

언론도 남북문제를 올바르고 공정하게 보도해야 한다. 의혹이라는 말로 아닌 것도 진짜인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 나라가 힘들 때 일수록 언론도 자중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경쟁 속에 의혹 보도를 내다보면 국민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남남갈등을 유발시켜서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있는 것은 오히려 정상이다.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말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만 있을 수는 없다. 다른 의견이 나오기 마련이다. 서로 다른 말을 한다는 게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남북문제만은 국론통일이 필수다. 국민과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야 평화가 온다. 우리 사회가 적전분열 양상을 보여서는 안 된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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