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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졸업식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3/02 [06:56]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교장 선생님께서는 졸업생들에게 보내는 축사에서 으레 “이제 형설의 공(螢雪之功)을 쌓고 교문을 나서는 졸업생 여러분들에게……,”라고 치하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실제로 두꺼운 눈꺼풀을 뒤로 젖히며 고된 몸으로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며 어렵게 공부하고 졸업하는 이 시대 산업사회 전사(?)들의 뒤늦은 이색적인 졸업식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근무하는 남일초.중.고등학교는 평생교육 학력인정학교로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는 410명은 그야말로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졸업장을 받았다. 학생 수로는 전라북도의 중. 고등학교 중에서 세 번째로 큰 학교로 졸업생 모두가 배움에 한이 맺혀 뒤늦게 학업을 시작한 늦깎이들의 졸업식이어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말하듯 “오빠 먼저 동생 먼저”하다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이 늦었다 생각지 않고 뒤늦게 시작하여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식장이어서 더욱 감동적이고 빛나는 졸업식이었다.


희끗희끗하다 못해 성근 머리로 반백의 중년을 넘은 늦깎이 학생들의 졸업식에는 많은 자녀들이 함께 와서 축하하며 부모님의 영광된 졸업식을 자랑스러워했다. 특히 참석한 자녀 중에는 학교의 교육현장을 지도하는 장학사가 있었고, 또 어떤 자녀는 대학교수가 되어 이들이 소개될 때는 졸업식에 참석한 내빈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참으로 뜻 깊은 졸업식장의 정겨운 모습이었다.


이제 이 졸업생들은 떳떳하고 당당한 지식인이 되었기에 더욱 뿌듯하고 빛나는 졸업식이 아닌가 싶었다. 특별히 이번 졸업식에는 83세의 고령 학우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학우는 초등학교 4년,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 모두 8년을 남일초.중.고등학교에서 수학한 만학도이며 대학에 장학생으로 진학하는 저력을 보여주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실증을 보여 주었다.

졸업생 중, 부부가 함께 공부해서 영예의 졸업을 하는 부부도 3쌍이나 있었다. 이들 중 두 부부는 마찬가지로 대학에 장학생으로 진학했다. 그 소개는 우리에게 기쁨과 보람과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이들이 처음 입학할 때에는 할 수 있을까, 너무 늦지는 않았나 조바심 반 근심 반으로 시작한 학업이었다. 그러나 칠전팔기의 각오로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는 아침에 출석해서 인연을 아름답게 가꾸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며 한 자, 한 문장 놓치지 않으려고 밀려오는 피로를 물리치며 눈을 부릅뜨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아름다운 노년의 면학분위기였다. 그렇게 한풀이를 하듯 열심히 노력하던 모습을 뒤로하고 정든 교정을 떠나야 하는 이들의 가슴속에는 남다른 감회의 눈물이 솟았으리라. 기쁨 반 서러움 반의 환희가 교차했고, 이들이 흘린 땀방울은 결실의 눈물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었다. 열심히 살았다는 자부심으로 이제는 무엇이든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지혜를 얻었기에 마음이 뿌듯할 것이다.


이제 저 넓은 대양을 향하여 떠나는 졸업생들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졸업생 모두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기대한다. /최상섭




*형설지공: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꾸준히 노력한다는 뜻으로 옛날 중국의 한 관리가 반딧불을 가까이 해서 책을 읽고 관리가 되었다는 고사에서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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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02 [06:56]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