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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대화가 필요해요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3/05 [07:01]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17일간의 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주제로 수필을 써보라는 김학 지도 교수님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엄벙덤벙 지나쳐버렸다. 초등학생이라면 숙제를 하지 않는 불량아이로 매맞을 짓이다.
  실은, 2월 4일부터 열흘 동안 남아공여행을 다녀오고, 설명절로 이어진 터라 동계올림픽의 관심도가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다가 메달이 하나둘씩 번쩍거리자 시선이 모아졌다. 이상화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 500미터를 2위로 들어왔다. 1위로 들어온 일본의 고다이레 선수가 일장기를 든 채 우리선수를 싸안았다. 태극기와 일장기가 유난히 크게 보였다. 이상화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며 눈물을 보일 때는 나도 덩달아 울었다. 이것이 나라사랑이자 동질감인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 때부터 텔레비전 앞에 바짝 다가앉았다. 그리고 전혀 알지 못하던 컬링경기를 보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물론 특이한 감정이 돌지 않았을 뿐이지, 이상화 선수 이전에도 컬링을 비롯한 여러 경기들을 텔레비전에서 슬쩍슬쩍 보긴 했었다. 
  난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었다. 그 어떤 운동이든지 뒤지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무주군 적상면의 육상대표선수로 뽑혔다. 그러나 6학년을 졸업할 때까지, 군에서조차 우승을 못했으니 도까지 출전할 기회는 없었다. 그래도 고등학교시절엔 100미터를 12초 2로 달렸다.
 달리기는 모든 운동의 기본이다. 그 덕분에 어떤 운동을 하든지 선수가 되었다. 가장 좋아하고 잘 했던 게 축구, 배구, 족구, 그리고 볼링이었다. 중학교 때는 정구를 하고, 고등학교 때는 여학생들과 핸드볼을 했다. 직장에 들어가서는 테니스를 했으나, 중학교 때 하던 정구와 달라서 일찍 접은 것을 몹시 후회하기도 했다. 시방은 아침마다 탁구 치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지금도 탁구대 앞에서 발 빠른 동작은 여전하다. 그 모습에 후배들은 혀를 내두른다.
  이처럼 모든 운동을 두루두루 했지만 컬링 같은 경기도 없다. 물론 구기 종목에서 이름을 부르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경기가 운동 중에 서너 명이 모여서 의논하며 고민을 하던가? 뛰는데 흥분하고 바쁠 뿐이지 고민할 틈이 없다. 컬링선수들의 끊임없는 대화가 필승의 전략이었다. 그들이 감독과 코치의 지시를 받던가? 아예 접근도 못한다. 1분의 작전타임을 가질 수 있으나 필드에서 선수들끼리 해결한다. 또 컬링처럼 양쪽 발에 각각의 다른 신발을 신고 뛰는 운동이 있던가? 한쪽 발은 미끄러지듯이 나아가는데, 다른 발은 끌려가는 것이 퍽 이채롭다. 그 뿐만이 아니다. 목표물에 구멍이라도 내려는 듯 눈에서 불을 토하거나, 값지고 무거운 돌을 빗자루로 쓸어서 이끌어가는 것이나, 고래고래 소리치는 모습에서 사람들의 혼을 빼기에 충분한 ‘마력녀’(魔力女)들이었다.
 
  경북 의성의 ‘마늘 소녀들’이라고 했던가? 경기를 보면서 음식의 맛을 내는 마늘이기를 바랬다. 어그러지고, 어깃장부리며, 썩어 문드러진 사회에서 맛을 내는 양념으로 말이다. 근엄하면서도 진지한 태도로 경기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소름이 돋았다. 난 그 경기에서 일에 대한 자기 확신과 성취감, 승리의 간절함 속에서 오는 애향심과 국가에 대한 신뢰감, 그리고 ‘하면 된다.’는 씨앗을 이 나라 국민 모두에게 심어준 경기였다. 어느 운동선수가 그렇지 않으랴마는 특히, 여성 컬링 선수들이야말로 더 그랬다.
  그래도 컬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대화다. 가정이나 직장이나 이웃, 그리고 종교나 이 사회에서 대화 없는 집단을 상상해 보라. 그곳이 곧 창살 없는 감옥이자 지옥이 아닐까? 만약, 컬링선수들에게서 대화가 끊어지고 꿍~ 했었더라면 결승은 하나의 꿈일 뿐이었다. 제아무리 유능한 선수가 그 안에 있다하더라도 세계의 강호들을 제압은커녕 제풀에 꺾였을 것이다.
 선수들의 끊임없는 대화, 한 가지가 결정되면 순종하는 자세, 리더의 말을 존중히 여기는 태도, 그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지르는 함성, 이런 모습들을 국민 전체가 보고 느꼈을 것이다. 정말로 대화가 필요한 세상에서 행동으로 보여준 본보기였다. 대화 속에서 인간의 사악함이 녹아내리고, ‘사람이 먼저’라는 요즘의 언어와도 맞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컬링선수들의 그런 모습에 감동했으며, 늘 대화 속에 살기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다.  /한성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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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05 [07:01]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