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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국 기자 폭행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3/12 [07:06]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당시 논란이 됐던 기자 폭행 사건의 범인이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 2월 20일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사태는 2017년 12월 14일 오전 10시 56분 중국 베이징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장에서 일어났다.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장 주변에서 갑자기 소란이 벌어졌다. 행사를 취재하려는 한국 기자들을 중국 경호원 약 15명이 막아서면서였다. 기자들은 대통령 근접 취재를 허용하는‘비표’(대통령 경호처가 배부한 비밀표식)를 제시하며 항의했지만 중국 경호원이 한국일보 고영권 사진기자의 멱살을 잡아 뒤로 넘어뜨렸다.

바닥에 쓰러진 고 기자는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이들은 이 장면을 촬영하려는 다른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빼앗아 집어 던지려 하며 취재를 하지 못하도록 위협하기도 했다. 오전 11시경, 우리 측 사진기자들이 다시 문 대통령을 뒤따르려 하자 다른 부스 앞에 대기하고 있던 중국 경호원들이 재차 출입을 막았다.

검은 양복을 입은 중국 경호원들은 항의하는 매일경제 이충우 사진기자와 시비 끝에 멱살을 잡고 복도로 끌고 나와 주먹질을 시작했다. 우리 기자들과 청와대 춘추관 직원들이“스톱”“노 터치”등 영어로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약 15명의 경호원은 이 기자를 쓰러뜨린 뒤 빙 둘러싸고 얼굴을 구둣발로 강타하는 등 3분가량 집단 린치를 가했다. 폭행 사태로 문 대통령도 10분 이상 전시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에 대한 테러다. 그런데도 이날 정상회담에서 기자 폭행 문제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저녁 홈페이지 올린 정례 브리핑 전문에서 중국 측 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 사건에 대한 질의응답을 삭제했다. 사태 은폐 논란까지 일고 있다.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기자들과 중국 경호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계속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중국 경호원들이 대통령 입장 때 취재를 방해해 기자단이 항의 표시로 철수하기도 했다. 이 사태는 한국 언론에 대한 모욕이다. 대한민국에 대한 중대한 외교적 결례이기도 하다.

중국은 대국이면서도 어린이 골목대장 행태를 보인 지 이미 오래다. 이웃나라의 내정 간섭 수준도 도가 지나치고 있다. 서해 영해 침범 및 어족자원 침탈, 이어도를 중국 영해 200해리에 귀속시킨 도상침략(map's aggression) 등도 했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도 못하게 압력을 넣거나 훼방을 했다.

미국 소재 중국 파룬공(法輪功) 조직이 운영하는 션윈(神韻) 예술단의 한국 공연 취소 압력도 자행했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 결정을 취소하라고 압력을 가한 것도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롯데에게 무지막지한 타격을 가했다. 중국 전역에 걸쳐 총 99개가 영업하고 있는 롯데마트 중 55개 매장을 대상으로 소방법 위반을 걸어 1개월 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중국인들에게는 반한 감정을 부추겼다.

한국의 과도한 중국시장 의존성을 약점으로 삼기도 했다.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제한한 것이다. 개인 여행객(산객.散客)만 제외하고 전면 금지했다. 한국을 기항지로 하던 쿠루즈선들도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한국에는 기항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북핵에 대해서도 겉 다르고 속 다른 식의 제재를 하고 있다.

국제정치에서는 힘이 정의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한국 기자 폭행은 분명히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폭거이다. 중국이 오늘날 강대국으로 부상한 것은 덩샤오핑의 말대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고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했기 때문이다.

도광양회(韜光養晦)는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다. '칼날의 빛을 칼집에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은밀히 힘을 기른 것을 뜻하는 말이다.

과거 덩샤오핑 시절 중국의 대외정책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자주 인용한다.

덩샤오핑은 대외적으로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내부적으로 국력을 발전시키는 것을 외교정책의 기본으로 삼았는데, 이를 '도광양회'라고 표현했다. 이런 정책은 당시 서구 열강들에 대항할 만한 국제적 위상을 갖추지 못한 중국의 처지에서 매우 현실적인 방법론이었다. 이후 1990년대 고도 경제 성장을 통해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위상에 오르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후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 화평굴기를 새로운 대외 정책의 방향으로 정했다. 화평굴기(和平屈起)란 중국의 전 국가주석인 후진타오(胡錦濤)가 내세운 외교 정책 노선이다. 화평(和平)은 평화를 뜻하며 굴기(屈起)는 산이 우뚝 솟은 모양을 가리킨다.

‘평화롭게 일어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화평굴기 전략은 후진타오를 중심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가 들어선 2003년부터 중국의 외교 노선으로 등장했다. 군사적 위험 없이 평화적으로 성장한다는 의미로 2003년 보아오 포럼(Boao Forum for Asia)에서 정비젠(鄭必堅) 중국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 상무부장에 의해 처음 언급되었다.

화평굴기는 2004년 후진타오 주석이 유럽을 순방하면서 중국의 외교 노선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후진타오 지도부는 화평굴기와 함께 유소작위(有所作爲) 전략도 내세웠다. 유소작위는‘필요할 때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국제 관계에 개입해 국익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평화적인 성장을 의미하는 화평굴기의 이면에는 유소작위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의도도 있다. 그런 중국이 시진핑 시대에 오만을 부린다면 쇠망의 길은 피할 수 없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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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12 [07:06]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