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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캠페인 계속돼야 한다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3/14 [15:50]

최근 미투(me too) 캠페인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대한민국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미투’열풍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차별하는 문화를 바꾸는 실질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여성 문인에 대한 성차별과 박해는 여성으로서 최초로 공식 등단한 일제 강점기 소설가 김명순(1896~1951)까지 올라간다. 탁월한 재능을 가진 김명순은 김동인, 김기진, 전영택 등 당대의 유명 남성 문인들에 의해 '퇴폐여성'으로 낙인찍히며 문단에서 사장되고 만다.

미투 캠페인은 SNS에‘나도 피해자(me too)’라며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고백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본래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Tarana Burke)가 성범죄에 취약한 유색 인종 여성 청소년을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다.

그는 단체‘저스트 비(Just Be)’를 설립하고 SNS에서“Me Too”라는 문구를 쓰도록 제안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미투 운동의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한 사건은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의 성폭력 스캔들이다. 그는〈펄프 픽션〉(Pulp Fiction, 1994),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 등을 제작한 헐리우드의 유명 제작자다.

지난 30여 년 간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수많은 여성 배우들과 직원들에게 성추행과 성폭력 등을 저질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 10월 기준 확인된 피해자만 5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2017년 10월 5일 《뉴욕타임스》가 기사를 통해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혐의를 폭로했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수십 년 동안 젊은 여성 배우들과 직원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중에는 배우 애슐리 쥬드(Ashley Judd)와 로즈 맥고완(Rose McGowan)도 포함돼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후속 기사에서 기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 안젤리나 졸리(Antina Jolie)를 포함한 여성 7명의 성폭력 피해 증언을 실었다.

폭로 이후 하비 와인스타인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인 와인스타인 컴퍼니에서 해고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MPAS)에서 완전 제명되었다. 그 뒤 배우 알리사 밀라노(Alyssa Milano)가 트위터를 통해‘미투 해시태그(#MeToo)’를 붙여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자고 제안했다.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규모와 심각성을 알리고 생존자들과 함께 연대 의지를 밝히자는 취지였다. 8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MeToo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이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당한 경험담을 폭로했다. 이후 하루 만에 약 50만 건의 트윗이 뒤따랐다.

페이스북에만 처음 24시간 동안 약 1,200만 건 이상의 글이 올라왔다. 미투 운동에는 여성뿐 아니라 일부 남성 피해자들도 함께 연대했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인 안소니 랩(Anthony Rapp)은 14세에 배우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유명 배우들을 시작으로 문화계와 언론계, 정계, 재계 등 각계각층에서 일하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 경험을 고발했다. 미투 캠페인의 파장은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갔다. 배우 테리 크루스(Terry Crews)도 헐리우드 유명 인사로부터 당한 성추행 경험을 언급했다.

경력과 사회적 시선 때문에 섣불리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생존자들의 현실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더스틴 호프만, 케빈 스페이시 등은 성추행 고백이 알려지며 명배우에서 파렴치한으로 전락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미투 운동은 아직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권력형 성범죄란 가해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저지르는 성폭력이다.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다.

가해자를 고발할 경우 권력 차이로 인해 피해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폭력 생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고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직장 등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은 물론 성폭력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투 운동보다 빠른 2016년 10월 SNS를 중심으로“#○○_내_성폭력”운동이 일어났다. 웹툰 등 서브컬처 문화 내부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해시태그를 시작으로 문단, 교육계, 문화계, 연극계, 영화계, 직장, 학교, 교회, 대학, 가족 등 각계각층의 성폭력 경험이 SNS를 통해 폭로됐다.

특히 문학계를 포함한 예술계 전반의 성폭력 피해가 알려졌다. 노벨상 단골 후보로 올랐던 고은 시인은 성 추문으로 나락에 떨어졌다.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혔던 안희정 충남지사마저 사실상 정치인생을 마감했다. 비서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성폭력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미투(Me too) 운동은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투 운동으로 가해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성범죄는 친고죄인데다 소멸시효 또한 너무 짧기 때문이다. 당장 관련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미투 캠페인에 참가하는 피해자들에게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보호책과 안전망 마련이 중요하다. 성폭력 피해자의 품행을 운운하며 본질을 왜곡하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미 거대한 변혁은 시작됐다.

더 이상 성역은 없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은 이제 사회 각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날마다 용기 있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광풍처럼 번질 조짐이다. 이번 기회에 대청소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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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14 [15:50]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