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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동행자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3/21 [09:08]



예식장에 들어가고 있을 때였다.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에 선생님을 붙여 부르는 것이었다. 낯설지 않은 목소리. 뒤돌아보니 예감대로 그들이었다. 그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즈음, 직장을 옮기면서 헤어졌으니 이십년이 흘렀다. 기억 속에 남은 모습 그대로였다. 고집쟁이, 새침이도 있었고 내 생일날 책을 선물한 이도 있었다. 그간 인터넷 카페에서 안부를 주고받거나 한두 명은 만난 적도 있지만 모두를 한꺼번에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가웠다.
그들은 어린 시절 임마누엘보육원에서 함께 자랐다. 성인이 된 지금은 사는 곳이 저마다 다르다. 대부분 서울 근교에서 살고 있지만 제주도와 구미에 사는 이도 있었다. 그들은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다른 또래들과는 달리 우정이 돈독하다. 기념일을 챙기고 즐거운 일이나 힘든 일이 생기면 기뻐해주고 격려해준다. 오래 전부터 인터넷 카페까지 만들어 서로 소통하며 의지하고 있으니 한때 가르침으로 인연을 맺은 나로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사람의 얼굴이 서로 다른 것처럼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다. 동물 역시 그렇다. 호랑이처럼 혼자 살아가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바다의 물고기나 남극의 황제펭귄처럼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동물도 있다. 떼를 지어 살아가는 물고기가 서로 부딪치지 않고 앞으로 나가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을 보면 군대 제식훈련처럼 누군가 명령을 내리는 것 같다. 이런 일사불란한 행동은 동료들 간에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멀어지면 가까이가고 가까워지면 멀어지는 규칙이 있다.
나는 다큐멘터리 중에서 동물의 세계를 즐겨 본다. 아프리카 초원 세렝게티공원의 동물이야기와 극지방의 힘든 환경을 이기고 살아가는 동물의 모습을 눈여겨본다. 세렝게티공원의 동물들은 강한 동물들이 적이지만 극지방에 사는 동물들은 추운 환경이 적이다. 며칠 전에는 남극에서 살아가는 황제펭귄 이야기를 보았다.
황제펭귄은 특이하게도 수컷이 알을 품는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발 위에 알을 올려놓고 품는다. 암컷이 먹이를 구하러 간 4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새끼를 부화시켜 기른다.
남극의 환경은 지독하다. 영하 70도 이하일 때도 있다. ‘블리자드’라 불리는 눈폭풍이 몰아치기고 하고, 밤이 넉 달 동안이나 지속되기도 한다. 그런 지독한 환경에서 황제펭귄 혼자 살아가기는 버겁다. 블리자드 눈 폭풍과 밤을 혼자서 감당해내기란 쉽지 않다. 황제펭귄이 살아남는 방법은 무리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다. 서로 도와가며 겨울을 이겨낸다. 몸을 기대어 따뜻한 털로 서로를 지켜준다. 추운 바깥자리는 서로 돌아가며 맡는다. 이처럼 혹한 환경에서도 동료들이 있어 새끼를 부화시키고 기를 수 있다.
예식이 끝났다. 늠름하게 자란 신랑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김천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 지난 추억을 되새겨 보았다. 하나같이 소중했던 시간들.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재산이다. 장성한 그들에게 특별히 원하는 것은 없지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삼십대 중반에 이른 그들도 경험해서 알겠지만 사회생활은 남극의 혹한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생활도 남극처럼 냉혹하다. 블리자드 폭풍도 있고 어두운 밤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도 하고, 영하 70도의 혹한도 닥칠 수가 있다. 그런 지독한 환경을 이기며 살아내는 길은 황제펭귄의 겨울나기처럼 친구들과 서로 소통하며 의지하는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오래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나와 인연이었던 그들이 서로서로 정을 나누며 살아가기를. 행복한 동행자가 되기를 바란다./정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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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21 [09:08]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