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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의 부패지수가 심각한 나라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5/23 [14:08]

대부분의 전직 한국 대통령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경유착 및 거액 수뢰혐의로 쇠고랑을 차기 일쑤다. 자식을 포함한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한다. 불행한 역사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진정한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려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사회 지도층의 도덕지수가 높아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도덕 불감증 환자들이 만드는 부패공화국이다. 냉소주의와 허탈감이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다. 고위층과 권력기관부터 바뀌어야 한다.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도덕적으로 청렴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환경이 오염되면 세월이 지나면서 정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성이 파괴되고 부정부패로 만연한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로 바뀌기가 매우 어렵다. 대한민국은 상위 3%가 부의 97%를 독점하고 있는 나라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물림 되는 나라다. 자본과 권력이 야합해 만들어 가는 부패공화국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복지국가나 선진국가를 말할 수 없다. 사회적 지위에 따른 도덕적 책임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지도층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 지수는 이미 실종됐다. 이들의 도덕불감증은 바닥을 모르고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정치인과 권력 주변인사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줄줄이 구속되는 장면을 너무 많이 보고 있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조차 입시비리, 재단운영 비리, 연구비 비리 등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국민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가 너무 크다. 자라는 세대들에게 윤리나 도덕을 가르치기도 부끄럽다. 일부 사회지도층의 윤리의식 실종과 부패는 사회적으로 부정적 학습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부패와 비리는 사회 통합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윤리성 없는 권력, 도덕성 없는 재물은 국가 기반을 무너뜨릴 뿐이다. 과연 사회지도층의 윤리교육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치권 및 공무원과의 유착과 상납, 대기업과 하청업체간 불평등한 하도급 관행의 역사는 오래됐다. 하청업체에서‘대접’을 받는 대형업체 역시 각종 권력기관에 일정 부분의 몫을 지불해야 하는 일도 적지 않다.‘부패의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는 권력층이 있다. 권력형 부패는 냉소주의를 확산시킨다.

한국의 부패는 △대형화 △만연화 △일상관례화 △구조화라는 4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사회적 존경을 받는 계층과 신뢰받는 정치적 리더십이 없는‘무(無)권위’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은 정치권과 정부에 대해서는 약자(弱者)다.

그러나 중소기업과의 관계에서는 강자(强者)로서 횡포를 자주 부린다. 불공정 하도급 관행과 일부 기업인의 회사자금 유용은 뿌리 깊은 악폐(惡弊)다. 대기업 개혁의 핵심 과제는 지배구조 문제가 아니다. 먼저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를 줄이는 일이다.

사립학교가 비리의 온상으로 지탄받는 데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교육 당국이 오히려 비리사학을 비호한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분쟁을 조정하기는커녕 분쟁을 일으키는 사학을 비호한다. 부정부패를 막아야 할 관청이 부정을 조장하도록 부패인사를 감사로 기용하기도 한다.

이해관계가 있거나 연고가 있기 때문이다. 백성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먹고 사는 공무원이 백성의 편이 아니라 비리사학의 편을 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대기업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 감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사내 감사위원회다.

대기업 경영진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사내 감사위원회도 대부분 국세청이나 정부 관료 등 전직 공무원들로 채워져 있다. 사내감사를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에게 맡기면 어떻게 제대로 된 감사를 할 것인가. 전직 고위 공무원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를 자사의 부정과 비리를 덮어 줄 방패막이로 이용하겠다는 기업이 문제다.

부정과 비리를 눈감아주겠다고 사내 감사를 맡은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에는 기가 막힌다. 충격을 넘어 허탈감을 안겨주는 일이다. 우량국가와 우량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존경받는 지도 계층, 신뢰받는 기업이 필수조건이다.

서구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은 특권을 누리는 계층이 솔선해서 국가를 위한 병역의 의무를 다했다. 사회에 부(富)를 환원했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50세 이하 귀족 남자 가운데 20%가 전사(戰死)했다. 1982년 포클랜드전쟁에선 앤드루 왕자가 헬기 조종사로 직접 참전하기도 했다.

지도층의 병역 문제가 자주 불거지는 한국의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 영국에서 특권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말 그대로 의무 사항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자신의 재산 가운데 60%를 에이즈 퇴치사업에 쓰고 있다.‘재산은 신이 잠시 맡긴 것’이라는 기독교적 전통을 엿볼 수 있다.

서구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의식은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인들은 초일류 기업에 걸맞은 경영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반부패 교육이 절실하다.

사회 지도층을 대상으로 한 청렴교육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정보가 독점되지 않도록 공개하고 투명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감시체제를 더 확충해야 한다. 솜방망이식 처벌로는 안 된다. 철저한 신상필벌을 해야 한다. 부패한 공직자가 다시 복귀하여 일하는 풍토는 잘못된 것이다.

이는 부패의 불감증을 초래한다. 내부 고발자의 보호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조직의 부패는 외부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내부의 고발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연결된 사슬 때문에 내부 고발자는 결국 알려지고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한 모험을 즐기려 하지 않는다. 비합리적인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 비현실적이며 비합리적인 제도와 법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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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23 [14:08]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