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다음 생이 있다면...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05/24 [14:12]

혹 다음 생이 있다면...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05/24 [14:12]

 

인생이란 무엇인가?  행복의 파랑새는 어디에 있을까? 자문자답을 해본다.

그러나 아무도 이 물음에 시원스럽게 대답해 주는 이가 없다.

벨기에의 상징파 시인'메테를링크' 작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고 창문 앞에서 지저귀더라는 말이 맞을까. 2007년 단풍잎이 곱게 물들어가는 가을!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요 철학자인 ‘앙드레 고로’가 아내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그 옆에는 ‘우리를 화장한 재를 함께 가꾼 집 정원에 뿌려 달라’는 유서가 있었다. 평생을 비둘기처럼 다정하게 살았던 이들의 죽음에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나라까지 잃어버린 가난했던 유대인 청년 '고로'는 영국 여인 ‘도린 케어’를 도저히 넘볼 수 없었으나 그 꿈이 현실로 이뤄져 신혼 초 초라한 셋방살이에서도 불평 없이 서로 사랑하며 알콩 달콩 재미나게 살았다.

60년간 생사고락을 같이한 이들 부부! 병든 아내 곁에서 병간호에만 전념한 남편 고로, 마지막 병고에 시달리는 사랑하는 아내를 혼자 두고 갈 수 없어 둘이는 아름다운 황혼의 정사라는 죽음을 같이 한 이들 노부부에게 많은 이들이 존경과 애도를 표했다.

84세의 고로는 20년이 넘게 불치병으로 시달린 83세의 아내‘도린’에게 마지막 연애편지를 썼다. “도린? 우리 함께 한 역사를 돌이켜 보면서 나는 많이 울었소. 내가 죽기 전에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리의 관계였어요. 나는 이글을 대중들을 위해 쓰지 않고 오직 내 아내 '도린'만을 위해 씁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젊은 날의 오만을 사죄하고, 내게 풍부한 삶을 알게 해주었던 당신께 감사합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 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이렇게 끝을 맺은 이 책은 그가 죽은 후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이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고백에 많은 세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행복전도사 최윤희 그는 꿈 많은 문학소녀로써 이화여대 국문학을 공부한 작가로써 20여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완숙한 정신세계를 펴보지도 못한 채 60초반의 아까운 나이에 갔다. 꿈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용기와 웃음을 준 그는 온몸의 뼈마디가 쑤셔대며 고통을 주는'흉반성 루푸스'란 몹쓸 병으로 고통을 이기지 못해 남편과 함께 떠났다. 그의 유서에는 사랑하는 자식과 나를 아는 지인들에게 먼저가게 된 것을 미안하다는 몇 마디를 남겼다.  어쩜 이들도 '고로'의 부부 죽음과 같이 아내 ‘D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함께 세상을 떠난 는 지도 모른다. "여보? 나를 밤마다 괴롭히는 이 고통을 더 이상 못 참겠어요. 나 먼저 갈 테니 그리 알아요..." 70초반의 남편은 아직도 아름다운 노을을 거닐 날이 남았는데도 부인과 함께 간 사랑의 이야기 순애보(殉愛譜)일까. 인생이 얼마나 비참한가는 홀아비가 되어 보아야 만 안다고 하였다. 마지막 가는 길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빈부귀천도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한번 나서 한번은 순서 없이 갈 뿐이다.  하늘이 부를 때 두 손 번쩍 들고 수의 한 벌만 걸치고 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허다한 사람들은 세상을 뒤돌아본 ‘롯’의 부인처럼 싸늘한 소금기둥이 되어 버리기가 일쑤다. 

지금 이 시간, 수많은 사람들은 삶과 죽음이라는 천국과 지옥을 수없이 넘나들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자가 15,000명으로 노인이 주를 이룬 하루에 40여 명 꼴이다.

OECD 국가 중 헝가리를 앞서 불명예스럽게도 1위라니...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는지 늙어 아름다운 황혼을 맞을 권리마저 빼앗는 국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날이 갈수록 윤리도덕은 땅에 짓밟히고, 종교마저 유물주의에 빠져 그 사명을 잃어가고, 그야 말로 방황과 혼돈(混沌)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아이 울음소리가 그쳐 버린 농촌은 그렇다 치고 도시청년도 아이 낳기를 꺼려하고 있어 미래에는 민족국가의 존립까지 들먹이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 죽음? 가난과 병고? 이제 늙고 가진 것 없고 병드니 자식도, 국가도 아무도 모르쇠 하니 마지막 가는 길에 천명을 다하지 못하고 고독사(孤獨死)하는 이가 많다. '앙드레 고로'와 '도린케어' 처럼 혹 다음 생이 있다면 우리 같이 한 세상 살자고 아내에게 고백하는 연애편지는 못 쓸망정, 그래도 티격태격 노부부가 한평생 살다가 세상 떠나는 날 ‘여보? 나 같은 못난 사람 만나 고생만 시켜 마안하오. 다음 생이 있다면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기 바라오’ 란 진솔한 한 마디의 고백은 어떨까. 이혼을 밥 먹듯 하고 핏덩이 자식도 버리고 저 혼자만 살겠다고 바둥거리는 현대인들에게 부부의 애틋한 사랑과 가정의 소중함과 그리고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라는 성현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송기옥 칼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