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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친구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5/30 [08:27]


 
 3월이 끝나는 날, 막내아들 내외의 주선으로 부산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둘째아이 차를 타고 오후 2시에 출발했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달려 함안휴게소에서 차 한 잔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하는 나들이라 그런지 즐겁기만 했다.
 화사한 봄 날, 가로수로 조성된 벚꽃이 만개하여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차창으로 스쳐가는 들판, 아스라이 보이는 산에도 각 종 꽃들이 화사한 얼굴을 드러내니 참 아름다웠다. 남해고속도로로 바꿔 달리는데 김해에서 부산까지는 차가 계속 밀렸다. 황령 터널을 지나니 경찰서가 보였다. 이제 다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큰아들 내외와 손자손녀, 막둥이 내외를 반갑게 만나, 준비한 생선회와 전주에서 가져간 등심구이에 부산 막걸리를 곁들이니 맛진수성찬이었다. 그날 저녁은 자녀들과 담소를 나누며 편안한 밤을 보냈다. 그 이튿날은 온 가족이 태종대 등 부산관광으로 계획이 짜여져 있었다. 문득 옛 생각이 나서 부산에 사는 초등학교 친구에게 S N S로
'얼굴 한 번 볼 수 있는겨' 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그려. 모든 것 다 제끼고 00에서 11시에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역시 초등학교 동창생인 묵은 친구들이었다. 전주와 부산에 떨어져 살면서 어쩌다 맘 내키면 전화로 안부나 묻던 친구,‘김우식과 홍흥기’를 만났다.
 천 리 남쪽 부산에서 몇 십 년 만에 만나는 동창생들, 모든 일을 뒤로 하고 반겨주는 해묵은 친구들이 있어서 고맙기만 했다. 눈가엔 얼마나 잔주름이 피었을까? 머리는 얼마나 희어졌을까? 궁금했는데, 만나보니 하나도 늙지 않았다.
 반가운 마음으로 해만나서 영도다리도 건너보고, 자갈치시장을 거쳐 광안대교를 건너서 기장군 바닷가 횟집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부산 앞 바다를 바라보며 쇠주로 건배를 거듭했다. 자연, 옛 시절로 돌아가 고향에서 닭서리를 하다가 파출소에 끌려가 혼쭐난 이야기며, 하천정비사업을 하면서 패싸움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도망다니던 이야기 등 끝없는 추억담에 빠지다 보니 연신 빈 소주병만 불어났다. 해묵은 친구는 이래서 좋은가 보다. 비록 세월은 흘러 모습은 변했지만, 우리의 마음은 옛날 그대로였다.
 
 어릴적 친구들은 냇가의 조약돌 같이 보드랍고 친근하다. 오랜만에 만나도 조금도 어색치 않으며, 해묵은 친구일수록 더 그렇다. 그래서 해묵은 친구는 보약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친구들과 작별하자니 아쉽기만 했다.
“부산에 사는 친구들이여. 건강하고 하는 일마다 모두 잘 되어서 또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드라고!”
 해묵은 친구들과 헤어지며 흘러간 노래‘이별의 부산 정거장’을 소리 높여 불러보았다.
/송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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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30 [08:27]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