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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체제 안전보장 문제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5/31 [17:07]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북미정상회담이 곧 열리게 된다. 시작은 남북정상회담이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여전히 우려되는 대목이 많다. 남북정상회담은 첫 단추를 잘 끼우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를 토대로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의미 있는 합의가 나와야 할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은 한반도 냉전구도 해체와 평화구축, 남북 평화공존의 출발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실패하면 전쟁의 위기가 이전보다 짙게 드리워질 수 있다.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북한이다. 실제로 요즘 국제 정세변화의 원동력은 북한의 달라진 태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전개될 일들의 성패 역시 북한에 많이 달려 있다.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느냐가 관건이다. 과연 북한의 진정성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특히 앞으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이 체제안전보장을 위한 조치로 한·미에 무엇을 요구하는 지에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전망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제재를 피하고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기 위한 시간벌기라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는 북한이 진정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북한은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핵 포기와‘체제안전보장’을 위한 조치를 맞바꾸자는 제안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 체제안전보장 조치에 대해 정확하게 밝힌 적은 거의 없다.‘대북 적대시 정책 철폐’정도만 귀에 익은 말이다. 북한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체제안전보장은 평화협정 체결이나 불가침 선언이라는 지적이 있다.

북·미 관계 정상화, 제재 해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핵우산 철폐,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나 완전 철수를 의미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미는 모두‘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의 방안을 원하고 있다.

반면 북한의 고민은 체제 안전을 어떻게 보장받을 것인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북한이 무엇을 구체적으로 요구할 것인지가 대화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요구를 한다면 진지한 협상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핵우산 철폐나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해체 등을 들고 나올 경우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한·미는 북한이 진정으로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의 1순위는 현행 통치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물론 일본과의 수교를 통해 국제사회에 안전하게 진입하는 방안이다. 북한 정권의 인위적 붕괴나 인권문제 등은 북한에게 매우 예민한 사안들이다. 이는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예민한 사안들이다.

따라서 이를 언급하는 것조차도 북한으로선 꺼릴 수밖에 없다.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언급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이런 예민한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삼가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북한 경제를 옥죄는 대북제재 등도 북한으로선 심각한 체제 위협의 요소다.

경제발전을 통한 체제 안정을 위해선 이 같은 대북 제재가 해제되는 것이 북한으로선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을 넘어 한반도 평화협정의 체결 역시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의 한 방안이다.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은 물론 미국과의 수교 등도 중요하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물밑 협상 과정에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우선순위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미정상회담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의 가닥을 잘 잡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북한에 보다 확고한 체제 안정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의 조건으로 경제 보상과 함께 이례적으로 체제 안전보장을 공언하고 있다. 체제 안전을 위한 조치는 외부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한 국가의 정치 체제 붕괴는 주로 정통성이 무너질 때 발생한다. 외부 요인보다 내부 요인이 더 큰 셈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은 핵무기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에 주는 시사점은 독재정권이 민중봉기로 붕괴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독립 당시 구소련이 남겨놓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는 독립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핵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정권이 붕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은 잘못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이 민중봉기로 붕괴하면서 시작됐다.

러시아가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무력을 개입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독립 당시 미·러 등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영토와 안전을 보장받은‘부다페스트 협약’이 결국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확실한 담보가 없는 다자 안보조약은 무용지물이다.

견고한 장치의 동북아 다자 안보체제가 필요하다. 핵 포기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것도 나토와 미국의 공습 이전에‘아랍의 봄’에 영향을 받은 민중혁명이 직접 원인이다. 설사 우크라이나와 리비아가 핵무기를 갖고 있었다고 해도 내부에서 촉발된 정권 붕괴를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한·미가 제공할 수 있는 안전보장 조치는 북한 체제 안전에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체제 유지에 필요한 외부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지금의 북한 통치 체제가 지속 가능할 리 없다.

진정으로 북한이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싶다면 비핵화와 그에 따른 주변 강대국의 안전 보장만이 전부가 아니다. 비현실적이고 기형적인 통치 체제와 인권 문제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는 내부 개혁 조치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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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31 [17:07]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