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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비호(飛虎)소년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6/01 [06:50]



지난 3월 초에 초등학교 선배님의 전화를 받고서 약속장소로 갔다. 시집도 안간 꽃 같은 젊디젊은 아가씨가 혼자서 경영하는 군청 앞 찻집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들으며 커피 향에 취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변산대안학교’에 3일간 체류한다면서 시간이 허락된다면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 날은 몇 군데 신문사와 잡지사에 보낼 원고정리를 하느라 밤 1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집안일을 대강 대강 해 치우고서 쌀 한 포대를 싣고 대안학교를 찾았다. 화려한 철학교수직도 내 팽개친 채 교육혁신을 꿈꾸며 가족과도 떨어져 홀로 대안학교를 창설한 ‘윤’교수님은 익히 알고는 있지만 정식으로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변산 해안선 야방모퉁이를 돌아서니 붉은 해가 비안도를 넘어 칠산 바다 수평선을 향해 뉘엿뉘엿 빠져 들고 있었다. 고운 비단결 같은 모래밭이 펼쳐진 변산해수욕장을 지나, 변산면 소재지에서 족히 십리는 파고든 지지포 골짜기의 대안학교 가는 길은 산으로 둘러싸여 막바지에는 월명 낙조대와 신선대로 가는 높다란 재가 가로막혀 있다.

고려 충렬왕 때 명신이었던 부안이 낳은 지포(止浦) 김구(金坵1211-1278)선생이 낙향하여 이곳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낸 산수 좋은 골짜기로 변산 10경중의 하나인 지포선경이다. 윤교수님는 산 중턱 황무지를 수년간 개간하여 자급자족을 하고 흙벽돌을 손수 찍어 여러 채의 집을 지어 독립가구를 만드는 일이며, 전국에서 모여든 사연 많은 이채로운 집단공동체이다. 학교본당 앞은 꽤 넓은 운동장에 쑥이며 잡초들이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어린꼬맹이들이 노란 병아리처럼 도란도란 장난을 치며 마음대로 뛰노는 모습이 그렇게도 정겨울 수가 없다. 운동장 구석에 시설된 평행봉에서 두 남학생이 운동을 하고 있다.

나도 학생의 마음으로 평행봉에 올라가 팔굽혀펴기를 몇 차례 하고나니 힘이 쫙 빠졌다.

‘얘야, 이 학교 학생이니?’ “ 고등학생입니다. 제 이름은 0비호입니다.”

‘비호라! 비호같이 나는 호랑이란 이름으로 참 재미있는 이름이구나.’

그 옆에 있던 덩치가 좀 큰 학생이 말하기를 “비호는 대통령이 꿈이래요”

‘그래 ! 너의 꿈은 ?’  “소방관입니다”  ‘꿈들이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

저녁 식사 담당자를 찾았다. ‘나그네 인데 저녁 한 끼를 부탁하자’고 했더니만 사전에 접수해야 한다고 하여, 쌀 포대를 내밀면서 사실은 이곳에 묵고 있는 선배님을 찾아 왔다고 하니 그 때서야 허락을 하였다. 해는 어느새 지고 어둠발이 드니 저녁식사 시간을 알리는 둔탁한 종소리가 울렸다. 어느 틈새에서 숨었다가 나오는지 귀여운 꼬맹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 까지 꾸역꾸역 30여명의 식구들이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섰다. 나도 배식을 받아 나무탁자에 앉아 저녁 식사로는 두부와 해쑥을 넣고 보글보글 끓인 맛있는 된장찌개에 밥한 그릇을 뚝딱 먹어 치웠다. 식사가 끝난 후 오늘 한 일과 내일 할일에 대해 토론이 벌어졌다. 나도 한 식구가 되어 내 소개를 하게 되었다. ‘나도 여러분과 같이 흙과 더불어 사는 농부로써 농사도 짓고 글도 쓰는 남들이 나를 농부작가라고 부르지요. 오늘 한 식구가 된 인연에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에는 나를 이방인 취급 하던 이들이 동류상성(同類相聲)하는 동질감에 친근해졌다. 자유분방한 토론이 끝나고 작별인사를 하고 식당 문을 나서니 산촌에 어둠이 짙게 깔렸다. 조금 전 옆 밥상에서 내말을 유심히 듣던 복숭아꽃처럼 봉올봉올 맺혀 금방 필 듯한 예쁜 여학생이 자기도 나와 같은 성(姓)이라며 이름은 ‘한나’라고 소개하였다.

‘그래 다음 또 만나자’며 80을 훌쩍 넘긴 언론의 대부 격인 선배님 내외분과 함께 주차장을 향해 더듬더듬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우리를 불렀다. ‘선생님? 명함 한 장 주세요’ 그는 다름 아닌 대통령이 꿈이라던 비호 학생이었다. 조금 전 토론회에서 질서 정연하게 조리 있는 말솜씨가 대견스러웠던 친구다. 그 날 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잠시나마 대안학교에서 일어난 앞 뒤 정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그로부터 한 주간이 훌쩍 지났다. 비호소년과 한나 소녀가 생각이 났다. 그들이 왜 이곳에 왔는지? 부모는 누구인지? 그 날 밤 나를 보는 애잔한 두 학생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다.    

 

두 학생에게 편지를 보냈다. 비호 학생에게는 이름 안에 대통령이라 썼다. ‘전쟁은 인류의 적,누가 진정 네 이웃이냐?’와 한나 학생에게는 ‘파계, 판도라의 희망, 낙화암 3천 궁녀 설은 허구’ 란 제목의 칼럼과 수필 문을 각각 보내 주었다.  변산공동체 학교의 구성원은 귀농자녀와 추천자녀, 일반학교에서 적응치 못한 학생들로 구성되어 자연과 함께하는 인간교육을 중점적으로 하는데, 학년이 따로 없으며 영어,수학과목은 인기가 없고, 주로 학부모가 교사로 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학교는 학교가 파하면 서너 개의 과외에 시달려야 하고 주로 암기를 위주로 하지만 이곳은 자율적으로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며 노동을 신성시 여기는 ‘일하지 않으려거든 먹지 말라’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훈련받는 집단 공동체이다.

언제 또 대통령이 꿈인 비호학생과 한나 학생과 귀여운 꼬맹이들을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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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01 [06:50]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