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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남원 고남산(古南山, 846m)
이성계가 산신제 지내고 황산에서 왜장 아지발도 물리친 신령스러운 곳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6/07 [18:58]




▲ 남원 요천에서 본 고남산     © 새만금일보



이성계가 고려 말 우왕 때(1380년) 무학대사와 고남산에 올라 천지신명께 승리를 기원하는 신신제를 지낸 뒤, 1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황산에서 대승을 거뒀다. 그리고 조선왕조를 건국한 뒤 이 산을 태조봉 또는 제왕봉으로 불렀다.

반면 조선 황산의 산신이 자신의 꿈에 나타나 화를 냈다며 출정을 만류한 애첩을 단칼에 죽인 뒤, 2천의 왜구를 이끌고 인월에 주둔한 아지발도는 이성계에게 참패하고 자신도 죽었다.

<<용성지>>와 <<조선환여승람>>에는 고남산은 중턱에 얼음이 무성하게 자라는 관음굴(觀音窟)이 있으며, 산동면은 만행산 동쪽이라서 붙은 이름이고, 부절(釜節)은 고남산 서쪽 마을로 가마솥 형상이라는 기록이 보인다. 고남산 줄기에 고기 잡는 도구인 작살봉, 화로 형상의 화로봉, 요강바위 등 특이한 지명도 있다.


▲ 고남산 정상석(좌), 여원치 안내판(우)     © 새만금일보

여원치는 영호남을 이어주는 전략적 요충지요, 임진왜란을 비롯한 수많은 전란 때마다 접전지로 쟁탈의 대상이 되었으며, 지리산과 백두산을 이어주는 백두대간이자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다. <<한국지명총람>>에는 한 여인이 이성계를 운봉의 황산으로 안내해 왜장 아지발도를 활로 쏘아죽이고 왜적을 물리치게 했다고 나와 있다. 또한 왜적들에게 노략질 당한 여인들과 경상도 진격이 좌절된 동학혁명군들의 한이 서린 곳이다.

<<조선환여승람>>에는 이성계가 왜적과의 싸움에서 대승한 황산(荒山·일명 화수산)은 운봉 동쪽 10리에 있는데 높이가 수백 장이나 되는 석산으로 정상에 높은 바위가 있다고 했다. 황산 근처에는 이성계가 왜장 아지발도를 활로 쏘아 죽였을 때 흘린 피로 물든 피바위(血巖)와 황산대첩비가 그 전황을 말해주고 있다.

덕운봉 아래의 가재 마을은 백두대간이 유일하게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 농경지~마을 진입로~60번 도로~고기리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곳이다. 행정구역도 강복남 씨 행랑채는 남원시 운봉읍, 본채는 주천면으로 나누는데, 이 구간은 섬진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으로, 경지정리로 인해 마을진입로 아래의 수로를 통해 섬진강물이 낙동강 유역으로 흐르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봄에는 철쭉꽃이 만발하고, 여름은 녹음방초, 가을은 단풍, 겨울은 하얀 눈이 덮여 절경을 이루며, 또한 섬진강의 젖줄기인 요천수를 통하여 산동평야의 기름진 옥토에서 생산된 쌀은 임금에게 진상미로 올렸다는 가마솥 형상의 부절리가 지척이고, 동으로 운봉, 그 너머로 백두대간 줄기인 지리산의 연봉들이 천왕봉과 함께 다가온다. 그러나 정상의 통신시설과 시멘트도로가 자연경관을 훼손시켰다. 정상에서 백두대간 능선은 길이 좋은 반면 서쪽 산동면 부절리 하산길은 등산로가 희미하다.

산줄기는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서북쪽으로 금남호남정맥을 내려놓고 남진하며 백운산, 봉화산을 거쳐 고남산을 일구어 놓고 지리산으로 내닫는다. 물줄기는 동쪽은 만수천을 통하여 낙동강, 남쪽은 요천을 통하여 섬진강에 살을 섞은 뒤 모두 남해에서 상봉한다. 행정구역은 남원시 운봉읍과 산동면에 위치해 있다. 
 
▲ 고남산 송신탑     © 새만금일보

▲산행길잡이

○제1코스 권포리-고남산-여원치-주지봉-수정봉-가재마을 <14.6km, 6시간)

○제2코스 여원재→고남산-(시멘트길)→통안재→유치재→매요리 (10km, 4시간30분)

○제3코스 권포리-(시멘트도로)-송신탑-정상-안부-청덕암-부절리-산동면 <9.5km,4시간10분)

▲ 고남산 와불바위     ©새만금일보
운봉 그린카센타에서 임리로 가다가 서쪽을 바라보면 고남산이 손짓한다. 고남산 송신탑에서 헬리포트를 지나 9부 능선에 오르면 넓은 터에 백두대간 지도를 새긴 커다란 표석을 만난다.

정상에 오르면 산불감시초소와 전북산사랑회에서 51번째로 설치한 이정표가 반긴다. 동으로 운봉읍과 너른 들녘과 황산이 손짓하고, 그 너머로 정령치에서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지리산 주능선이 하늘금을 그린다. 서로는 남원시가지와 삼각추 형상의 만행산, 북쪽은 팔공산이 한눈에 잡힌다. 건너편 산등성이에 우뚝 서 있는 와불(臥佛)바위가 다가온다.
 


  여원치 건너편으로 주지봉이 다가오고, 대간은 장동 마을과 농경지를 지나면 남원과 함양을 잇는 여원치에 닿는다. 이정표와 주지사 표석이 있다. 묘 4기가 있는 오름길을 가면 남쪽으로 뾰족 솟은 주지봉이 살포시 얼굴을 내민다. 여원치에서 20분이면 주지사 가는 임도 삼거리에 닿는다.

대간꾼들이 반야봉을 거치지 않듯이 주지봉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대간에서 서쪽 임도를 따라 주지사 방향으로 5분쯤이면 주지사 팻말과 돌탑이 마중 나온다. 서쪽 송림에는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주지봉이 눈앞을 가로막는다(여원치에서 35분 소요). 철옹성처럼 보이나 서쪽에는 쇠사다리가 있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 고남산. 정상(좌), 장교리 이정표(우)     © 새만금일보

신선이 노닐어서 일명 신선봉으로 일컫는 주지봉 정상이다. 서쪽은 교룡산, 풍악산, 노적봉, 북동쪽은 고남산, 동쪽은 바래봉, 남쪽은 수정봉, 만복대, 노고단, 지리산 연봉들이 너울너울 춤춘다. 임도 삼거리로 되돌아와 지름길인 남쪽 절개지를 올라서면 엉겅퀴가 군락을 이루고 수풀이 우거진 능선을 가면 곧바로 대간이다.

수정2봉에 닿으면 리본이 만국기처럼 펄럭이고 벽돌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동쪽은 운봉 엄계리 방향의 길을 버리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간벌 때 포크레인에 짓밟힌 벌거벗은 산자락의 황량한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서쪽으로 이백면 과립리가 내려다보이는 능선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헐벗은 소나무 숲 사이로 멋진 바위가 다가온다.

송림을 내려서면 갓바래재를 한자로 고친 입망치(笠望峙)다(여원치에서 1시간30분 소요). 서쪽은 이백면 과립리, 동쪽은 운봉읍 갓바래 마을로 가는 임도가 있고 농경지가 있다. 헬리포트를 지나 철쭉 군락이 이어지는 고스락을 올라서면 리본이 만국기처럼 휘날리며 삼각점(운봉 308)이 있는 수정봉이다(여원치에서 2시간10분 소요).

노송이 멋있는 묘소를 만나고 자연 고인돌 바위와 거대한 암봉을 지난다. 가재 마을과 지리연봉들이 한눈에 보이는 덕운봉에 올라서면 아담하게 지은 움막이 반긴다. 움막 옆 서쪽은 구룡사와 구룡계곡 길이므로 가재 마을은 남으로 직진해야한다. 마을 뒤에는 가재 마을 수호신처럼 지키는 소나무 5그루의 노송이 승천하려고 용트림하는 형국이다. 노송 앞 제단에 마을사람들이 정월초이튿날 산제를 올린다. 가재 마을 참샘에는 최근 서부지방산림관리청에서 설치한 이정표가 있다(수정봉에서 40분 소요).

 

▲ 교통안내

▲ 고남산 암릉     © 새만금일보
[드라이브]

o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전주 동부우회도로-(19번 국도)-남원(24번 국도)-여원치-운봉

o 88고속도로 남원 나들목-(24번 국도)-남원-여원치(60번 도로)-가재마을




[대중교통]

o 남원→운봉(권포리) 군내버스 6회 운행.

o 남원→산동→장수 직행 및 군내버스 수시 운행.


/김정길 <전북산악연맹 부회장,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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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07 [18:58]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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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송 김정길, 수필가, 숲 해설가, 전통지리연구가 주요약력-전북산악연맹 부회장/숲사랑운동 서부연합단체 대표/모악산지킴이 회장/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부회장
물기 마르며 갈라진 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