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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해외 연수 문제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6/13 [21:59]

지난 2017년 6월, 전북도청 소속 공무원 4명은 9일 동안 프랑스와 스위스를 다녀왔다. 선진 인권문화 벤치마킹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일정 대부분은 관광으로 채워졌다. 기관 방문은 두 차례다. 시간으로 치면 단 두 시간에 그쳤다.

다녀와서 작성한 보고서는 여기저기서 짜깁기 한 엉터리였다. 특히 연수의 성과를 보고하는 부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1년 발간한 잡지의 기고 글과, 같은 해 국가인권위에서 낸 책에서 그대로 베껴 썼다. 연수 결과를 통한 정책 제안마저 가짜인 셈이다.

지역정책과 공무원들이 다녀온 유럽 연수는 구체적인 현지 기관 방문 기록이 없다. 재정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배워오겠다던 기획조정실의 연수 보고서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관광명소 사진만 가득하다.

전라북도 공무원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다녀온 60건의 해외 연수는 대부분 외유성 정황이 드러났다. 전라북도 관계자는 "해외 한 번 가보는 게 희망 사항이잖아요. 열심히 일 하는 공무원들을 그렇게 보내주는 거죠"라고 했다.

외유성이 의심되는 연수들은 대부분 '글로벌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이 달려 있다. 해외 선진 정책들을 보고 배워와 도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책 제안이라는 것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점이다. '벤치마킹'이란 꼬리표를 단 전북도 공무원의 해외연수는 지난 2017년 한 해만 28건이다.

전라북도 공무원 120여 명이 세금 3억여 원을 쓰고 돌아왔다. 하지만 연수의 성과가 정식 정책 제안으로 이어졌는지, 또 반영됐는지는 전라북도 스스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연수 성과에 대한 평가나 검토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정책 제안은 애초부터 요구하지도 않는다.

지난 2017년 어느 지자체가 제출한 '2017년 여권 및 민원업무 담당자 해외 선지지 견학 보고서'를 보면 외국의 여권 위·변조 방지 및 안전대책 관련 자료 수집이란 연수목적과는 전혀 다른 관광성 일정이 대부분이다.

또 다른 지자체의 경우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유공을 이유로 지난해 지도교사와 코치 등 100명을 대상으로 4박 5일간 태국으로 국외연수를 떠났다. 정작 메달을 딴 학생들은 제외된 채 교육청 소속 공무원들만 연수를 떠났다. 일정 역시 태국체육회 방문 외에는 전부 관광지 탐방이었다.

공무원들의 해외 연수에 대한 비난이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페키지 여행상품을 이용하고 현지 기관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온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선진 제도와 기술 등을 연구하기 위해 시행된 공무원 국외 연수제도는 사실상 외유성 연수로 전락했다.

일정 대부분이 관광코스거나 연수 목적과 어긋나는 일정이 대부분이다. 공무원 해외연수가 보고서나 견문서로 끝나서는 효과가 미흡하다. 다녀와서 작성한 보고서는 극히 형식적이다. 그러나 문제 삼지 않는다. 무얼 하고 왔는지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는 것이다.

정책 제안은 안 해도 그만인 셈이다. 지금처럼 보고서로 끝나서는 안 된다. 외유성 정황들이 곳곳에서 짙게 드러나지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공무원들의 잇따른 외유성 연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풍토부터 바꿔야 한다.

연수 일정에 관광지를 포함시키지 않는 등 관련 매뉴얼을 처음부터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외유성 연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계획 단계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국외연수 한 번에 적게는 수 백, 많게는 수 천만 원의 예산이 국민 세금으로 소비된다.

공무원들의 해외연수 목적은 국외 현대 행정관리의 선진 경험을 배우는 것이다. 선진 행정 업무를 벤치마킹하는 일이다. 당연히 행정 체제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형식적 연수는 반드시 뜯어 고쳐야 마땅하다.

해외연수는 인사 숨통을 해소하고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수요에 따라 파견하고 우수한 인재를 선택해서 파견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해외연수에 참가하는 공무원 선발과정의 공정성이다.

반드시 현지 언어에 능통하고 풍부한 업무 경험 및 비교적 높은 식견을 갖춘 공무원들이 선발돼야 연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현지 언어시험과 전문 심사를 통하여 우수자를 선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공무원들의 여행이나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데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 등 자매결연 지역 이외의 외국 대학 연수를 포함하는 장기 해외연수는 매우 중요하다. 장기 해외연수에 부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먼저 개발해야 한다. 이는 전문 분야 과제에 대한 연수다. 단기 해외연수와는 달리 장기 해외연수는 체계적인 업무 지식에 대한 연수가 이뤄져야 한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해외연수가 절실하다.

주먹구구식 연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발전된 시스템을 테마별로 분류해야 한다. 분야별로 전문화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이 선결과제다. 계획성 있는 간부 공무원 해외연수도 필수다. 연수 목표와 적합한 해외 연수기관의 선택도 중요하다.

출국 전 언어훈련과 해외연수 기간의 관리 및 귀국 후 연수 성과 평가도 반드시 필요하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연수 관리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해외연수 이전에 공무원들의 자질향상이 필수적이다. 다른 지역의 공무원 해외연수 실태도 벤치마킹해야 한다.

실속 있는 계획을 시행하여 공무원들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선진국에 가서 선진 문물을 배워가지고 와서 국내 행정에 접목시켜야 한다. 행정 기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해외연수 잘 다녀오는 방법을 미리 공부해야 한다.

무엇을 먼저 준비해야하는지,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 것이 효율적일지를 가르쳐야 한다. 세금으로 보내주는 해외연수 기회를 그저 업무의 보상쯤으로 여기진 않았는지, 꼼꼼히 그리고 철저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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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13 [21:59]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