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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의 신비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8/09 [10:07]


  보라색은 참으로 신비한 색이다.  빨강과 파랑을 혼합한 중간색으로, 빨강이 태양의 색을 상징한다면 파랑은 그 아래에 있는 하늘의 색이다. 그러기에 보라색은 자연에는 없는 하늘의 색인 듯하다. 빨강이 조금 많으면 자주색이 되고, 파랑이 많으면 남색이 되니, 자주색과 남색의 중간이 아닐까 싶다. 사계절 중 한 여름에는 유난히 보라색 꽃과 과일, 그리고 채소가 많다. 꽃 중에는 도라지꽃, 제비꽃, 맥문동, 자주달개비, 수국, 비비추 등이 있고 과일에는 포도, 자두, 복분자, 아로니아, 블루베리 등이 있으며, 채소에는 가지, 붉은 양파, 적양배추, 적 감자 등이 있다. 한여름에 노란색 꽃이나 붉은색 꽃만 핀다면 더 더울 테고, 흰색 꽃은 햇빛에 쉽게 퇴색되는데, 보라색 꽃은 한 여름의 폭염을 이겨내며 오래도록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시원하게 해준다. 보라색 과일과 채소에는 항산화물질로 알려진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빨강이나 파란색 채소보다 풍부하다고 하니 보라색은 얼마나 신기롭고 오묘한가?
 
  ‘안토시아닌’은 식물의 꽃이나 열매에 있는 색소로서 우리 몸 안의 활성산소를 없앰으로써 노화를 예방하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하며, 망막의 색소체 합성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어 시력저하를 예방한다고 한다. 미국의 농무부에서 ‘안토시아닌’이 많이 함유된 식품들을 조사한 결과 상위 10가지가 아로니아, 블루베리, 아사이베리, 포도, 가지, 적양배추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 항산화 효소 활성화를 유도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작용을 하여 간세포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보라색 채소인 ‘가지’의 경우 안토시아닌뿐만 아니라 식이섬유, 칼륨, 마그네슘과 같은 무기질이 다량 포함돼 있고, 클로로겐산이 풍부하여 시력 개선 및 안구질환 예방 효과가 있으며, 이뇨작용을 도와주어 부기를 제거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고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는 것을 막아주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하니 보라색 ‘가지’의 효능도 대단하지 않은가?
 
  빨강은 심리적으로 정열, 흥분, 분노 등의 성질이 있고, 파랑은 마음의 평안과 고요함을 주기에 서로 상반되는 성질을 가진 색이다. 그런데 이들의 통합색인 보라는 힘이 있으면서도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고, 차가우면서도 뜨겁고, 후퇴하는 것 같으면서 전진하고, 움직이는 것 같은데 머물러 있는 색이라고 하니 보라는 정녕 정신과 육체가 어우러진 신비로움을 간직한 색이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보라색을 좋아했다. 색이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촌스럽지도 않기에 지금도 보라색을 좋아한다. 내게는 십여 개의 티셔츠가 있는데 그중에서 두 개의 보라색 티셔츠를 더 좋아한다. 겨울에 입는 ‘폴라 티’가 있고 여름에 입는 ‘반팔 티셔츠’가 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할지라도 보라색 폴라 티를 입고 나가면 왠지 기운이 나며 추위를 모르고 하루를 지낸다. 순면이기에 감촉도 좋다. 비록 오래되어 빛이 바랬지만 그래도 내가 아끼는 옷이다. 처음에는 긴팔 폴라 티 하나였는데 어찌나 그 옷만 입고 다니니, 몇 해 전에 둘째 딸이 반팔 티셔츠를 선물로 사주었다. 반팔 티셔츠는 땀에 젖을까 봐서 옷장에 걸어놓고 올여름에도 한 번도 입지 않고 아끼는 전시용품이다.
 
  내가 보라색을 좋아하는 것은 나의 성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복형제가 많은 나의 가정환경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단체 행동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으며,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보라색이 나와 동행하며 반려자가 되었던 것이다. 밝은 색보다 약간 어두운 색을 좋아했고, 넓은 창문보다는 작지만 하늘이 보이는 그런 창문을 좋아했다. 보라색을 좋아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보라색 과일과 채소를 좋아했다. 내가 건강을 유지함도, 9남매가 서로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유지함도 보라색의 신비 속에서 겸손히 살아온 삶 때문이 아닐까 싶다./전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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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09 [10:07]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