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육 개혁가 미셀 리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08/13 [17:05]

미국 교육 개혁가 미셀 리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08/13 [17:05]



지난 2007년 워싱턴 DC 아드리안 펜티 시장이 당시 37세의 코리안 아메리칸 여성 미셀 리(Michelle Rhee)를 교육감(Chancellor)에 임명했다. 이셀 리는 시장의 전폭적 지지 속에 2007년 7월 교육감에 전격 취임했다. 그러나 그는 1년 사이에 미국 교육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교육 개혁가로 부상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미셀 리를 특집 기사로 대서특필하면서 그의 교육 철학과 교육 개혁을 소개했다. 미셀 리를 "교육 개혁의 창조적 사상가"라고 평가했다. 그의 교육 개혁은 기존의 틀을 깨뜨리는 발상의 전환을 하는 창의적 도전이었다. 교육계는 신선한 희망과 함께 충격과 반발을 함께 일으켰다.

그는 1960년대에 미국에 온 부모 밑에서 자란 재미동포 2세로 한국 이름은 이양희다. 미합중국 최초의 한인 교육감인 동시에 워싱턴DC 사상 40년 만에 등장한 비(非)흑인 교육감이다. 그는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출생해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성장했다. 미셀 리는 코넬대를 마치고 하바드대 케네디 스쿨을 졸업했다.

교육 행정에 관심을 가졌던 미셀 리는 학교를 졸업한 뒤 TFA(Teach For America) 프로그램으로 3년간 볼티모어에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했다. "미국을 가르치자"는 TFA 프로그램은 웬디 콥이 창설한 비영리 교육재단으로 가장 우수한 미래의 지도자들을 발굴해 교육의 불평등을 제거하자는 운동이다.

이 프로그램을 마친 미셀 리는 1997년 TNTP(The New Teacher Project)라는 독자적인 비영리 단체 교육 기구를 창설했다. 학생들의 교육성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교육자들을 교육시키는 TNTP 프로그램은 지난 10년 동안 수만 명의 교사들을 훈련시켰다.

한편 워싱턴 DC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흑인 저소득층이다. 학생들의 실력이 저조하고 고등학교 졸업률이 낮은 곳이다. 교육감 자리를 마다하는 미셀 리에게 시장은 전폭적인 재량권과 독립성을 주기로 약속했다.

워싱턴 교육감은 5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과 1만1천명에 달하는 교직원을 통괄한다. 10억 달러의 예산과 23억 달러에 달하는 학교 현대화 프로그램을 총괄한다. 미셀 리가 발탁됐을 때 교육계와 미국은 큰 관심을 표명했다.

워싱턴 DC 처럼 중병을 앓고 있는 공립학교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하는 관심이 컸다. 시장을 비롯해 모든 정치권을 흑인이 장악하고 있는 워싱턴 DC에서 나약해 보이는 동양 여성이 과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인종적 눈길도 있었다.

워싱턴 DC 시의회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교육감이 된 미셀 리는 취임 초부터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혁신적인 자세로 일을 시작했다. 미셀 리는 취임 직후 직접 발로 뛰는 교육 행정을 시작했다. 관할 지역에 있는 159개 학교를 일일이 찾아 모든 교장을 직접 만나고 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도전적이고 충격적인 개혁을 시작했다. 학업 성적을 올리지 못한 학교와 교사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 학교의 폐쇄와 교사의 해고라는 극약 처방을 서슴치 않고 수행했다.

실력이 없는 교사 수백 명을 해고하고, 교장의 3분의 1일 해직시키고 23개의 학교를 폐쇄 시켰다. 미셀 리 교육감이 휘두르는 교육 개혁의 칼날에 그동안 안이하게 자리를 지키던 많은 교육자들의 목이 날아갔다.

워싱턴 교육계는 거센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그는 공부를 제대로 하는 학생들에게 돈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수업시간에 지각을 하지 않고, 숙제를 제 때에 하고, 예의를 지키고, 성적을 높일 때 마다, 점수를 책정해서 1점당 2달러 격려금을 지급했다.

이 경우 한 학생이 1달에 최고 1백 달러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 방법은 교육을 돈으로 환산하는 교육 가치의 몰락이라는 비판에서부터 기발한 방법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반발도 컸지만 미셀 리가 당차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워싱턴 교육계는 숨을 죽이며 따라 갔다.

이러한 개혁의 결과로 1년 만에 초등학교에서 읽기 성적이 8%, 수학에서 11%가 성적 향상을 보였다. 그러나 종횡무진으로 개혁을 추진하던 미셀 리는 암초에 직면했다. 성적을 오르게 한 교사들에게 최고 연봉 13만 달러를 지급하는 대신 일정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 교사를 해직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계약제를 교육 노조가 부결시켰다.

실력이 있는 교사는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대우하는 파격적인 실적제는 커다란 회오리를 일으켰다. 제의가 부결된 후 미셀 리는 교육 개혁의 좌절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개혁 조치로 미국의 교육은 NCLB(낙제학생 방지법)에서 NWCS(세계 최고 수준의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학교법)로 그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단초가 되었다.

전국적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전면 시행 등이 이루어진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리 교육감의 교육 개혁 조치 이후 미국 초등학생과 중등학생들의 읽기와 수학 능력이 모두 좋아졌다고 밝혔다. 흑백 간 및 히스패닉계와 백인 학생들 간의 수학 능력 차이도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2년간 교육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소개했다. 그러나 교사 연봉 인상과 정년보장 폐지, 학업 성취를 이룬 학생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그가 추진한 일련의 개혁 정책들은 논란을 낳게 되었다.

그 뒤 그의 스타일이 조금씩 변하기도 했다. 과거와는 달리 언론 등을 통하지 않고 그가 직접 이해 당사자들과 소통했다. 교육의 질은 교사에게 달려 있고 교사가 바뀌면 학생도 바뀐다는 리 교육감의 인식은 한국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셀 리는 지금도 'Students First'라는 비영리단체를 이끌면서 학생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의 교실 개혁 프로젝트는『미셸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라는 책에 잘 나와 있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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