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변 다무락 마을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08/16 [16:42]

섬진강 변 다무락 마을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08/16 [16:42]
 
내가 섬진강 변 다무락 마을을 찾은 것은 수년 전의 일이다. 지리산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 그 해 봄날도 다 가고 한낮이면 태양 볕이 온 대지에 쏟아져 그 열기가 이마에 송글송글 작은 이슬방울이 맺히듯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한 평생 흙과 더불어 살아온 백발이 성성한 고향의 선후배 농촌지도자들과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지리산이 내어주는 맑은 물줄기가 굽이굽이 끊임없이 흐르는 섬진강 칠 십리를 돌아보는 나들이에 나섰다. 남원 광한루에 들려 이도령과 성춘향이 사랑을 속삭였다던 오작교를 건너 춘향이골을 뒤로하고서 지리산 국립공원 숲속 고갯길을 꼬불꼬불 돌고 돌아 섬진강변 다무락 마을에 도착 한 것은 속이 허출한 술 참 때가 되어서였다. 마을 앞에는 섬진강 맑은 물이 유유히 흐르고 뒤로는 높디높은 지리산 또끼봉이 이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고, 띄엄띄엄 상,중,하 마을로 조상 대대로 살아온 60여 호 돌담집들이 숨바꼭질 하듯 숲속에 숨어있다. 마을 주민 120명 중 40대는 5명에 불과한 젊은이들은 거의가 도심지로 직장을 찾아 떠나갔다는 것이다. 수 백 년을 통하여 조상대대로 물려 준 계단식 논과 밭 모두가 돌담으로 쌓아 그래서 이 마을 이름이 다무락(담)마을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주 소득원은 지리산 약초와 고구마,감자,옥수수 등 잡곡을 주식으로 하여 근근이 연명하여 왔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무병장수를 꿈꾸는 웰빙바람이 불어 친환경 자연식품을 찾는다는 점을 착안하여 농사 형태를 달리한 공동체 테마 마을로 탈바꿈 했다는 것이다. 지리산의 맑은 약수와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자란 농작물은 단맛을 내는 자연친화적 식품으로 각광을 받아 ‘워매 다네’라는 브랜드 마크를 붙여 전국 유명 판매점을 통하여 팔리고 있어 한 농가당 연평균 2천만 원의 고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다랑이 논에는 단감과 매실,포도,배를 재배하고 비탈진 산등성이에는 밤나무를 심었는데 일교차가 심한 덕분에 열매가 충실하고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또한 백지의 원료인 닥나무를 심어 한지 체험장과 마을 뒷산과 오솔길에 돋아난 대나무숲길을 이용하여 해돋이 산책로는 탈 도시민이 좋아하는 자연과 함께하는 민박도 유치하여 소득원을 높이는 이상적인 산촌마을로 탈바꿈 되고 있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폐교를 이용하여 아예 작업장과 숙식을 함께 하면서 쪽풀, 땡감물,황토색 천연염료 전문가로 노후를 보내는 ‘류숙’이라는 여인은 “나는 흙을 입고(衣),먹고(食),살며(生) 훗날 장인으로 남기위해 진실 되게 열심히 천연염색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 라는 인생철학을 갖고서 자기 직업에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했다. 대부분 1차 산업 농업에 종사했던 우리나라가 불과 40여년 만에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 버려 농업인구 6%로 줄어들고 노령화까지 겹쳐 농업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요즘 40도를 육박하는 살인적인 무더위를 뚫고서 지리산 밑자락 전남 구례군 농업연수원에서 열리는 농업정책에 관한 교육에 참석을 하였다. 명색이 강사라는 분이 우리나라 농업현실과 농업에 관한 미래지향적인 정보는 고사하고 쾌쾌 묵은 말만 늘어놓아 실망이 컸다.
주식인 우리나라 쌀 수급정책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연간 총 생산량이 460만 톤에서 지금은 400만 톤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그 원인은 쌀값하락으로 인해 타 작물재배와 도로, 공장부지, 주택부지 등으로 농토가 연간 새만금의 절반인 2만ha씩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쌀로 인해 매년 4-50만 톤씩 적채되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국가정책의 맹점을 지적하고 싶다. 선진국 프랑스나 영국은 주식인 밀 생산량이 100%를 넘고 있어 식량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실재적으로 우리나라는 400만 톤 쌀 생산량으로는 전 국민의 80% 에도 못 미치는 부족량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밀,콩,옥수수 등 전체적인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5%에 불과 하여 만약 식량 파동이 나면 꼼짝없이 손들고 말 것이다. 4.27 남북정상이 만나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더니만 야적하여 썩고 있는 남는 쌀을 굶주린 북한 동포에게 적십자정신에 의해 보내주어 쌀 수급정책을 해결하여야 옳다. 우리나라는 60%이상이 산지로 푸르른 삼림과 농지에 녹색작물 조성은 환경적 간접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다.
새벽4시면 도심지 노동자 인력시장에 바글바글 몰려든 인파의 반은 되돌아가는 사람으로 남아돈다. 그런 잉여인력들이 농촌으로 회귀하여 자연과 함께 욕심 없이 사람답게 살기를 바라지만 당장 가진 것 없고, 농촌과 산촌에 적응할만한 여건과 조건이 갖춰지지 않아 귀농귀촌도 쉽지는 않다. 첩첩 산중 하늘만 빤히 보이는 지리산 골짜기 다무락 마을을 빠져 나오니 섬진강은 강이라기보다 바다에 가깝다. 강가에 휘휘 늘어진 버드나무 그늘에서 바라보는 백사장은 새 하얀 마포를 깔아 놓은 듯 유유자적 흐르는 강물을 바라만 보아도 신선이 된 기분이다. 지금은 얼마나 발전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본 섬진강 다무락 마을은 정년 없는 이상촌으로 우리 선조들이 그랬듯이 흙과 나무와 맑은 물이 흐르는 강촌에서 살고 싶다는 도시 노동자들의 작은 소망을 충족 시켜주는 그런 마을을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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