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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과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10/07 [15:30]



한국인들의 뇌리 속에 중국은 정치, 경제, 역사, 문화, 교육 등 다방면에서 매우 친근한 국가이다. 그래서 종종‘친근함’으로 인해‘잘 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면서 역시 가장 많은 실패를 맞이하게 되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인과의 협상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치부해버리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돌려보는 내부 문서에 한국인을 다루는 방법으로‘비사후례’라는 것이 있다. 자세를 낮추고 선물을 후하게 주라는 말이다. 한국인을 공손하게 치켜 올리며 선물을 듬뿍 안겨준다.

그리고 자만심을 부추겨 한국인의 협상 의지를 약화시킨다. 그들은 상대방의 장점을 한껏 부각시키거나, 예쁜 접대원을 대동한다. 협상 대표만을 단독으로 초청해 중요도를 과장하거나, 뇌물로 매수하는 방법 등을 쓴다. 이런 과정에서 상대방의 약점이 노출될 때를 기다린다.

반면 베이징 사람과의 협상에서 < 비사후례 >는 매우 위험하거나 실패하기 딱 좋은 협상법이다. 베이징 사람과는‘명분’과‘체면’이 중요하다. 쟝미엔즈(講面子:명분을 강조하고), 아이미엔즈(愛面子:명분을 중시하고), 정미엔즈(爭面子:명분을 따지고), 게이미엔즈(給面子:명분을 줌으로써 체면을 세워주고), 칸미엔즈(看面子:체면을 고려해주고)를 중시한다.

스이미엔즈(失面子:체면을 잃고), 쑨미엔즈(損面子:체면이 손상되고), 메이미엔즈(沒面子:체면이 안서고)를 치욕으로 여기는 베이징 사람과 협상할 때에는 실리 위에 명분을 덮어주어야 한다.

중국인과 상담(商談)을 벌일 때는 간단한 문제라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미리 숙지해야 할 사항이 많다. 자질구레한 일에서부터 심리적인 파악에 이르기까지 까다로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인의 풍습과 습관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중국인들은 짝수를 매우 좋아한다. 결혼 축의금이나 용돈, 선물 숫자, 뇌물 등은 반드시 짝수로 주고받는다. 단 부의금의 경우는 홀수로 한다. 해마다 설이 되면 그들도 우리 풍습처럼 세뱃돈을 준다. 이때 붉은색이나 노랑색을 무척 좋아해 이들 색깔의 봉투에 돈을 넣어준다.

특히 붉은색 봉투를 선호한다.「홍빠오 (紅包)」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선물 포장지, 축의금이나 뇌물 봉투 등도 마찬가지다. 흰 봉투는 부의(賻儀 ) 봉투로만 사용된다. 숫자나 색깔의 개념이 우리보다 더 명확하다.

중국인은 체면과 자존심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 주면서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 가는 게 그들의 특성이다. 상대방에 대한 장점을 가능하면 많이 찾아내 메모해 두었다가 사용하면 상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중국에는「예물은 가벼우나 정이 두텁다 (禮輕情意重)」는 말이 있다. 선물을 준비하되 상대방인 그들을 기준으로 잘 판단해 하는 게 무난하다. 되도록 2개를 1세트로 해서 건네주는 게 좋다. 사양하더라도 선물을 주겠다는 의사를 계속 내비치게 되면 결국은 받아들이는 것이 그들의 습성이다.

중국의 정치문제에 대한 내용을 화젯거리로 올렸다가는 오히려 화근을 불러올 수도 있다. 무의식중에라도 중국의 체제나 공산당의 잘못된 점을 이야기하지 않아야 한다.

중국인들은 수없이 많은 변란과 정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명을 보호·유지했다는 관념이 깊이 박혀 있다. 남을 쉽게 믿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의 속마음도 잘 내비치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상대방의 체면과 자존심을 존중해 주는 게 상식화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 도중에 상대방의 단점이나 약점을 들추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상대방의 장점이나 능력을 추켜세우면서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잡는다. 그런 뒤에 자기 체면도 간접적으로 세워 간다. 그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체면과 자존심을 손상시키는 단어, 예를 들면 「무질서」「지저분함」「후진」「낙후」「미개」등의 말은 피하는 게 좋다.

협상에 임하는 중국인의 태도에서도 그들의 「만만디」기질은 여실히 드러난다. 전혀 서두르지 않다가 마지막에 책임자가 나타나 결정이 났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혹은 협상에 참가한 대표자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게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우리나라 식으로 결론부터 말하는 성급한 태도는 그만큼 불리하므로 의연함을 견지해야 한다. 중국인들은 모든 걸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잘못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잘못을 지적해 그 사실을 뉘우치도록 만들면 호감을 사게 된다. 인간관계도 더욱 좋아지므로, 다짜고짜 잘못을 지적해 체면을 훼손하는 것은 금물이다.

협상에 임하는 중국인들은 전략을 깔고 전술적으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중국인은 어떤 안건을 놓고 상담을 벌이거나 협의를 할 때, 좀처럼 「불호(不好)-좋지 않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호(好)-좋다)」라고 대답하지만, 이 말에도 상반된 뜻이 있다.「好」라는 대답이 승낙의 경우도 있지만,「不好」라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好」와「친구」「믿을 수 있는 사람」의 개념인「朋友」라는 말이 연결돼 나오면 확실히 좋다는 얘기다.

「硏究 硏究(연구, 검토해 보자)」란 답변은 의사가 없거나 내부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경우다. 그리고 다른 것을 요구한다는 뜻을 지녀 보통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法規」라는 단어 역시 거절의 의사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낯선 상대방과 중요한 협상을 추진할 때에는 평소 거래 관계가 있는 관련 기업이나 거래 은행을 통한 조사, 현지 출장 확인 등을 통해 상대방을 완전히 파악하는 신중함을 보인다. 그래도 미흡하다고 여겨지면 중국인들은 상대방과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까지 방문, 협상 전략에 관련된 정보를 입수한 후 협상에 임하는 치밀한 면모도 지니고 있다.

차별은 금물이다. 중국인은 40여 년 간의 공산주의 체제에 익숙해져 있다. 평등 개념이 무척 강하다. 고용원을 대하든 사장을 대하든 간에 동등·동류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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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07 [15:30]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