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을 진단한다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요양시설의 문제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11/07 [22:39]



노인 요양시설이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비리에 대한 부실한 처벌과 관리 감독이 극히 허술하기 때문이다. 감사에서 지적되면 갚으면 된다는 인식이 문제다.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다. 요양원들은 개인 소유라는 이유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국의 민간 요양원은 3,600여개에 이른다. 이들 요양원에는 안정적으로 운영비가 지원된다. 전체 비용의 80%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한다. 환자 개인에겐 20%만 받는다. 10년간 60만 명이 혜택을 입었는데 연간 지원액이 2조200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올 7월에야 재무회계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 민간 요양원 비리는 그 도를 넘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전국 1000여개 민간 시설을 조사한 결과 94%에서 부당행위가 적발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회계보고는 물론이고 정기적인 감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전국 3,623개 노인시설 중 절반(42.2%)은 최하등급인 D·E등급이다. 국민의 혈세를 빼먹으니 요양원 시설이나 어르신들의 요양복지는 그만큼 열악해지기 마련이다.

유치원의 경우 교사 한 명이 받는 국가 보조금이 59만원이다. 반면 요양원은 입원을 하는 어르신 한 명당 130만원이다. 요양병원은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고, 요양원은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적용받는다. 요양병원은 치료가 필요한 어르신 입원이 가능하다.

요양원에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65세 이상 어르신만 입소가 가능하다. 요양병원은 간병비를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 반면, 요양원은 정부에서 100% 지원을 해 준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요양병원을, 치료보다는 지속적인 돌봄을 받아야 한다면 요양원을 선택하게 된다.

어느 요양원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매달 보조금 2억 원이 넘는다. 원래 해당 요양원의 건물은 대입 기숙학원이었다. 이 건물은 지난 2013년 갑자기 요양원으로 바뀌었다. 학원 대표는 이후 요양원 대표로 직함을 바꾸고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

차량 이용 대금은 요양원 운영비로 충당했다. 대표는 또 골프장 이용료, 해외 여행비 등으로 요양원 운영비 7천7백여만 원을 개인적으로 쓰다 지자체 감사에 적발됐다. 노인요양시설 비리 관련 소식은 요양보험 부당청구와 회계비리만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노인이 사망하자 이들의 개인 예금을 인출해 사용하기도 했다. 해당 요양원 대표는 이곳에 있다 사망한 무연고 노인 5명의 예금통장에서 4천500만 원이 넘는 돈을 빼내 자신의 빚을 갚는데 썼다.

지난 2009년부터 지난 2017년 5월까지 8년간 모두 33차례에 걸쳐 조금씩 돈을 인출했다. 또 다른 요양원 대표는 2014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무연고 사망자 3명의 통장에서 1천500만 원을 빼내 땅을 샀다.

경찰은 이런 식으로 노인 95명의 유산 1억 6천여만 원을 횡령한 요양원 원장, 대표 14명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 요양보호사들의 임금을 떼먹는 요양원들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요양시설은 법적으로 별도 적립해 놨던 요양보호사 9명의 퇴직금도 마음대로 갖다 썼다.

간호사가 없는데도 있다고 속여 간호사 월급을 받아낸 곳도 있다. 의사인 며느리를 상근의사라고 속여 수억원을 빼먹은 요양 병원도 있다. 노숙인을 감금하고 요양 중인 환자라고 하는 병원도 적발됐다. 화재가 발생하여 요양인 수 십 명이 불에 타 죽은 한 요양병원은 600억 원이나 착복했다.

국민의 혈세가 눈먼 돈으로 날라 다니는 것이다. 일부 요양원은 부실한 식사도 문제다. 식반에 담긴 밥은 어린아이 주먹만 하고 반찬도 늘 나오는 미역국 아니면 시래기 국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쓰기도 한다.

내년 정부 예산안 470조원 중 복지 예산은 162조원(35%)에 이른다. 전국 3천 2백여개의 요양원에 연간 2조 2천억 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문제는 해마다 요양원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국가에서 그리고 환자 가족에게서 받아내는 돈이 늘고 있다.

복지예산이 줄줄 새는 곳이 비록 사립 유치원과 민간 요양원만은 아닐 것이다. 복지 전달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혈세의 낭비 요인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관리·감독과 함께 비위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

요양원이 현대판 고려장이란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옛날에는 지게에 아버지나 어머니를 지고 장(葬)터로 갔고 21세기에는 승용차로 모시고 장터로 간다는 말도 나온다. 일부 요양시설에서는 노인들이 계속 집에 보내 달라고 또는 아프다고 귀찮게 굴면“손을 본다”는 말이 있다.

“손 본다”는 말은 묶어놓고 때린다는 조폭들의 언어다. 극히 일부이지만 불량한 현대판 고려장에 들어가면 새로운 불행의 시작이다. 아이 취급을 받으면서 서서히 또는 서둘러서 세상을 뜬다. 수용자들의 꽉 막힌 숨을 터 주어야 한다.

휠체어를 타고 바깥바람도 쏘이고 꽃밭의 꽃도 감상하고 간단한 놀이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그런 규정이 엄격하다. 노인들의 편의시설과 놀이 프로그램 등이 잘 갖춰져 있다.

현대판 고려장터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죽음의 대합실이다. 아직 정신이 멀쩡한 노인들은 집을 무척 그리워한다. 가지도 못 하는데 아들이나 딸이 하루 빨리 찾아와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한편 올해 7월 기준 전북의 요양병원 수는 87곳이다. 지난 2014년 1월 81곳이었던 것에 비하면 총 6곳이 늘어난 셈이다. 전주시는 지난 2014년 32곳이었던 요양병원이 올해 7월 기준 35곳으로 증가했다. 이외에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5년 전과 동일하다. 오히려 요양병원이 줄어든 지역도 있었다. 김제의 경우 12개 지역 중 유일하게 2곳의 요양병원이 줄어들었다.

(정복규 기자)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8/11/07 [22:39]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