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시장경제 어디까지 왔는가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11/29 [17:06]

북한의 시장경제 어디까지 왔는가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11/29 [17:06]



북한의 시장경제가 과연 어디까지 왔는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정은 집권 후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시장 개혁 여부는 판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북한이 자본주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북한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인‘옥류’가 서비스를 시작했다.“옥류”에서는 여성의류, 가방, 신발, 의약품, 화장품, 가구 제품뿐 만 아니라 해당화관, 해맞이 식당, 금성식품 등 유명 상점과 식당의 제품도 구매가 가능하다.

평양 거리에는 북한산‘평화자동차’광고가 등장했다. 2012년 독자 개발된‘삼지연’태블릿 PC를 파는 상점도 생겨났다. 카푸치노, 아이리시 커피를 판매하는 커피 체인점이 생겨났으며 네일샵과 고급 양식 레스토랑에 이어 스마트폰 앱스토어까지 등장했다.

북한의 시장경제는 1990년대 중ㆍ후반의 경제 위기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기존 농민시장이 확대, 암시장화 된 이른바‘장마당’이 탄생한 것이다. 소비재의 공급 부족과 식량 배급 급감과 중단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북한은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내린다. 가격 및 임금의 대폭 인상, 노동생산성 향상, 배급제 개선, 공장·기업소의 경영 자율성 확대, 사회보장 체계 개편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합법적인 소비재 시장과 생산재 시장이 탄생했다.

비공식적이지만 금융시장, 노동시장도 형성되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화폐 개혁을 단행한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고 암거래 시장에서 유통되는 지하자금을 끌어내는 한편, 시장 세력을 통제하고 계획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로 개혁 조치 시행 후 화폐 가치 급락, 물가 폭등, 경제 혼란 등이 야기되었다. 장마당 경제ㆍ국영기업소ㆍ계획경제 부문 또한 위기가 초래됐다. 최근에는 다시 경제 개혁 조치를 했다. 이는 계획경제를 실시한 이후‘최대의 전환’이라는 평가다.

2011년 김정은이 취임한 이후 북한의 신경제 정책들이 계속 출범했다. 2012년‘6·28조치’에 이어 2013년의‘8·15 연설’, 2014년의‘5·30조치’등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새로운 경제 조치들이 이어졌다. 기업은 영업수익을 노동자에게 보너스로 지급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김정은은“북한은 시장경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거의 마비된 계획경제 제도를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는“자본주의와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와는 다른 북한의 특색에 기반한 현지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의 경제적 성과도 나쁘지 않다. 보기 드물게 식량증산 현상도 나타났다. 수확이 증가한 것은 농업 개혁의 추진 결과다. 김정일 시대에는 기껏해야 안정된 식량 생산량 달성에 그쳤던 결과와 대비된다. 북한은 대외무역 다각화도 촉진하고 있다.

28개 국가와 대외투자 촉진 및 보호를 위한 양자 간 협정을 체결했다. 13개 국가와 이중 과세 방지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국, 러시아, 중동과의 국제무역 및 상대적으로 괜찮은 성과를 바탕으로 2011년-2013년 국민총생산(GDP)도 다소 늘었다.

김정은이 집권한 2년간 북한의 탈북자 수는 45% 감소했다. 이는 북한이 가정 공동생산 도급책임제를 구축한 것과 관계가 있다. 물론 봉쇄가 더욱 엄격해져‘탈북’위험 및 비용이 증가한 다른 원인도 있다. 아직 북한의 시장경제 개혁 조짐은 형식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기업은 자율적인 급여 결정권을 갖게 됐다. 신의주 화장품 공장의 월평균 임금은 3000원(북한 암달러시장의 1달러에 상당)에서 8만원으로 올랐다. 가장 높은 곳은 11만 원에 육박한다. 공장은 외국기업과 자주적으로 협력하고 가격을 협상하는 권한도 가지게 됐다.

사회주의 공유제의 배급 제도도 약화되어 시장으로까지 접근했다. 2012년 말 북한 당국은 군인과 공무원에게 더 이상 특별 식품을 공급하지 않게 되었다. 그동안에는 특권 지위를 보장받아 소득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북한은 농업 생산 분야에서 규제를 대폭 해제했다. 농민 자류지(농민 개인의 자유경작지)의 비율은 30%에서 60%로 증가했다. 농가당 자류지의 규모는 200~300평방미터에서 3,300평방미터로 확대됐다. 농업의 큰 틀을 바꾸지 않는 전제 하에서 집단농장에 농업의 생산과 분배에 대한 자율결정권을 허용한다. 집단농장을 5~6개의 소조로 분화해 자율관리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한편 북한이 진정으로 시장체제 개혁에 성공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북한 고위층 개혁 의지는 매우 확고하며 일부 개혁 움직임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70년대의 중국과 비교해 북한의 현재 시장경제는 초기적인 규모를 갖춰 이미 경제 체계를 좌지우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책 환경은 중국만 못하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경제가 호전되었다고 선전하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고, 북한이 새로 제기한 병진정책은 선군정치를 변화시킨 것이 결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결코 늦추지 않고 그 강도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개혁이 일어나는 것은 두 가지 가능성 때문이다. 첫째는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는 점이다. 둘째는 제재를 당한 후의 부득이한 조치다. 경제가 일단 호전되면 곧바로 긴축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은은 취임 후 줄곧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조치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효과 또한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북한의 개혁 여부는 평양 고위층의 의지와 정세 판단에 달려있다. 북한이 개혁하려면 1980년대의 중국이 감행한 일정 정도의 군축 및 청장년 노동력을 시장으로 이동시켰던 사례를 배워야 한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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