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호 전 교육감 사건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12/12 [13:23]

최규호 전 교육감 사건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12/12 [13:23]



8년 동안 도피 생활을 하다 붙잡힌 최규호 전 교육감(71)이 결국 구속됐다. 최 전 교육감은 지난 6일 오후 7시20분께 인천시 연수구의 한 식당에서 도주 8년여 만에 검찰 수사관들에 의해 붙잡혔다.

최 전 교육감은 도주 기간에 가명이나 차명을 쓰며 취미 생활을 즐기는 등 정상적으로 생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인천에서 거처를 옮겨가며 생활했다. 친동생인 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의 이름으로 병원 진료와 약 처방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피 생활을 하면서 누구보다 정상적으로 생활했다. 최 전 교육감이 도피 기간 최 사장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파악됐다. 최 전 교육감은 2010년 9월 잠적한 이후 전주와 서울을 거쳐 2012년부터 인천에서 생활했다.

검거 당시 제3자 명의로 된 인천 동춘동의 한 24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서는 현금뭉치가 발견됐다. 최 전 교육감은 가명을 사용하며 모임 등 사회활동을 비롯해 취미생활까지 즐겼다.

도피 전에 앓던 만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여러 군데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최 전 교육감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수시로 바꿔 사용하고 다른 사람 명의의 카드를 이용해 생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최 전 교육감의 도피를 도운 친·인척과 다수의 교육계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동생인 최규성 전 사장은 2004∼2016년 국회의원을 지낸 뒤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맡기도 했다.

형법상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인을 은닉,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친족 특례 조항에 따라 최 사장은 친형 최 전 교육감의 은닉, 도피에 도움을 줬다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최 사장이 제3자를 시켜 도피를 돕게 했을 경우에는 범인 도피 교사 혐의가 적용돼 처벌받을 수 있다.

최 전 교육감은 지난 2007년 7월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이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는 과정에 개입해 뇌물 수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를 받고 있다.

지난 2010년 수뢰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돌연 잠적한 최규호 전 교육감 사건은 검찰의 초동 수사 부실에 대한 비판이 국정 감사에서도 이어졌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8년 동안 소재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부실 수사 논란을 자초한 검찰의 몫으로 남았다. 최규호 전 교육감이 붙잡히면서, 8년 전 김제의 한 골프장 확장 공사를 둘러싼 정·재계 비리 사건도 다시 조명 받고 있다. 당시 사건과 관련한 주요 관계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곽인희 전 김제시장은 지난 2006년 김제의 해당 골프장 대표로부터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 뒤 1심에서 파기환송심까지 4차례에 걸친 재판 끝에 무죄가 확정됐다. 뇌물 3억 원을 최 전 교육감에게 전달했던 백 모 교수도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결국 검찰이 기소한 정·재계 비리 관련자 6명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8년 만에 최 전 교육감이 붙잡히면서 검찰 수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비리의 발생 시점과 상관없이 철저한 조사, 수사 그리고 그에 응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흐지부지된 골프장 비리 사건을 검찰이 이번에는 제대로 밝혀낼지 지켜볼 일이다.

지난 2004년 간접선거로 제14대 전북 교육감에 당선된 최규호 전 교육감은 2008년 첫 주민 직선 투표를 통해 선출되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의 공직생활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학교 부지를 골프 용지로 헐값 매각하며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부터 인생의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당시 김제 스파힐스골프장 측이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교육청 부지였던 자영고의 매각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억 원을 수수한 혐의다. 검찰이 최규호 전 전라북도 교육감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급한 것은 2010년 9월이다.

자진 출두하겠다던 최 전 교육감은 변호인과의 연락도 끊으며 갑자기 자취를 감추게 된다. 검찰은 최 전 교육감이 도내에서 목격됐다는 제보 등이 이어지면서 목격 장소로 체포팀을 특파하는 소동을 벌였지만 맨손으로 돌아오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도피 기간이 길어지면서 현재까지 최 전 교육감의 행방은 사망설 등 신변 이상설과 일본 밀항설, 조직 비호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관련 인물들이 모두 사법처리를 받는 기간 잠적 생활을 이어가던 최 전 교육감은 그러나 수사 당국에 덜미가 잡히면서 오랜 도피 생활을 마감했다.

최규호 전 교육감은 종적을 감추기 전에 3선 가능성이 큰데도 돌연 출마를 접었다. 당시 뇌물수수 혐의 말고도 다른 비리 혐의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치밀한 계획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로 여러 의혹이 제대로 밝혀질지 주목된다.

최규호 전 교육감은 2004년 8월부터 2010년 6월까지 5년 10개월 동안 전북 교육계의 수장을 맡았다. 마지막 간선제와 임기가 1년 10개월인 첫 직선제를 거친 재선 교육감이었다. 그런데 3선 고지를 눈앞에 두고, 돌연 불출마를 선언해 배경에 의문을 키웠다.

불출마 배경을 놓고 여러 의혹이 난무했고,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검찰 수사망에 올랐다. 그는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으로부터 3억 원을 받은 혐의다. 지난 2007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1억 원씩, 3차례에 걸쳐 받았다. 하지만 2007년에 받은 뇌물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

남은 2억 원은 그나마 공소시효가 늘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검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와 늑장 대응이 일부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 교육감 재임 당시 인사와 납품 비리 의혹 등 교육계 전반에 대한 수사는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다.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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