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바라기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12/24 [09:02]

아내바라기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12/24 [09:02]
아침 TV를 보면 참 좋은 프로그램들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아름다운 사연부터 애절한 인생역정까지 사례를 들어가며 실감나게 방송한다. 특히 노년의 부부생활을 주제로 자기가 겪어온 생활에서 일어난 숱한 고난과 역경의 순간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시청자를 웃고 울린다. 남녀 출연자들이 갑론을박할 때면 내 삶의 뒷얘기를 듣는 듯 아슬아슬하다.

 내 삶도 젊은 시절 우여곡절이 많아 쑥스럽지만, 그때그때를 넘기며 지금에 이르렀다. 여느 가정처럼 여권(女權)을 지배했으니 아내에겐 큰 고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참으며 곁에 있어 준 아내가 한없이 고맙다. 뒤돌아 생각하니 부끄러운 일이었다.


 퇴직 후 아내만 기다리는 '아내바라기'가 되었다. 아내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며 빈둥거릴 수 없어 자주 집안을 치우며 정리정돈도 해보지만 지루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내가 퇴직하면 오순도순 지낼 줄 알았는데, 막상 퇴직하니 나의 기대는 착각이었다. 매일 붙어 지내다 보니 개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쉬울 것 같던 의견 조율도 쉽지 않았다. 사소한 문제들이 쌓이니 갈등의 골은 깊어가고, 재미날 것 같던 생활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우리의 냉전을 지켜보던 선배 한 분이,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며 서로의 입장에서 문젯점을 찾아보라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지난 일상을 돌아보니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원인을 알고 풀어 나가려니 각기 성찰의 시간이 필요했다. 생활습관이나, 언어, 솔선 등 부족한 점을 고쳐 나가며 먼저 아내를 생각하니 점점 이해하게 되고 아내가 보였다. 멀게만 느껴지던 거리가 좁혀졌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밝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빛은 아집과 독선을 태우라는 빛이었다. 무슨 자존심을 세웠나 싶으니 부끄러웠다. 징징거리며 살지 말자고 마음을 채근하니 편해졌다. 차츰 먹구름이 가시며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늙어 가는 것도 서러운데 아프고 병들면 무슨 소용이랴? 늙을수록 건강이 제일이다. 종종 여행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니 더 없이 좋다. 요즘에는 매스콤에 나오는 건강프로그램이나 책자를 통해서 몸에 맞는 건강식이나 보약도 찾아보고, 힐링방법을 찾아 헤매다 보면 하루해가 짧다.

 어느 날 원기에 좋다는 홍삼과 마늘을 섞어 만든 환을 주며 ‘드시고 약값 좀 하라’는 농담에 ‘마른 나무 물 짜기'라며 응수했다. 무슨 연고인지 전신이 저리고 쑤시고 아프다. 종종 시간이 나면 운동으로 온몸을 풀어 준다. 안락의자의 도움도 받지만 악력을 이용해 풀어주는 게 제일 시원하다. 다리 부분 맛사지는 침대에 거꾸로 누워서 상대의 발이나 다리를 서로 주무르며 스킨십을 한다. 아내도 좋고 나도 좋으니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다. 젊어서는 마주보고 자야 했지만 지금은 개의치 않는다. 옆에만 있으면 든든하고 더없이 좋다.


 구당 선생의 침술을 전수받아 부부가 주 3회 교대로 뜸도 뜨며 알콩달콩하니 사는 재미도 즐겁다. 부부는 동행하며 존중해주는 것이 제일 큰 덕목이요, 마음의 힐링이다. 행복이란 ‘마주보고 웃어주는 마음'이다. 더욱 서로를 소중히 감싸야 할 이유다. 남은 소원은 이웃에게 신세지지 않고 웰 다잉(Well Dying)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곽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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