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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마당의 현주소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12/27 [17:25]



북한의 '장마당'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 배급에만 매달렸다가는 굶어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장마당" 세대라는 새로운 세대가 확산되고 있다. 장마당 세대는 북한 정권의 선전과 세뇌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김씨 왕조에 대해 전혀 충성심을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이 성장하면서 북한도 밑바닥에서부터 변화하고 있다. 김정은은 각종 정치적 행사 때마다 청년동맹 이른바 장마당 세대의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흐트러진 충성심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장마당은 암시장을 뜻하는 말이다. 장마당 세대는 해외 언론과 정보에 폭넓게 접근하고 있다. 암시장에는 단순히 음식과 옷가지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영화와 K팝을 담은 비디오와 USB, DVD 등을 구할 수 있다. '타이타닉'과 같은 미국 영화도 있다.

장마당 세대는 자본주의적이고 개인적이다. 이들은 암시장에서 자랐고 물건을 사고파는데 익숙하다. 이들은 특히 북한 당국의 검열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은 '성분'이라는 일종의 계급 체계다. 장마당 세대는 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김일성의 주체사상은 크게 약해지고 있다. 대신 갈수록 암시장이 북한을 지배하고 있다.

장마당 세대들이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북한 주민은 지금도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 물론 고난의 행군 시절에 일어난 대량 아사는 아니다. 북한 전역의 350여 곳에 달하는 장마당 덕분이다. 장마당을 통해 먹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다.

장마당은 배급이 끊어진 북한 주민들의 유일한 생명줄이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조차 장마당에 손을 댈 수가 없다. 장마당은 자본주의 시장체제의 단면이다. 장마당의 처음 공식 명칭은 농민시장이었다. 농민 스스로 재배한 농산물들을 물물교환 방식으로 내다 파는 소시장 형태에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장마당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부터 상설시장으로 변했다. 주민들의 경제 활동은 장마당이 유일하다. 북한의 경제와 사회 활동은 장마당과 깊이 연계돼 있다. 일종의 암시장 거래처럼 복합적으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장마당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일상적으로 물건을 팔고 사는 기본적 상행위는 물론이다. 무역거래, 화폐교환, 구인구직, 인력시장, 정보교환, 사설금융, 부동산 거래 등을 한다. 의약품 거래도 이루어진다.

북한 정권은 장마당과 공존하고 있다. 다양한 경제 활동은 사실상 북한 지하경제의 중심이다. 북한의 계획경제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다. 장마당을 단속하고 제한하고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009년 12월 단행한 북한의 화폐개혁이나 장성택 숙청 등은 결국 장마당의 영향력을 줄여보려는 정치적 의도를 담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정권은 장마당을 사실상 허용하고 공식화 했다. 스스로 먹고 사는 공간이란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장마당은 폐쇄된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하고 급격한 사회적 충격들을 보여주는 곳이다. 자본주의를 경험하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장마당에서는 경제나 문화 활동이 수용되고 전파된다. 당연히 불법적 수단들이 동원된다. 그러나 감시·감독을 맡은 자들조차 이를 눈감아준다.

한통속으로 살아가는 셈이다. 북한 경제는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는 일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미국의 서부개척 시대를 연상할 정도다. 새로운 황금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주민들의 욕구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사회주의 붕괴든 북한 정권의 종말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개인 소유가 늘고 부자가 되는 길이라면 무엇이든 좋다는 생각이다.시장경제의 영향력이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본주의 물결이 북한 사회를 덮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가계 소득의 약 80%를 암시장에서 얻고 있다.

배급 체계는 더 이상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장마당에 대한 당국의 통제 수단이 무력화되고 있다. 장마당 세대들은 외국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부를 누리고 싶어 한다. 아무리 부정해도 자유 민주주의 혁명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북한 정권은 주민의 탈북을 막기 위해 중국 국경과 가까운 두만강 일대 일부 마을을 없앴다. 주민들을 중국 국경에서 먼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이른바 소개(疏開) 정책을 펴기도 했다. 일부 마을은 인민군 부대가 나서 집까지 부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함경북도 온성군의 한 마을은 100여 가구를 한꺼번에 허물어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탈북 가로막기’를 중요한 체제 유지 방법으로 보고 국경 경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곳이 바로 장마당이다.

장마당의 전면 폐쇄 등 강력한 제동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개장 시간을 제한하는 등 적당하게 단속할 뿐이다. 장마당은 북한 내부의 제도적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장마당은 사회 곳곳에서 은밀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지 못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북한에는 2000년대 들어 직장 등에 나가지 않고 매달 일정의 돈을 납부하는 8·3돈 형태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인민소비재 생산을 위해 해당 기업소나 공장이 알아서 생산 원료를 확보하라는 취지의 김정일 지시(1984년 8월 3일)에 따른 것이다. 속칭 8·3이라고 부른다. 사회 곳곳에서 응용하면서 일반화됐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장마당 세대가 주축으로 이뤄진 청년동맹 대회를 23년 만에 개최했다. 그러나 이들은 국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경제활동으로 생존하고 있는 청년들이다.‘혁명의 후비대’라는 역할을 점점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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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27 [17:25]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