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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시설의 비리 실태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9/01/30 [17:07]


돌봄 시설 이대로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비리가 천태만상이기 때문이다. 유치원 공금은 원장 '쌈짓돈'으로 쓰인다. 학부모는 '봉'인 셈이다. 대구 한 유치원은 콘도 회원권과 차 구입, 유치원 설립자 주유, 개인 식자재 구입 등에 유치원 예산 8천100여만원을 썼다가 적발됐다.
시의원이 이사장인 구미의 한 유치원은 업무 외 통신료, 자동차세·과태료, 퇴직적립금 등 유치원 회계에서 3천700여만원을 부당 지출했다가 적발됐다. 충북 청주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공금을 마음대로 쓰는 등 유치원을 개인 사업체처럼 운영하다가 적발돼 고발됐다.
원장은 고가의 개인 의류, 화장품, 홍삼, 골프용품 등을 구매하면서 교사 및 선물 구입비로 지출결의서를 꾸며 28차례에 걸쳐 980만원을 유용했다. 또 본인과 배우자 차량의 주정차 위반 과태료, 자동차세, 주유비 등 12건 181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쌈짓돈처럼 썼다.
국고보조금 부정수급도 만연하고 있다. 대구 모 어린이집은 수천만원의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으로 시설 폐쇄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대구 또 다른 어린이집은 2010∼2017년 인건비 등 명목으로 국고보조금 2천700만원 가량을 부정하게 탄 것으로 드러나 시설 폐쇄 및 보조금 환수 명령을 받았다.
울산에서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교사로 근무한 것처럼 속이거나 교사 임용을 허위로 보고하는 수법으로 보조금을 타낸 원장이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감사원의 2014년 감사에서는 어린이집 교사나 원생을 허위로 등록해 정부 보조금을 빼돌리는 관행이 적발됐다. 당시 감사원은 39건의 사례를 적발했다. 대부분 교사, 직원, 원생을 허위로 등록하거나 운영경비 및 특별경비를 횡령하는 방법으로 정부 보조금을 부당 수령·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무장 병원을 차려 요양급여 수십억을 '꿀꺽'하기도 한다. 노인 요양시설의 비리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울산경찰청은 의사 명의만 빌린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해 요양급여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모 의료법인 사무장과 이사장을 입건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 사무장은 2010년 7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의사 명의를 빌려 울산에서 요양병원을 운영,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10억원 상당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장인이기도 한 이사장과 의료법인을 세워 의사로부터 해당 요양병원을 인수, 최근까지 운영하면서 요양급여비 76억원가량을 추가로 받아 챙겼다.
강원도에서는 노인요양시설이 보호 중이던 노인의 사망 이후 고인 은행 계좌에서 돈을 가로챘다는 감사 결과가 나와 수개월째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횡령 비리가 의심되는 노인요양시설 수십 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 중 일부 노인 요양시설은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 또는 가족이 잘 찾지 않는 입소 노인 사망 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당 노인의 유산을 시설 운영비 등으로 편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11월 불법으로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면서 요양급여 수백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병원 재단 대표 이사 58살 박 모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재단 관계자와 허위 환자 백 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 씨 등은 지난 2천 9년부터 최근까지 의료재단을 설립한 뒤 의사 면허를 빌려 설립한 병원에 허위환자를 유치하는 수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로부터 요양급여 2백36억 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경영이 어려운 병원을 인수한 뒤 요양급여를 타내면 다시 폐원시키고 다른 병원을 또다시 인수하는 방법으로 도내 14개 병원을 허위로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원 비리 실태가 드러난 후 어린이집과 요양원 등 돌봄시설에서도 비리를 끊어내고 공공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아이를 돌보고 교육하는 일, 노인과 장애인을 보살피는 일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사회서비스라는 인식이 높아졌다.
하지만 '비영리' 원칙에 따라 운영해야 할 사회서비스를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에 맡기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쉽지만은 않다. 돌봄 시설의 비리를 근절하고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공립을 확대해 공공성을 강화한다. 민간 시설에 대해서는 인프라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 기준을 마련해 엄정 시행해야 한다.
비리가 공개된 사립유치원은 2013년에서 2017년까지 감사를 받은 1천878곳이다. 전체 사립유치원의 33%다. 부정하게 사용한 액수는 269억원에 달한다. 어린이집에서도 영수증 조사로는 잡아낼 수 없는 음성화된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져 실제 비리가 이런 수준에서 그쳤을지 미지수다.
'비리 의심'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골라 먼저 조사에 돌입하고, 전수조사도 시행해 비리 실태를 드러내야 한다. 정부가 관리하는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쓰지 않는 사립유치원에는 도입을 강제해야 한다.
정부 재정이 들어가는 시설에 대해서는 인프라, 인력,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비리를 저지를 수 없도록 지원금의 쓰임을 명확히 정해주고, 법을 어기는 원장은 바로 퇴출해야 한다.
현재 어린이집의 경우 국공립이라고 하더라도 절반은 개인 원장에게 위탁돼 있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지 않는 무늬만 국공립 시설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이나 국공립요양시설을 국가가 직영하고, 원장과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을 직접 고용한다면 비리가 줄어들고 민간과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다. 보육 등 다수가 이용하는 인프라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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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30 [17:07]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