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라면 우지파동의 진실(2)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9/03/20 [16:56]

삼양라면 우지파동의 진실(2)

새만금일보 | 입력 : 2019/03/20 [16:56]


삼양식품은 1963년 국내 최초로 라면을 출시했다. 그런데 1989년 공업용 소뼈로 만든 기름을 라면에 썼다는 투서가 검찰에 날아들어 수사가 시작되면서 삼양식품은 씻기 어려운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 뒤 5년 8개월의 소송을 거쳐 1995년 서울고법에서, 1997년에는 대법원에서 전부 무죄로 결론이 나면서 사건은 완전 종결되었다.
8년 가까운 법정 싸움 끝에 1996년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회사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당초 사건 발생 13일 만에 보건사회부 장관이 나서“인체에는 해가 없다”고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의 연일 맹폭으로 삼양식품은 삽시간에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서울 도봉동 공장이 3개월간 문을 닫았다. 삼양라면 최후의 보루였던 군대 납품이 이후 완전히 붕괴됐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등 소비자 단체들까지 가세했다. 제품의 전량 수거, 유통업자들의 해당 제품에 대한 진열 판매 중지 등을 촉구했다.
미국, 일본, 동남아 등지의 언론들도 덩달아 한국산 라면의 문제점을 대서특필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인체에 유해한 식품 및 의약품의 제조 판매 및 해당 과정에서의 위법 행위를 철저히 수사해 의법 조치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
결국 라면은 물론 쇼트닝이나 마가린을 쓰는 과자, 튀김류, 통닭에까지 매출이 줄어들었다. 소비자 단체들 역시 성명 발표와 불매 라면의 반품과 생산 중단 사태가 이어졌다. 대다수와 국민들은 '공업용 쇠기름'을 썼다고 분노했다.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쳐 한국산 라면의 매상이 줄었다. 한국 식품 자체에 대한 불신이 더해져 갔다. 당시 노태우 정권의 정치 헌금 요구를 거절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공업용 우지라는 용어는 그 전에는 개념조차 없는 날조된 용어다.
투서 내용과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라면을 튀길 때 사용한 미국산 쇠기름은 미국에서 비식용으로 분류된 2~3등급 우지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공업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라면 소비국 일본에서는 현재까지도 2, 3등급의 우지, 돈지, 팜유를 3:3:3의 비율로 사용한다.
삼양라면에 공급된 2등급~3등급 우지는 정부의 권장과 추천에 의하여 식용으로 수입허가 및 통관하여 정제 후 사용한 것이다. 누구나 "공업용"이라고 하면 께름칙하게 여기기 마련이다. 당시에는 훨씬 더했다. 이때는 국민들 대다수가 2차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며 온갖 종류의 유해물질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1980년대에는 이타이이타이병 사태, 수원의 미나마타병 집단 발병 사태 등으로 온 국민이 유해물질 중독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런 시점에서 "라면에 공업용 기름을 썼다"는 소문은 모든 이에게 두려움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공업용 기름 = 윤활유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았다. 아직도 이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삼양라면이 썼다는 우지의 원산지인 미국에서는 사실 "우리는 안 먹음 즉 비식용, 즉 공업용"이라는 논리로 공업용 딱지를 붙인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내장과 사골도 당연하게 소비된다. 따라서 한국 기준에서 우지는 공업용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3등급짜리 우지까지는 식용으로 쓰며 그 이하는 한국에서도 공업용이다. 1등급 우지는 날것으로 먹어도 될 정도로 매우 안전하다.
2등급 ~ 3등급 우지는 지금도 튀김용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업용이지만 한국에서는 엄연한 식용이다. 미국의 축산물 분류 기준을 한국에 맞춘 것이 잘못이다. 기준이 정해진 사회적 배경은 고려하지 않고, 선진국의 기준을 그대로 따르는 게 옳다고 여긴 것이 오판이었다.
당시 문제가 된 우지는 이른바 2등급 우지였다. 당시 미국 우지 분류 등급은 12단계다. 1등급 우지는 단독 식용도 가능한 등급이다. 그리고 2등급 우지는 가공용이다. 쇼트닝, 마가린 등에도 2등급 우지가 들어갔다. 당시 일본을 포함해서 농심을 제외한 국내 모든 라면 회사가 우지를 사용했다.
이유는 높은 콜레스테롤을 포함하는 풍부한 맛 때문이다. 공업용이 된 것은 수입 문제도 있다. 수입 때 공업용으로 등록하면 식품으로 등록할 때보다 수입 절차가 간단해지고 세금도 이득을 보는 것이다. 이 사건은 언론과 검찰의 무지, 그리고 식품 관련 전문가들의 무소신이 빚어낸 것이다.
이후 라면을 튀기는 데는 동물성 기름이 아닌 팜유같은 식물성유를 사용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그러나 맛과 보존성 면에서 동물성 기름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로 삼양라면은 우지 파동 이후 기름을 팜유로 바꾸며 맛의 질이 상당히 떨어졌다.
동물성 기름 자체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나빠졌다. 일반 가정 및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용유는 콩기름 등 대부분 식물성 지방이다. 동물성 기름은 소수의 중국 요리집에서나 쓰는 수준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라면업계에서 동물성 기름은 한동안 자취를 감추고 팜유가 대세가 되었다.
27년 뒤인 2016년 이 사건이 조금씩 입에 오르내렸다. 박근혜 정부의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씨가 농심의 법률고문으로 매달 1천만 원을 받으며 활동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그는 우지 파동 당시 삼양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검찰총장이었다.
농심은 그 뒤 김씨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고문직에서 자진 사임했다. 그리고 현재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한편 우지 파동 이후 농심은 너구리(1982), 안성탕면(1983), 짜파게티(1984), 신라면(1986) 등의 신제품을 출시하여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장 1위를 확고히 했다.
반면 삼양은 1년 정도 뒤에 포장마차 우동(너구리의 대항마), 서울탕면, 영남탕면, 호남탕면 시리즈(안성탕면의 대항마), 짜짜로니(짜파게티의 대항마), 이백냥(신라면의 대항마) 등을 출시했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시장 점유율도 농심에게 크게 뒤졌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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