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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특권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9/05/15 [15:24]



금배지를 달면 100가지 특권이 따라온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실제로 이들에게 주어지는 직·간접적 지원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1억3000만원대 연봉, 장관급의 널찍한 사무실, 마음대로 뽑는 보좌진, 귀빈 대접받는 해외 출장,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등은 모두 국회의원이 누리는 대표적인‘혜택’이다.

보좌진을 최대 일곱 명까지 채용할 수 있는 임면권(任免權)도 가진다. 보좌관을 두 명(4급 상당 별정직), 비서관 두 명(5급), 비서를 세 명(6·7·9급)까지 둘 수 있다. 최대 연 3억6795만원에 이르는 이들의 급여는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

이와 별도로 의원실 운영, 출장, 입법·정책개발 등의 지원비로 연평균 9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내 의원회관에 149~163㎡의 의원실이 배정된다. 행정부 장관실(165㎡)과 비슷한 규모이며 사무실 운영비, 통신요금, 사무기기 소모품 등이 지원된다.

공무상 이용하는 차량 유지비, 유류비, 철도·항공요금과 입법·정책개발을 위한 정책 자료 발간비, 발송료 등도 지원 대상이다. 출국할 때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고 현지에 도착하면 재외 공관에서 영접해 현안 브리핑, 공식일정 주선, 교통 편의 등을 지원한다.

항공기는 비즈니스석, 철도·선박은 최상등급 좌석이 제공되고 차량 이용 시엔 연료비·통행료를 실비로 정산해준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면책특권’과 회기 중 동료 의원들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불체포특권’도 대표적인 국회의원의 특권이다.

물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원활한 의정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 장치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일하지 않는 국회’로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의원 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반론도 많다.

20대 국회가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시도했다. 방탄 국회, 즉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추진하고 여야 대표들이 공언하는 것을 보면 빈말은 아닌 듯하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헌법 제44조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회기 중에 국회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하기 위해서는 국회로부터 체포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헌법이 보장하는 이 특권을 정말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그 진정성과 내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국회에 체포 동의안이 제출되면 본회의에 올라간다. 그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부치도록 돼 있다. 국회법 26조2항이다. 방탄 국회를 가능하게 만든 조항이다. 72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된다는 명시된 규정이 없다 보니, 72시간만 지나면 체포 동의안은 자동 폐기된다.

회기가 아니어도 재적 의원 4분의1만 요청하면 임시국회가 열린다. 어느 당이든 맘만 먹으면 방탄 국회를 열 수 있다. 1948년 제헌국회부터 2016년 5월말 끝난 지난 19대 국회까지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이 제출된 경우는 56건이다.

이 가운데 가결은 12건, 부결은 13건으로 기록돼 있다. 자동 폐기는 24건, 나머지는 철회로 추정된다. 3분의 2 정도가 방탄 국회로 규정된다. 방탄 국회의 절정은 15대, 16대 국회였다. YS정부에서 DJP 정권을 걸친 기간이었다.

헌정 사상 첫 정권 교체였고, 당시 거대 야당 한나라당이 국회를 장악해 여야 대립이 극심했던 시절이다. 15대 국회에서만 12건의 체포 동의안이 제출됐다. 그러나 부결 1건에 자동 폐기 11건이다. 가결은 0건이었다.

16대 때는 더 늘어 15건이 제출돼 부결 7건에 자동 폐기 6건, 철회 2건이었다. 역시 가결은 0건이다. 19대 국회에선 상황이 달라졌다. 9건이 제출됐는데, 표결이 5건이나 이뤄졌다. 가결은 3건이다. 나중에 박주선 의원은 무죄 확정돼 국회로 돌아왔다.

현영희, 이석기는 유죄 확정됐다. 반면 정두언 의원과 송광호 두 의원은 체포 동의안이 부결됐다. 나머지 4건은 자동 폐기됐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표결 처리보단 방탄 국회 사례가 많은 게 현실이다.

자신도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의원들이나 당을 떠나 방탄 국회라는 편한 갑옷을 벗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20대 국회는 문제의 국회법 26조2항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체포 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처리되지 않으면 이후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 표결 처리한다는 규정을 명기하겠다는 것이다.

72시간만 끌면 자동 폐기되는 특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이다. 국회는 정세균 국회의장 직속으로‘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를 설치하기도 했다. 선거법 위반이나 개인 비리 혐의를 받는 의원들에 대한 체포 동의안 가결이 늘어나는 추세다.

불체포 특권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도 크다. 국회의원의 갑질 용도로 악용되거나 사익을 위한 방패막이 수단으로 변질된 특권이 수두룩하다. 불체포 및 면책 특권과 친인척 보좌관 채용, 정치인 낙하산 임명, 과다한 의원 세비와 수당 등이 늘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권 포기 개혁안도 이런 부분에 집중돼 있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구시대적 병폐인 잘못된 특권을 시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역대 국회 초반에 등장했다가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진정성을 믿기 힘들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더 이상 < 양치기 소년 >이 되지 않아야 한다. 말로 떠들기 전에 당장 특권 내려놓기 관련법을 만들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의 무능과 갑질을 견제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도입도 필요하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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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5 [15:24]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