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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성장의 그림자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9/05/29 [16:21]


1999년 7월 대우그룹의 몰락은‘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의 종언을 알렸다. 그리고 현대, 삼성, LG, 대우 등의 4강 체제에서 삼성의 독주체제로 뒤바꿔 놓았다.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8년이다. 채권은행단과 정부가 기업 살생(殺生)작업을 벌인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7대 자율구조조정(빅딜) 최종안을 발표했다. IMF 전후로 한보철강을 비롯해 삼미, 진로, 대농, 기아, 해태, 뉴코아, 쌍용, 한보, 동아, 고합, 우성, 벽산, 아남, 나산 등 주요 그룹들이 무너졌다. 2005년 1월 대우종합기계는 두산중공업에 넘어갔다.
대우차는 이미 2002년 GM에 넘어갔다. 대우건설은 2006년에 금호그룹의 식구가 됐다.‘빅딜’과 기업들의 체질 개선으로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은 한국 경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외환위기는‘CEO(최고경영자) 전성시대’를 낳았다.
오너 중심의 총수 경영이 뒤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들이 전면에 부각됐다. 소유-경영 분리, 사외이사제도, 주주 가치 우선 등 미국식 지배구조가 기업들의 이상적 모델로 자리 잡았다. 총수 중심의 황제 경영은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주범이었다.
황제 경영은 외환위기 이전 기업 성장 과정에서는 주목받았다. 하지만 IMF를 거치면서 불투명하고 불합리한 경영의 모습을 드러냈다. 오너로 불리는 소유 경영인들은 그룹이 쓰러지면서 전문 경영인들이 들어섰다.
전문 경영인과 콤비를 이루는‘오너+전문경영인’시스템이 주류를 이루었다. 외환위기 이전에도 전문 경영인은 있었다. 그러나 능력보다는 그룹 총수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거나 대외적 관계를 위한 얼굴 마담에 그쳤다.
나눠 먹기 식이나 나이순으로 승진하는 연공 서열주의도 사라졌다. 업적 중심의 발탁 인사가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연말 실적에 따라 PS(초과이익분배금)를 나눠준다. 반도체와 휴대폰 등 총괄별 실적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다르다. 연봉 역시 천차만별이다.
LG전자는 성과에 따라 매년 하위 5%의 인력을 퇴출시킨다. 성과를 우선으로 하면서 외환위기를 계기로 직원들의 가치관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총수의 리더십과 감각에 따라 저돌적으로 나섰다. 지금은 소액의 투자를 하더라도 재무담당 부서와 이사회가 먼저 성공 가능성을 따져본다.
회사가 보유한 은행 잔액도 뒤져본 뒤, 경쟁사의 움직임까지 면밀히 분석해 투자를 한다. 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한편 최근에는 투자 감소, 현금 과다 보유, 기업가 정신 실종, 역동성 부족 등 IMF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기업 경영 행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1998년 당시 퇴출 기업 기준을 200%로 제한했던 점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과거에는 부채 비율이 너무 높아서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들이 무조건 부채 비율을 낮춰야 우량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기업가들에게서는‘기업가 정신’이 사라졌다. 위험한 곳은 절대 가지 않는 보수적 습관이 생긴 셈이다. 과거에 대한민국 산업은 경쟁적인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1950년대 섬유, 1960년대 건설 및 전자, 1970년대 중공업, 1980년대 자동차, 1990년대 반도체 등의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많이 달라졌다. 기업가 정신의 상실은 투자 위축 - 고용 축소 - 소비 위축 ? 국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 하락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늘어나면서 수많은 헤지펀드의 타겟이 되기도 한다. 외환위기는 최고재무관리자(CFO,Chief Financial Officer)란 용어를 히트시켰다. 재무관리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이미 CFO가 사실상 증시 상장기업들의 의무 보유직이다. 기업 오너가 회사 돈을 마구 주물렀던 한국 기업들에게 CFO는 매우 생소했다.
외환위기 이후 헤지펀드의 공격이 증가하고 잇따른 분식회계 사건으로 재무관리의 중요성도 커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아직도 CFO를 재무 업무만 담당하는 임원쯤으로 축소 해석한다. CEO와 오너의 부당한 경영 활동에 맞설 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제 LG전자 가전제품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삼성전자가 아니다. 글로벌 가전 메이커이다. 다국적 기업의 반열에 오른 국내 기업들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국내 진출도 활발해졌다.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
GM대우, 르노삼성이라는 브랜드도 익숙하게 됐다. IMF 위기 이후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내?외부의 압력은 사외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이어졌다. 지배구조 선진화의 또 다른 축은 지주사 체제 전환이다.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지주사 체제 전환에 나선 LG는 국내 기업 최초로 2003년에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해 화제가 됐다. 지주사 체제는 부당 내부 거래 억제, 출자 구조 단순화, 문어발식 사업 확장 억제 등의 효과를 나타냈다. 출자 총액제한제 등 각종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회계 제도 선진화도 개선됐다. 공정 공시제, 증권 집단소송제 등 회계 투명성을 유인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정부는 분식회계에 대해 자진 신고 시 사면을 해주는 인센티브를 실행했다. 기업 스스로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한 것이다. 그밖에 외환위기 이후 국내 본사 인력을 우대하던 순혈주의는 기업에서 사라졌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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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29 [16:21]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