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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 가듯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9/08/02 [09:31]



고요한 새벽미명에 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중천 하늘엔 비수처럼 날카롭게 일그러진 그믐달이 원한이 맺힌 청상과부처럼 구름 새로 무섭게 나를 내려다본다.

세상은 쥐죽은 듯 고요한 밤! 갑자기 나 혼자라는 고독과 함께 오싹 한기가 파고든다.

밝은 햇살이 비치는 새벽이 오기까지는 깊은 골짜기를 헤매듯 짙고 짙은 검은 밤을 보내야만 한다. 어느 시인이 우리 인생을 일컬어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라고 했던가.

정두언 의원이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홍제동 인근 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비보다.

그는 62세로 정신연령이 농익은 사회적으로 지도층 인물이요,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할 일 많은 중견 정치인이다. 가난한 운전기사의 아버지와 공사장 잡부로 힘겨운 일을 마다않고 자식을 위해 어렵게 살아온 어머니의 모진 세월에 보답이나 하듯 개천에서 용이 난 장한 아들이라고 자랑한 부모님께 배역한 아들로 생목숨을 끊어 버린 불효막심한 자식이다.

남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과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낸 서울대와 외국유학까지 나와 석, 박사를 딴 인재였다.

그런데 무엇이 부족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을까. 그는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정의로운 정치평론과 주변 사는 얘기 등 구수한 입담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다정다감한 이웃집 아저씨로 통했다. 자살은 주로 노령의 빈곤층과 병고에 시달리다가 가는 이가 많은데 정의원은 세상의 누릴만한 것도 다 누려본 세상말로 출세한 인생이다.  인생의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에 기준을 둬야 할까. 행복의 파랑새는 보다 높고 크고 더 높이 날으려다가 날개의 힘이 빠져 스스로 추락하는 자고(自高)새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1968년 미국 자살협회를 세운 ‘슈나이먼’박사는 개인문제로 여겨지던 자살을 사회문제로 끌어 올렸다. 그는 자살자들은 주변에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내기 마련이라며 국가와 사회가 그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하였다. 2001년 미국 정부는 ‘자살예방 국가전략’을 채택했다. 그 1항엔 슈나더드먼의 정신이 담겨있다. 자살은 예방 가능한 공공건강문제라는 인식을 증진시킨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50여명이 목숨을 끊어 연간 2만 여명이라는 아까운 인명이 손실되어 OECD국가 중 불명예스럽게도 1위라는 고지를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이같이 자살은 암,뇌혈관 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사망원인 4위에 오르고 있다.

노령인구보다 한 창 일하고 꿈을 가져야 할 2-30대가 1위라니 국가적인 크나 큰 재앙이다.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 직장인 중 자살예비군으로 26%에 이른다는 통계다.

빈곤과 병과 고독사로 죽어가는 노인자살률은 더욱 충격적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 급격한 노령화로 인한 사회변화와 핵가족, 금전만능주의가 팽배해 소외받는 노인들의 자살률은 5년 단위로 배로 늘어나 또 하나의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노인들의 3대 자살 요인 중의 첫째가 고독이다. 고독은 어디 노인만의 문제이랴 만 나이가 들면 직장을 떠나고 수입원이 적어지며, 잘 지내던 친구도 멀어지고, 부부 중 혼자가 되면 죽음으로 가는 고독이란 병이 밀물처럼 밀려오기 마련이다. 두 번째로는 질병이다. 99-88-34란 말처럼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어느 날 병들어 3-4일만 앓다가 죽자는 삶과 죽음을 잘 표현한 말이지만 인명은 재천으로 맘대로 안 되는 게 죽음이다.

셋째로는 노후자금이란 돈이다. 늙으면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의 효자노릇을 한다.

친구를 만나 점심 한 끼 정도 나눌 수 있는 여력과 노후대책이 필요하다. 고독과 질병과 싸우면서 최소한 생활 할 수 있는 돈마저 없다면 노년의 삶은 지옥과도 같으리라.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젊음을 다 바쳤는데, 늙어 편안히 죽을 권리마저 빼앗는 국가는 노인에 대한 이율배반이다.  국가는 5개년 계획으로 ‘범국민 생명존중문화조성과 자살 위험 자 조기발견, 아동 청소년 정신건강 증진’ 등으로 자살률을 낮추겠다고 큰소리 쳐 보지만 그 근원을 해결 못 하는 한 거꾸로 자살률은 높아만 가고 있을 뿐이다. 세월이 흐르다 보면 너도 가고 나도 가기 마련인 우리인생은 구름에 달 가듯 가는 인생인데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떠날까.

 

과거 잘 나갔던 추억에 메이지 말고 자아실현을 위해 자기를 내려놓아야 한다.

자살은 조물주와 나를 낳아 준 부모에게 가장 큰 불효요, 자기를 살인한 가장 나쁜 형태다.

금 수저, 흙 수저 론이 언제부턴가 퍼져 젊은이에게 희망 없는 이 사회! 헬 조선이란? 지옥 같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라는 가진 자 위주로 정책을 펴는 한 기득권자들이 나눌 줄 모르는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수록 수많은 죽음의 검은 그림자는 뒤 따라 다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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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02 [09:31]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