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눈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20/02/20 [16:43]

기다리던 눈

새만금일보 | 입력 : 2020/02/20 [16:43]

 

 

 

 

 

  금년 겨울은 끝내 눈이 내리지 않으려나 걱정했었다. 겨우내 눈이 내리지 않으니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인 것 같아 막연한 불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설 쇠고 입춘이 지나 우수가 내일모레인데 지금껏 눈이 한 번도 내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호주에 사는 처제가 10여 년만에 고국을 방문하여 한 달여를 머물다 가면서 눈 구경을 못하고 가려니 서운하다고 했다. 처제도 내심 눈이 오길 많이 기다린 모양이다. 눈이 내리면 여러 가지 불편한 점도 많다. 교통사고도 많이 나고 재래시장 상인이나 노점상들은 장사도 안 되니 여러 가지로 고생이 많다. 그래도 겨울이면 눈이 기다려짐은 눈에 대한 추억 때문인 것 같다.

 

 이른 새벽 수영장에 가려고 집을 나서니 밤새 눈이 소복하게 내렸다. 반가웠다. 어린 시절 읽었던 추구집推句集 한 구절이 생각난다.

 

 

 

 견주매화락犬走梅花落

 

 계행죽엽성鷄行竹葉成 

 

 눈 오는 날 개가 달려가면 매화꽃이 떨어지고

 

닭이 지나가니 댓잎이 그려진다

 

 

 

 지금은 눈 오는 날 강아지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좋아하는 모습이나 닭들이 울타리 밑을 헤비는 풍경을 보기도 어렵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눈이 많이 내렸다. 많이 내리기도 했지만 잘 녹지도 않았다. 겨우내 10 여리가 되는 초등학교 등하굣길에 빙판길을 검정 고무신을 신고 걸어 다녔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눈이 많이 쌓인 논·밭에서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눈사람을 만들며 손이 시리면 입에 대고 호호 불며 손이 빨갛게 얼고 발이 시려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마냥 즐거웠다. 눈이 내리면 어린이들과 강아지만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어른들도 마음이 들뜬 모양이었다. 어른들은 동네 사랑방에서 참새를 잡아 안주를 준비하고 막걸리 추렴을 하여 술판을 벌였다. 어머니들은 감주를 만들거나 호박죽을 끓이기도 하고, 김치전도 부치며 별식을 준비하기에 바빴다. 밤이면 온 가족이 함께 어머니가 준비한 별식을 먹으며 화롯가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눈이 많이 오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며 흐뭇해했다. 맞는 말인 성싶다. 그 시절엔 주로 겨울이면 보리가 잘 자라야 하는데 겨울 가뭄이 들고 눈은 안 내리고 강추위가 오래되면 보리 생육이 좋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할 땐 첫눈이 내리는 날 퇴근시간이면 또래 동료들이 자연스럽게 직장 주변 포장마차에 삼삼 오오 모였다. 포장마차에 서서 참새구이 안주에 정종 대폿잔을 들고 동료애를 다지며 밤새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눈이 너무 많이 내리면 마냥 낭만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눈이 내리면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자주 교통이 두절되곤 했었다. 술을 마시다가도 비상소집이 되어 밤새워 제설작업을 하기도 했었다.

 

 눈이 내리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낭만과 추억이 되살아난다. 눈이 기다려지는 것은 아련한 추억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구의 환경 변화가 더 걱정이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하여 걱정들이다. 막연하게 걱정만 하지 말고 종이컵 하나 비닐봉지 한 장이라도 사용을 자제하여 지구 환경변화를 막는데 동참했으면 좋겠다.

 

/최기춘<수필가>

 

 
광고
광고
광고
아침이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