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음악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20/04/03 [09:35]

나와 음악

새만금일보 | 입력 : 2020/04/03 [09:35]

 

  요즈음 젊은 여가수 윤수현의 ‘천태만상’이라는 노래가 대유행이다. 리듬이 경쾌하기도 하지만 가사가 아주 재미있다.

 

  천태만상 인간세상/사는 법도 가지가지/귀천이 따로 있나/재판한다 판사 변호한다 변호사/범인 잡는 형사/계룡산에 부채도사/연구한다 박사/운전한다 기사/트럭 택시 기차 전차/버스 봉고 도저 기중기/요리한다 요리사/소개한다 중개사/파마한다 미용사/간호한다 간호사/얼럴러리어/천태만상 인간세상/사는 법도 가지가지/귀천이 따로 있나

 

  나의 또래들은 점잖고 느리며 고상한 노래들을 대체로 좋아하는 경향이다. 나도 가사의 의미가 깊고 느린 노래를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우연히 천태만상을 들은 후 그 노래에 흥미를 느끼고 가사를 되뇌어 보곤 한다. 40여 가지 직업이 나열된다. 가사를 외우기도 벅차고 리듬도 빨라서 나는 1절도 따라 부를 수가 없다. 귀엽고 깜찍한 가수가 날렵한 몸을 가볍게 흔들면서 그 길고 긴 가사를 거침없이 술술 부르는 모습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듣고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초등학교 시절에는 주로 동요를 배우고 부르며 자라는 게 보통이었지만, 우리 반은 3학년, 4학년 때 복식학급이어서 윗 학년 음악시간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면서 몰래 따라 부르면서 노래를 배웠다. 5학년 때부터는 단식학급이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축구선수여서 음악을 가르치시지 않았다. 음악시간은 거의 오후에 들었는데, 선생님은 출장을 가시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들 중 몇 명은 교무실에 찾아가 오후 수업이 없으신 저학년 담임 선생님께 음악을 가르쳐달라고 사정을 했었다. 그 때 우리의 청을 들어주셨던 그 여자 선생님의 곱고 밝은 모습이 지금도 삼삼하다. 우리들은 신이 나서 다른 교실에 있는 올갠을 우리 교실로 옮겨다 놓고 기다렸다. 그 선생님의 연주 솜씨와 고운 목소리는 우리들을 감탄케 했었다. 가끔 그 선생님을 모시고 음악을 배웠다. 음악 시간엔 행복했었다. 음악교과서 외의 노래도 배울 때가 있었다.

  6학년으로 올라가서도 체육을 잘 하시는 선생님을 만났다. 유행가를 아주 잘 부르시는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대중가요를 가끔 불러 주셨다. 거의 올갠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육성으로 따라 불렀다. 음악에 소질이 있었던 몇 사람은 음악시간이 되면 노래자랑 시간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6.25 한국전쟁이 나서 모두 흩어지고 만나지도 못했다. 방학이 끝나고도 학교에 가지 않은 채 그만 둔 사람이 많았다.   

  난 사범학교에 갔기 때문에 음악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초등학교 교사는 전 교과를 다 지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교과든 기본은 다 익혀야 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올갠 연주를 연습했다. 실기평가에 통과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을 익힌 것이다.

 
  그러다가 교직에 발을 들인 뒤로는 음악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므로 교과서와 창작동요 책을 구해서 주로 동요를 많이 가르치고 나도 많이 불렀다.  

  잚은 시절엔 동료들과 어울려 흘러간 노래, 그때그때 유행하던 대중가요를 많이 불렀다. 젊은 시절 나의 18번은 ‘남성남버원’이었다. 리듬도 경쾌하지만 역시 가사가 마음에 들어 한 동안 불렀다. 그러나 좋은 노래가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18번은 의미가 없었다. 가리지 않고 흥얼거리고 가사까지 익혀지면 나의 애창곡이 되고…. 동료들과 노래방에 갈 기회가 있으면 목청을 돋우어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퇴직한 뒤로는 노래할 기회가 많지 않고 목소리도 좋지 않아서 악기 몇 가지를 가지고 흘러간 노래를 연습하여 가끔 연주해 보는 것으로 음악을 즐긴다. 악보를 암기하기가 힘들고 손가락도 둔해지고 어깨가 뻐근하기도 하여 점차 듣고 즐기는 쪽으로 바뀌어간다.

  요즘 음악에 끼와 소질이 있어 유망한 신인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미스 트롯’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끼와 솜씨를 발휘한 신인 가수, ‘미스터 트롯’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실력을 발휘한 가수, ‘도전 꿈의 무대’와 ‘노래가 좋아’라는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에서 끼와 재주를 발휘하는 가수들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나에게는 음악에 소질은 없으나 음악을 좋아하며 음악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찾아서 즐기고 있으니 음악이야말로 나의 삶의 일부이며 행복의 샘터라고나 할까?   

  

/백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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