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음악인들의 신선한 충격

전북대중일보 | 기사입력 2009/06/09 [12:49]

낯선 음악인들의 신선한 충격

전북대중일보 | 입력 : 2009/06/09 [12:49]

매일 지나치는 길목보다는 혹시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 않을까 설레임으로 가득한 낯선 길목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 다져지고 반듯한 거장들의 음악이 지겹다 싶을 때, 골목 끝 어딘가에서 우연히 스치는 낯선 음악인들의 연주는 신선함의 충격을 전해준다.

올해로 5회 째를 맞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독주회 시리즈가 6월을 시작으로 나수연씨의 플룻과 한현정씨의 콘트라베이스 독주회 그리고 테너 김재명씨의 독창회를 선보이며 올해 첫 독주회 시리즈 첫 발을 내딘다.

중학교 3학년 때 옆 건물 여고 음악 선생님이 음악실에서 매일 플룻 연습하는 모습이 멋져보여 플룻을 배워야 겠다며 짝사랑을 키워간 나수연 씨. 고등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꿈에 그리던 음악 선생님에게 달려가 플룻을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돌아온 말은 "재능이 없다"였다고. 하지만 선생은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열의를 다해 가르쳤고 그의 바람대로 그녀는 현재 '연주자가 아닌 음악가가 되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긴 노력파 음악인이 됐다.

나 씨는 "대학교를 졸업할 때 까진 그닥 플룻에 대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는데 군산 시향에 들어가 연주를 하면서 부터 플룻에 묘미를 알아가고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모두 말렸지만 뒤 늦게 유학을 결심하게 됐고, 독일행 비행기에 올라탔다"고 말했다.

귀국 후 독주회는 처음이라는 나씨는 "졸업까지 1학기를 남겨두고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으셨는데 공부는 언제든지 할 수 있기에 아버지 곁에 있고 싶어 졸업 시험을 치른 후 바로 귀국했다. 모든 주변인들이 후회스럽지 않냐는 질문을 해오지만 그곳에서 접하고 온 문화와 배움으로 위안 삼고 있다"고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또한 "이번 독주회에 짜여진 프로그램은 굉장히 부담스럽고 힘든 곡들이 많지만 귀국 후 처음 여는 독주회이기에 독일에서 배운 것을 모두 다 보여드리고 싶어 고집을 부려봤다"며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그녀는 이번 독주회를 통해 헨델의 리코더 연주곡인 'Sonata in F major HWV 369'를 플룻으로 선보이며, 긴장과 집중을 요하는 슈베르트의 곡인 '시든꽃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선사한다. 이 곡은 독일 낭만곡 가운데 그닥 많지 않은 플룻 연주곡이기에 특별함을 더한다. 이와 함께 베토벤 냄새가 물씬 베어있는 흄멜의 '소나타 D 장조 op.50'과 안드레 졸리베의 'Chant de Linos (리노의 노래)'를 선보인다. 특히 이 곡은 나수연 씨가 뽑은 최고의 곡으로 상당한 기교를 필요로 하며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 힘겹고도 완벽한 곡이다.


조금은 낯선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한현정씨는 전주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재학중이다. 올해 독주회 오디션에 학생연주자부로 지원해 실기 오디션을 거쳐 쟁쟁한 실력자들 가운데 선정된 실력파인 그녀는 아직 독주회는 꿈도 못꿔봤을 신예 음악인이다. 어떤 질문에도 너무 떨리고 긴장만 된다는 그녀는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였다. "콘트라베이스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통 울림이 너무 좋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던 한 씨는 "흐름상 과장되지 않는 고전 음악을 연주할 때가 좋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번 독주회를 통해 콘스라베이스의 연주로 정석인 바흐의 '소나타 제2번  D장조'를 시작으로, 베이스 앙블 연주와 함께 보테시니의 'Eligia D-Dur(Nr. 1)'을 선사한다. 또한 러시아 곡인 글리에르의 'FOUR PIECES'를 선보이며 콘트라베이스가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힘을 과시한다.

'내 음악에 있어 자신있어야 한다.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선 음악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삶에 있어서도 음악에 있어서도 '정직'해야 한다'. 좋은 음악가가 되려면 정직해야 한다는 테너 김재명씨. 그는 바리톤에서 테너로 음역대를 전향하며 뜨거운 뜨겁고 열정적이며 강한 소리를 내뿜는 성악가이다. 고 2때 써클 활동을 통해 음악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다는 김 씨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사춘기때도 겪어보지 못했던 가출을 시도했다고 한다. 성적이 우수해 외교관을 꿈꾸던 아들이 갑자기 삶의 전환점을 돈 안되는 음악으로 바꾼다니 반대는 당연했을 터. 고 3때 본격으로 시작한 성악 공부에 그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현재 그는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와 같은 강하면서도 빛깔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이번 독창회는 이태리에서 귀국한 후 첫 독창회인 만큼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고자 여러 나라의 아리아들로만 엮어 선보일 예정이다"며 "곡들 가운데 테너 아리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푸치니의 'Che gelida manina! 그대의 찬손'과 플라시도 도밍고가 자주 불렀지만 이곳에서는 잘 들어볼 수 없었던 스페인 아리아 'No Puede Ser 그럴 리가 없어요'를 주의 깊게 들어주길 바란다"고 많은 경험을 통해 쌓인 연륜을 드러냈다.

한편 김재명씨는 전주대학교 음악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만점수석졸업 및 조교수료를 받은 바 있으며, 영국 아프리카 스페인 아탈리아 등 주요도시에서 다수의 초청음악회를 가진 바있다. 현재 The Most Voices단원, 전주한울림합창단 지휘자, 전주대학교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이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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