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초(故鄕招)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5/09/25 [00:57]

고향초(故鄕招)

새만금일보 | 입력 : 2015/09/25 [00:57]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五美里)에 가면 250여년 된 운조루(雲鳥樓)라는 99칸 집(현존73칸)고택을 만날 수가 있는데 조선조 영조52년에 ‘류이주(柳爾?1726-1797)’라는 이가 말년에 살던 집으로 그 집에 가면 옛날 할아버지 사랑방처럼 푸근한 정감이 든다.
류이주가 젊은 날에 하늘만 빤한 깊은 함경도 삼수부사로 가던 길에 호랑이가 길을 막아 칼이 아닌 채찍으로 때려잡아 호랑이 가죽을 영조대왕에게 바쳐 박호대장이란 별호를 받았다 한다. 그가 지리산 형제봉 끝자락 이곳에 금환낙지(金環落地) 터를 잡아 순천부사 때 7년에 걸쳐 99칸 집을 지었는데,처음 집터를 닦을 때 어린아이 머리만한 돌 거북이 나왔다고 하여 금귀몰니(金龜沒泥)즉 진흙에 빠진 금 거북처럼 천년을 장수하며 부귀다남 한다는 남한의 3대 길지로 알려져 가보인 돌 거북은 1989년에 도난을 당했다고 한다.
집 뒤 배경으로는 삼신산의 하나인 우람한 지리산이 감싸 안고 있으며 집 앞에는 구만들(九萬坪)이란 넓은 들과 또 그 앞에는 사시사철 흐르는 섬진강 물이 넘실대는 누가보아도 풍요로운 길지임에 틀림없다. 처음에는 귀만(歸晩)이라는 호를 따 이 집 이름을 귀만와(歸晩窩)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류이주가 벼슬에서 물러나 뒤늦게 돌아와 기거한 집이란 뜻이다.
운조루 라는 이름은 "운무 속에 새가 깃들여 살았다."는  중국의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귀거래혜사(歸去來兮辭)에서 따온 글로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에 피어오르고, 새들은 날다가 지쳐 둥우리로 돌아 오네>라는 첫머리 두 글자를 따 운조루라 했다 한다.
사람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별 다름 없다고 보겠다. 말 못하는 미물인 여우도, 새들까지도 죽을 때는 제 둥지를 찾는다고 한다. 해마다 중추절이 오면 누가 부르지 아니 하여도 연어처럼 귀소본능에 의한 위험을 무릅쓰고 귀향길을 수천 만 명의 민족이 대 이동을 하는   축제가 벌어진다. 원래 우리민족은 유목민족으로 말을 타고 초원을 누비는 몽고족의 후예라고 하는데 한반도로 점점 남하하여 더 이상 갈 곳이 없고 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진 농경민족으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숲이 우거진 산에서 땔감을 구하고, 넓은 들이 있어 곡식을 재배하고, 강물이 흘러야 농사를 짓게 되니 우리인간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대지는 어머니 품안 같다하겠다. 이러한 자연과 함께 자란 덕에 인심이 온후하여 이웃과 서로 나누고 돕는 두레를 하고 대대로 고향을 지키며 하느님과 조상에게 감사하는 제사를 지내며  중추절과 설날에는 일가친척과 형제들이 만나는 계기가 되어 우의를 돈독히 하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이 대대로 전해지고 있다.
추석절후에는 우선적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의 산소를 찾아 자녀 손들이 성묘를 간다.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을 추모하고 그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덤가에 잡초도 뽑아드리고, 자녀 손들에게 우리 몸이 누구에게서 태어났는가에 대한 뿌리교육이 저절로 된다.
그런데 농경사회에서 도시산업사회로 급변하여 극도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로 물질만능사회가 지배하다보니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마지막 남은 가정까지 위기에 놓여있다.
어느 기독교 지도자는 조상숭배는 우상행위라며 성묘무용론을 펴는 것을 보았다.
죽어 한 줌의 흙에 경배치 말고 살아생전에 효도하라는 주자십회훈과도 같은 옳은 말이다. 
그 목사는 많은 여행비를 들여 성지순례까지 다녀왔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 황금으로 덧입힌 큰 돔 안에는 유대민족의 조상인 아브라함의 무덤과 이삭바위와 십자교회의 예수의 빈 무덤을 찾아 신발을 벗고서 자기조상에게 극진한 예를 올리는 수많은 기독교인들을 볼 수가 있는데 그렇다면 그 목사도 우상숭배를 하고 온 것이 아닌가. 조상에게 감사의 예를 드리는 방법과 관습이 다르다는 것뿐이지 그 행위는 똑같다고 보겠다. 그들은 양과 닭을 잡아 하느님과 조상에게 감사의 제사를 드리는 반면, 우리는 햇곡식으로 송편과 술을 빚어 제사를 드린다.
또한 그들은 천신에게 드리는 제사를 신앙으로 승화시켜 민족 대단결을 꾀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맘보바지가 복고풍으로 넓은 통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전주 한옥단지가 사랑을 받는다거나 고운 한복을 입고서 종가 집 며느리로 대를 이어가는 고택은 귀한 국보급이다. 타향객지에서 추석 날 밤 두둥실 떠있는 밝은 보름달만 바라보아도 눈물겹도록 고향이 그립고 한 달음에 코스모스 하늘대는 고향집 늙은 부모님께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아름다운 전통, 추석멸절은 세계적으로도 볼 수없는 우리민족만의 독특한 축제로 조상의 혼과 얼이 숨 쉬는 장구한 역사 속에 효와 도의 실천행위로 이를 승화시켜 오래래 잘 보존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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